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처럼 부활한 ‘민모자’ 양희영...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 입맞춤

2024. 6. 24. 16:29■ 스포츠/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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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처럼 부활한 ‘민모자’ 양희영...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 입맞춤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양희영(35)은 지난해 11월부터 모자에 ‘스마일’ 자수를 직접 그려 넣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메인스폰서와 계약이 종료된 뒤 다른 기업의 후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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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처럼 부활한 ‘민모자’ 양희영...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 입맞춤

최현태2024. 6. 24. 13:17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양희영(35)은 지난해 11월부터 모자에 ‘스마일’ 자수를 직접 그려 넣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메인스폰서와 계약이 종료된 뒤 다른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 통산 4승을 쌓은 뒤 성적은 곧두박질 쳤고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자 팬들과 기업의 관심에 멀어져만 갔다.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4년 9개월만에 통산 5승을 세우며 부활했지만 모자의 스마일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이번 시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개막전 공동 22위 이후 톱10에 한차례도 들지 못했고 다섯차례나 컷 탈락했다. 특히 US여자오픈과 마이어 클래식 등 최근 2차례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양희영이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제패하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모자의 스마일처럼 활짝 웃었다. 양희영은 24일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04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 고진영(29·솔레어) 등 공동 2위 그룹을 3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을 밟았다. 양희영은 75번째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는 2012년과 2015년 US여자오픈 준우승 두 번을 포함해 메이저 대회에서 21번이나 톱10에 들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셰브론 챔피언과 AIG 여자오픈에서도 공동 4위에 머물렀다. 올해 34세인 양희영은 2018년 40세의 나이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앤절라 스탠퍼드(미국) 이후 가장 나이가 많은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됐다. 양희영은 또 한국 선수로는 최고령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한국 선수 첫 30대 메이저 챔피언이기도 하다.

7개월 만에 통산 6승 고지에 오른 양희영은 우승상금 156만달러(21억6996만원)를 받아 상금랭킹이 92위에서 3위(167만2443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 역시 4위로 껑충 뛰었고 CME 글로브 포인트도 89위에서 15위로 올랐다. 양희영은 특히 이번 우승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을 예약했다. 양희영의 현재 랭킹은 25위이지만 25일 발표하는 이번주 세계랭킹에서 15위 이내 진입이 예상된다. 파리올림픽 여자 골프 출전권은 25일자 세계랭킹으로 확정되며 15위 이내에 들면 국가당 4명까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한국은 고진영(7위)과 김효주(29·롯데·12위)가 15위안에 들어있다. 양희영은 개막 이후 15개 대회 동안 이어진 한국 선수 우승 갈증도 시원하게 씻어냈다.
 

양희영은 경기 뒤 “늘 메이저 우승을 갈망했고 은퇴하기 전에 꼭 메이저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메이저에서 우승해 너무 행복하다”며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0살 때 골프를 시작한 양희영은 호주에서 골프 유학을 했고 16세이던 2006년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대회인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LET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만 20세가 되기 전인 2008년에도 LET에서 2승을 더해 ‘남반구의 미셸 위’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3년 한국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따냈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홀수 해마다 혼다 타일랜드에서 우승하며 ‘태국의 최강자’로 불렸다.

2타차 선두로 나선 최종라운드에 나선 양희영은 5번 홀(파3)과 8번 홀(파4) 버디로 2타를 줄이며 한때 5타차로 달아났다. 10번 홀(파4)에서 1타를 잃었지만 11번 홀(파5) 버디에 이어 13번 홀(파3)에서 티샷을 1.6m 거리에 떨군 뒤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양희영은 16번 홀(파4) 보기와 17번 홀(파3) 더블보기로 3타를 잃었지만 18번 홀(파5)을 차분하게 파로 마무리해 3타차 승리를 지켰다. 고진영은 마지막 홀 버디로 치열한 준우승 경쟁에서 살아남아 3타차 공동 2위(4언더파 284타)에 올랐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LPGA 메이저 KPMG 위민스 챔피언십 제패
프로 데뷔 17년 만에 첫 메이저 우승
"메이저 우승 문턱서 겁먹던 기억 떠올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집중"
메이저 우승으로 파리올림픽 출전권도 확보
박인비 이어 두 번째 통산 상금 1500만 달러 돌파
양희영이 24일(한국시간)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처음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이렇게 긴 18홀은 처음인 것 같다.”

마지막 18번홀을 향해 걸어가던 양희영(35)은 캐디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첫 메이저 우승을 향한 길고 긴 항해를 끝내는 순간에서야 처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놨다.

양희영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104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더블보기 1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양희영은 공동 2위에 자리한 릴리아 부(미국), 고진영(29), 야마시타 미유(일본·이상 4언더파 284타)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메이저 퀸’이라는 타이틀과 파리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타 차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양희영은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고 3번홀(파4)에서 보기가 나왔으나 5번(파3)에서 칩인 버디로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8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 전반에만 2타를 줄였다. 이때까지 2위와 타수 차는 5타로 벌어져 수월한 우승 경쟁이 이어졌다.

후반에도 10번홀(파4)에서 보기가 나왔으나 이어 11번홀(파5)과 13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7타 차 선두로 달아나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경기 막판엔 16번홀(파4) 보기에 이어 17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로 타수를 잃었으나 승부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마지막 18번홀(파5)을 남기고 3타 차 선두가 된 양희영은 파를 기록하며 우승트로피에 이름을 새겼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양희영은 “18홀 내내 이렇게 긴장을 느낀 게 처음이었다”라며 “마지막 홀 그린을 향해 걸어가던 중 캐디에게 ‘이렇게 긴 18홀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고 18번홀 그린에 올라오면서도 너무 떨렸다. 타수 차가 많이 나기는 했으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집중했다”라고 긴장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경기 중반 7타 차 선두로 나서 우승 경쟁이 수월했지만, 그때도 마음을 놓지 못한 것은 그만큼 메이저 우승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양희영은 “골프 커리어 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놓쳐서 아쉬웠다”라며 “그게 쌓이면서 우승에 가까워질 때마다 겁을 먹는 내 모습이 보였고, 이번 주에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만 끝까지 집중하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양희영은 이날로 75번째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고, 21번의 톱10 끝에 그토록 기다렸던 첫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의 원동력으로는 5번홀에서의 칩인 버디를 꼽았다.

그는 “이번 주 내내 쇼트게임이 좋았고 파세이브를 잘했다. 샷은 할 것도 없다”라며 “5번홀에선 경기 초반이라 많이 긴장했고 제가 생각했던 만큼 자신 있게 티샷하지 못했다. 그래서 짧았는데, 어프로치를 상상하고 치고 싶은 방향으로 쳤다. 맞는 순간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양희영은 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2위 야마시타와 격차를 2타로 벌렸고, 그 뒤 더 이상의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승으로 파리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한 양희영은 8년 전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대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나흘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쳐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양희영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대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이다”라며 “한국 여자 골프가 굉장히 강한데, 그런 팀에 이름을 올린다는 게 크나큰 영광이다. 올림픽 때까지 잘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양희영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개막 이후 15개 대회 동안 이어온 한국 선수의 긴 우승 침묵을 깼다. 지난해 12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로는 마지막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양희영은 우승 침묵을 깨는 주인공도 됐다.

또 이날 우승으로 LPGA 투어 통산 6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이 대회에서 처음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30번째 선수가 됐다.

우승상금 156만 달러(약 21억 7000만원)를 받은 양희영은 한국 선수로는 박인비에 이어 두 번째 통산 상금 1500만 달러 돌파의 기록도 세웠다. 이날 우승상금을 더해 통산 1555만5632달러를 벌었다.

양희영은 ‘지금이 전성기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그러나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진짜 너무너무 영광이고, 이번 우승으로 꿈꿔왔던 올림픽에 한 번 더 출전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라고 기뻐했다.

양희영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상징하는 이모티콘을 그린 골프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BBNews)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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