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2. 11:26ㆍ■ 大韓民國/경제 금융
https://v.daum.net/v/20240512090203281
손가락을 탓하랴···실수로 보낸 돈 이렇게 돌려받으세요[경제뭔데]
윤지원 기자2024. 5. 12. 09:02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17개월 아기를 키우는 A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최근 아기옷을 사다 식은 땀을 흘렸습니다. 1만원을 보낸다는 게 공 하나 더 붙여 10만원을 보냈거든요. 한 푼이라도 아끼려 중고옷을 거래하다 9만원을 손해보게 된 날벼락이었던 거죠. 다행히 판매자는 양심적이었습니다. 돈을 되돌려줬어요. 만약 이 사람이 메시지를 읽고 그대로 잠수해버렸다면? ‘10만원이 어딘데…’하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박게 되겠죠.
이른바 착오송금, 모바일 금융거래가 일상이 된 요즘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합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예금보험공사 착오송금 반환 지원제도 현황 자료를 보면, 제도가 시행된 2021년 7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총 1만4717건 착오송금 반환지원을 위한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예보에 ‘내 돈 좀 되찾아주세요’라고 신청해 반환 계약을 체결한 게 1만 건이 넘는다는 얘기죠.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송금 실수를 한 경우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쩌다가 우리는 실수를 하는 걸까요. 일단 1만4717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87%는 증권, 상호금융기관 등이 아닌 은행 계좌 또는 간편송금 계정에서 실수가 발생했습니다. 또 송금방법은 ATM이나 창구, 인터넷뱅킹이 아닌 스마트폰 모바일 앱의 간편 송금을 이용한 경우가 64.5%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실수는 대부분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66.8%)했거나 목록에서 수취인을 혼동(28.3%)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송금액 숫자를 잘못 누른 A씨 같은 경우도 3.4% 가량 존재했습니다. 한 마디로, 스마트폰으로 은행 거래를 할 때 부주의한 손가락질이 사달을 냈다는 겁니다.
비록 실수를 했지만, 돈을 돌려 받기 위해선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하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컴퓨터를 켜서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착오송금반환지원’ 탭을 찾으세요. 그리고 내가 이 제도를 이용할 대상이 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 자료착오송금일이 1년이 지난 경우는 아쉽게도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1년 이내 실수가 발생했다는 가정 하에, 착오송금액이 5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라면 신청 대상이 됩니다. 여기에 해당하더라도, 일부는 또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긴 합니다. 수취인 명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나, 한국에 없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당연히 수취인이 사망한 경우도 반환 신청 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요. 같은 기준으로 돈을 받은 법인이 폐업한 경우도 그렇습니다. 또 수취 계좌가 일반적인 은행이나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아닌 경우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중고거래플랫폼 상에서 금융거래를 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겠네요.
자, 신청대상이 되는 걸 확인했다면 바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전자 서명한 뒤 제출하면 됩니다. 예보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착오송금인으로부터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합니다. 이후 금융회사나 통신사 등을 통해 수취인의 연락처와 주소를 알아내 ‘자진 반환’을 권유합니다. 만약 수취인이 ‘배 째라’ 하며 돈을 안 내놓을 경우에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통해 회수 작업에 들어갑니다. 회수가 완료되면 그 액수에서 일정 수수료를 떼고 송금인에게 반환이 됩니다. 수수료는 반환받는 금액대로 차이가 있는데 최대 18%에 달합니다. (손가락 잘못 누른 죄값이 이렇게 큽니다😢)
돈을 반환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애초에 실수를 안 만드는 거겠죠. 금융업계도 이용자 실수를 줄이게끔 서비스를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위와 예보는 지난 3월 착오송금이 많이 발생한 상위 10개 금융회사의 모바일 앱을 점검한 뒤 금융회사에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업계는 이체정보를 입력할 때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자주 쓰는 계좌나 자주 쓰는 금액을 버튼으로 선택할 수 있게끔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이체 직전 계좌 정보를 재확인하는 창도 띄우기로 했고요.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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