381억 들여 정동진 백사장 복원해놓고, 그 위에 주차장을?

2024. 7. 21. 12:08■ 여행/국내 여행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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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억 들여 정동진 백사장 복원해놓고, 그 위에 주차장을?

[진재중 기자] ▲ 연안정비사업 주차장 설치 전 모래가 복원된 정동진 해변. (2023/8/23)ⓒ 진재중 ▲  정동진 모래해변 위에 설치된 주차장(2024/7/18)ⓒ 진재중"저게 뭐죠! 저렇게 하기 위해 38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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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억 들여 정동진 백사장 복원해놓고, 그 위에 주차장을?

진재중2024. 7. 21. 10:06

'엇박자 행정' 지적 목소리... 강릉시 "어촌뉴딜300사업과 바다부채길 연장의 일환"

[진재중 기자]

 
▲ 연안정비사업 주차장 설치 전 모래가 복원된 정동진 해변. (2023/8/23)
ⓒ 진재중
 
 
  정동진 모래해변 위에 설치된 주차장(2024/7/18)
ⓒ 진재중
"저게 뭐죠! 저렇게 하기 위해 381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공사를 한 것입니까?"

하얀 백사장 위에 콘크리트 주차장이 건설된 것을 보고 해안전문가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공사를 마친 현장은 주차안내 현수막만 걸린 채 영혼없이 서 있다. <모래시계>로 유명한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정동진 해변 이야기다.

지난 18일,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 위에 하얀 콘크리트 구조물이 해수욕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에서 연안정비사업이 잘 되어 아름다운 해변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홍보하는 바로 그 곳이다.

정동진 해변은 매년 겨울철 너울성 고파랑으로 인한 백사장 침식과 레일바이크 철로 유실 피해를 입어 임시복구를 반복했던 곳이다.

381억 투입해 연안정비사업 해놓고...
 
 
  높은 파도로 해변이 침식돼 레일바이크 철로 등이 반복적으로 유실된 지역. (2020/11/30)
ⓒ 진재중
   
 
▲ 연안침식지역 겨울철 고파랑 내습으로 인해 백사장 유실이 반복되던 해변. (2020/12/25)
ⓒ 진재중
이에 따라 해수부는 2018년부터 381억 원을 투입, 해안침식을 막기 위한 수중 방파제(잠제) 3기와 모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돌제를 설치하고 모래를 보충하는 등 연안침식에 대응한 연안정비사업에 들어갔고 지난 5일 준공했다.
    
그 결과 정동진역을 기점으로 북쪽 해변은 침식이 되었지만 남쪽 해변은 백사장 폭이 늘어나 침식되기 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잠제(수중방파제)를 설치했다. (2022/9/25)
ⓒ 진재중
 
 
  정동진 수중방파제(잠제)공사현장(2023/8/23)
ⓒ 진재중
문제는 강릉시가 모래가 복원된 해변 위에 승용차 74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건설했단 점이다. 
해안 경관 분야 전문가인 A 박사는 "연안정비 사업으로 어렵게 복원된 모래사장이 콘크리트로 덮이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라며 "주차장도 조성하는 방식이 다양할 텐데 자연친화적인 공법으로 설계할 수는 없었나"라고 아쉬워 했다.
 
 
▲ 정동진 해변 연안정비사업을 준공한 해변, 정동진역을 기점으로 북쪽은 침식, 남쪽은 퇴적된 것을 볼 수가 있다. (2024/7/18)
ⓒ 진재중
 
▲ 해안가 주차장 74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2024/7/18)
ⓒ 진재중
 
항만 전문가 "중앙정부-지자체 따로 따로 예산 낭비"

정동진은 관광객들이 차량을 주차할 때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해변이다. 정동진에는 역 주차장과 공영 주차장이 잘 조성되어 있다. 관광 성수기임에도 18일 찾은 공원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더구나 새로 조성된 주차장과 공원 주차장은 100여m 거리에 있다. 공원 주차장에서 아치형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바로 해변이 나온다. 

정동진 바닷가가 좋아서 온다는 김민수(57)씨는 "이 주차장 바로 앞이 바닷가인데 모래 위에 주차장을 건설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바다모래가 관광자원인데 어떻게 그 소중한 자원을 묻어 버리고 시멘트를 덮어 주차장을 만든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까"라며 혀를 찬다.
        
주민들은 지자체 공무원들의 안일함과 편의를 위해 주차장과 시설물 설치를 요구하는 일부 상인들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동진 1리 어촌계장 정상록(80)씨는 "주민들이 해안침식을 막아 달라고 외치며 난리를 치던 게 엊그제인데 모래가 복원되고 나니까 그곳에 주차장 건설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한숨을 쉬었다.
 
 
▲ 정동진 공원주차장 공원주차장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백사장에 갈 수 있다. (2024/7/18)
ⓒ 진재중
 
  정동진 해상 전망대 공사. (2023/12/6)
ⓒ 진재중
 
중앙정부에서는 해안침식을 막기 위한 연안정비사업을, 자치단체에서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엇박자 행정이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항만 전문가 B씨는 "이곳에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었으면 사업 초기에 계획을 세워 이중으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았어야 한다"라며 "중앙정부에서 연안침식 방지를 위한 예산을 들이고 자치단체에서 관광객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중앙정부 따로 지자체 따로 중복 예산을 집행,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강릉시 해양수산과 담당자는 19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해당 주차장 건설에 시 자체예산 5억 5000만 원이 들었다며 "공유수면점용허가와 행정이용협의를 거쳐 어촌뉴딜300사업과 바다부채길 연장의 일환으로 실행"했다고 밝혔다. 또 "여행객과 주민편의를 위한 공공시설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 정동진 해변 길게 펼진 백사장과 확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 진재중
 
▲ 정동진 해변 모래 고운 모래와 비취빛 해변은 정동진이 자랑하는 자산이다.
ⓒ 진재중
한편 관광객의 편의와 볼거리 제공을 위해 설치한 시설물들이 오히려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이후 매년 오고 있다는 관광객 임형일(72)씨는 "<모래시계>로 유명세를 떨쳤던 과거의 정동진이 아니다"라면서 "과거에는 소나무 한 그루에서 소중한 추억을 담고 바다 모래 위에서 꿈을 담아 갔는데 지금은 각종 조형물, 시설물들이 정동진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인공 시설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관광객 김민기(64)씨는 "왜 바다 조망을 망치나. 바다는 강릉시민의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이 같이 공유해야 할 자산"이라며 "저런 시설을 하는 것은 소중한 우리 국토를 망가트리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모래시계>로 유명세를 떨친 정동진은 바닷모래가 자원이다. 배 몇 대를 정박하기 위해 조약돌을 묻어버린 심곡항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길게 펼쳐진 백사장과 확트인 바다가 한눈에 조망되는 해변 위에 건축물을 세우는 등 인공 행위를 하는 것은 정동진의 자산을 시멘트 속에 묻어 버리는 것이다.

모처럼 연안정비사업이 잘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정동진 해변이 강릉시의 주차장 건설로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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