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8. 02:49ㆍ■ 大韓民國/기념일 추모추념일
尹대통령 5·18기념식 ‘3년 연속’ 참석…‘보수 정부 최초’ [44주년 5·18 이모저모]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2024. 5. 18. 19:48
尹, 관례깨고 유족과 정문 통해 입장…‘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尹 보호하라” 삼엄한 경비 ‘과잉 경호’ 논란…곳곳에서 마찰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올해로 취임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직후 5·18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3년째 참석했다. 현직 대통 대통령이 재직 중 3년 연속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보수 정부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과 학생들의 손을 잡고 동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역대 대통령 5명의 기념식 참석은 어땠을까.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3년째인 2000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나머지 기간은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인 2003년부터 5년간 매년 기념식에 참석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이 참석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만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에만 참석했다. 이후 임기를 마친 2012년까지 내리 4년간 조화만 보내고 기념식에는 불참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취임 첫해인 2013년에만 참석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기념식에 불참했다. 더욱이 두 전직 대통령 시절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공식 식순에서 제외시키며 5월 단체와 시민단체 등과 갈등을 빚었다. 기념식에도 잇달아 불참하며 의도적으로 5·18을 폄훼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명록에 작성한 글귀 ⓒ시사저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모두 세 차례 참석했다. 탄핵정국에서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8일 만인 37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7대 지방선거 직전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와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이유로 불참했다. 이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연속 기념식을 찾았다. 특히 항쟁 40주년이었던 2020년 기념식은 사상 최초로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앞에서 거행됐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마지막 해인 2021년에는 방미 일정 준비 탓에 불참했다.
취임 여드레 만인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특히 보수 정부 처음으로 5·18 유족과 광주 북구 5·18국립민주묘지 정문(민주의 문)으로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함께 입장하는 유족과 대화하다 "매년 오겠습니다"라며 임기 5년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보수정부에서는 처음으로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도 이날 오전 10시, 주요 인사들과 함께 입장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유족을 5·18 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에서 직접 맞이한 뒤 손을 잡고 동반 입장했다. 특히 올해는 5·18 정신이 대를 이어 계승된다는 의미로 5.18 유공자 후손들과 함께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기념식을 마친 후 윤 대통령은 고(故) 박금희양, 김용근 씨, 한강운 씨 등 열사들의 묘소를 참배했다.
여야, 광주행…국민의힘 120명, 민주당 180명 참석
여야가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광주에 총집결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 정신을 기렸다.
올해 기념식에는 여당에서 지도부와 현직 의원, 당선인, 원외 조직위원장 등 약 120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후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원외 조직위원장 간담회를 열어 총선 결과를 평가하고 혁신 방안 및 당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 현직 의원, 당선인 등 180여명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 대표와 호남지역 시·도당위원장, 당선인 등이 모여 총선 승리의 의미를 되새기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 등은 전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에 내려와 5·18 민주평화대행진과 전야제에 참석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당선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 녹색정의당 지도부, 진보당 지도부와 당선인도 이날 5·18 기념식에 함께했다. 이낙연 전 총리와 홍준표 대수시장은 전날 다녀갔으며 손학규 전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직후 참배했다.
5·18 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일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 앞 광장에서 경남 합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일해공원(전두환공원)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18 기념식장 안팎서 다양한 목소리 '봇물'
5·18 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이 열린 5·18민주묘지 주변에서는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표출됐다. 단연 으뜸은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이다. 2500여명의 각계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이날 기념식에서 광주시의회 5·18 특별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은 대통령 기념사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5·18 헌법전문 수록'이라는 문구의 손팻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기도 했다.
경남 합천에서 온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기념식 시작을 앞두고 5·18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가 붙여진 합천 현지 공원 이름의 변경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일해공원은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른 절차, 지명 표준화 편람의 지명제정 원칙을 지키지 않은 이름"이라며 "오월 정신을 계승하려는 모든 국민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5·18 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일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 앞에서 5·18 민중항쟁 구속자회 회원들이 '5·18 헌법전문 수록'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같은 시각 5·18묘지 입구 교차로에서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유가협은 "민주유공자법은 다시는 부당한 권력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률"이라며 "우리 회원들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곧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민주유공자법은 자동 폐기되고 만다"며 "5·18 44주년을 기리는 모든 분이 힘을 실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장 주변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단죄', '5·18 피해자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이들의 1인 시위도 이어졌다.
또 기념식 초청장을 집에 두고 온 5·18 유공자와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관들 사이에 30여 분간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기념식장 주변에 인력을 배치했고, 5·18 44주년 기념식은 별다른 소동 없이 치러졌다.
이팝나무, 5·18 상징꽃으로 부상…尹대통령 "주먹밥 닮은 꽃"
이날 기념식에서 5월의 꽃 이팝나무가 위로와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5·18과 이팝나무의 이 같은 인연은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올해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고 기념식 행사에서도 5·18의 위로와 희망을 상징하는 꽃으로 다뤄지면서다.
윤 대통령은 "올해도 5월 광주의 거리에는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며 "44년 전 5월,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금남로에서, 도청에서 나눠 먹었던 주먹밥을 닮은 새하얀 이팝나무 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방 도로가 모두 막히고 먹을 것도 떨어졌던 그때, 광주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쌀과 솥을 들고 나와 골목에서 주먹밥을 만들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광주가 하나 돼 항거했고, 1980년 5월 광주의 그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5월 16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가는 가로변에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시사저널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팝나무는 입하(立夏) 무렵인 5~6월 꽃이 핀다고 해 '입하'가 '이팝'으로 변음해 지어진 나무 이름이다. 이팝나무 꽃이 5·18 상징꽃으로 자리 잡은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1994년 국립 5·18묘지(신묘역) 조성 당시에는 묘지를 향하는 진입로에 마땅한 가로수가 없었다. 광주시는 5월을 상징하는 나무를 찾아 나섰고, 고심 끝에 5월에 꽃 피우는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선택해 1995년부터 대대적으로 심었다. 이팝나무 꽃이 '이밥(쌀밥)'처럼 피어난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주먹밥을 나누며 민주주의 새역사를 써간 5·18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가로수 선정에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尹 참석, 삼엄한 경비 '과잉 경호' 논란…곳곳서 마찰
5·18기념식이 열린 국립 5·18 민주묘지 안팎에서는 경찰의 과잉 경비 논란으로 일부 참배객들이 "과잉경호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오전 10시 5·18기념식이 엄수된 가운데, 경찰은 기념식 시작 훨씬 전인 새벽 6시 이전부터 곳곳에 30개 중대, 3000여명의 경력을 5·18 신·구 묘역 일원에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5·18기념식이 열린 국립 5·18 민주묘지 안팎에서는 경찰의 과잉 경비 논란으로 일부 참배객들이 "과잉경호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석열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한데다 최근 한 유럽 국가 총리의 피격 사건 여파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총기로 피격된 로베르토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는 응급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집중관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찰의 경비를 놓고 적잖은 참배객들의 눈총을 샀고 과잉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윤 대통령 차량이 도착하는 5·18 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문 앞 광장 동서쪽 양편 도로에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과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막았다.
이에 따라 광장 건너편에서 주먹밥을 싸던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마저 통제선 밖으로 쫓겨나는 등 경찰이 1시간 30여분 동안 앞을 가로막아 일부 참배객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등 곳곳에서 마찰이 일었다.
이 때문에 국가권력에 의해 집단학살이 이뤄진 5·18 민주화운동이 숭고한 추모분위기와 함께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마당에 지나친 경호로 되레 피해자와 시민들의 참여열기를 떨어트리지나 않을까 우려를 낳았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참배하기 위해 방문한 최아무개(여·43)씨는 경찰의 과잉 경호 논란에 대해 "광주 민주영령들의 뜻과 정신을 모시는 자리에서, 대통령 모시기에만 혈안이 된 분위기"라면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참배객은 "뭐가 그리도 무서운 것이냐"며 "5월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5·18묘역을 찾았는데 대통령 경호도 좋지만 경찰이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경찰관계자는 "국가수반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공식 행사인데다 최근 해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을 고려, 경비에 만전을 기하다보니 일부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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