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켤레 4억’ 천재의 제품 파는 곳…쿠팡, 왜 하필 여길 샀어?

2023. 12. 25. 22:21■ 大韓民國/경제 금융

‘한 켤레 4억’ 천재의 제품 파는 곳…쿠팡, 왜 하필 여길 샀어? [방영덕의 디테일] (daum.net)

 

‘한 켤레 4억’ 천재의 제품 파는 곳…쿠팡, 왜 하필 여길 샀어? [방영덕의 디테일]

지난 2022년 1월, 전 세계 패션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세운 고(故)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루이비통과 디자인한 ‘에어포스 원’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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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켤레 4억’ 천재의 제품 파는 곳…쿠팡, 왜 하필 여길 샀어?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입력 2023. 12. 25. 17:15

소더비 경매를 통해 공개된 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x 나이키 에어포스원. [사진출처 = 소더]
지난 2022년 1월, 전 세계 패션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세운 고(故)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루이비통과 디자인한 ‘에어포스 원’이 자선 경매에서 최고가 35만2800만달러(약 4억3000만원)을 기록하며 낙찰됐기 때문입니다.

‘천재 흑인 디자이너’ 아블로는 스트리트 패션을 명품으로 만든 패션업계 아이콘입니다.

그런 그가 낳은 세계적인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쿠팡이 품게 됐습니다. 쿠팡 모회사인 쿠팡 Inc가 세계 최대 명품 온라인 럭셔리기업이자 이커머스 플랫폼인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면서 입니다.

파페치는 전 세계 럭셔리 백화점과 부티크와 이커머스를 연결해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를 비롯한 1400여개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파페치일까요. 명품 시장 상황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마당에 말이죠. ‘갓쿠팡’이 되기 위해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파페치 뭐하는 곳이야?
[사진출처 = 파페치]
쿠팡의 모회사 쿠팡 lnc는 지난 19일(한국시간) 글로벌 온라인 럭셔리 기업인 ‘파페치’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수금액은 5억달러(약 6500억원).

지난 2007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파페치는 3대 명품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비롯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 400여 개가 입점해 있는 명품 플랫폼입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유명한 ‘뉴가즈 그룹’도 직접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당수 브랜드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모조품 우려를 차단하는 전략으로 세계 1위 온라인 명품 전문몰로서 입지를 굳혔는데요.

 

실제로 파페치가 지난 2019년 인수한 뉴가즈 그룹은 오프화이트는 물론, ‘마셀론불론’, ‘팜 엔젤스’, ‘언레이블 프로젝트’ 등 10가지 브랜드를 라이선스를 보유하며 디자인 개발과 생산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지난 2021년 오프화이트의 지분을 60%가량 인수했지만, 브랜드 라이선스와 영업권은 뉴가즈가 2035년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등 전세계 190국에 판매 중인 파페치는 지난 7년간 매출이 16배가량 증가할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렸습니다. 그러나 무리한 몸집 불리기와 잇따른 투자 실패로 파산 위기에 내몰렸었는데요.

그럼에도 지난해에만 약 3조원(약 23억1668만달러)의 매출을 거뒀고, 파페치의 활성고객수 역시 지난 2019년 1분기 169만명에서 올 2분기 190개국 399만명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글로벌 명품 플레이어’ 된 쿠팡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사진출처 = 쿠팡]
파페치를 인수함에 따라 쿠팡은 순식간에 ‘글로벌 명품 플레이어’로 떠올랐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쿠팡이 단순히 이커머스 중개 사이트가 아니라, 파페치가 보유한 뉴가즈 그룹 등의 패션 브랜드를 소유하게 되면서 명품업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파페치가 비록 경영난으로 부도위기 등에 몰렸지만, 쿠팡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파페치가 보유한 스트리트 럭셔리 브랜드가 다시 성장가도를 달릴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고 보는 겁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전 세계 젠지 세대들에게 가장 핫한 스트리트 브랜드 명품 라이선스를 모두 갖게 됐다”며 “국내 유통은 물론 글로벌 패션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의 가성비를 앞세워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등과 달리 쿠팡은 파페치 인수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명품, 패션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명확해 보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68억달러(약 20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습니다.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많은 세계 1위입니다.

“명품도 로켓배송”…‘쿠세권’의 힘 보여주나
[사진출처 = 쿠팡]
쿠팡은 창사 10여년만에 국내 식품생필품 온라인 판매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물론 그냥 차지한 자리가 아니죠.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본격 도입한 쿠팡은 그 동안 매년 수천억원 대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물류 투자를 감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의 물류망을 거느리게 된 것인데요.

쿠팡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쿠팡에서 주문한 후 다음날 물건을 받는 익일배송 가능 지역, 일명 ‘쿠세권’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쿠팡이 파페치 인수를 통해 명품 시장을 정조준한 만큼, 쿠팡이 자랑스러워하는 물류 역량을 명품 배송에도 어떻게 선보일지 기대를 모읍니다.

그동안 파페치는 뉴욕·파리·밀라노 등 브랜드 부티크 인근에서는 ‘90분 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해왔습니다. 한국 등 국경을 넘은 일반적인 배송은 최대 5일가량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로켓배송 등 국내 물류망과 결합하면 제품 배송 속도가 크게 단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기업들의 경우 ‘해외 신규 브랜드 발굴’이 매출 신장 여부를 판가름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며 “여기에 쿠팡의 로켓배송 물류망 역량 등이 결합하게 되면 파급력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거의 꿀꺽 수준 아냐?” vs “명품 시장 안 좋은데”
[사진출처 = 쿠팡]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2021년초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로 100분의 1토막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5억 달러(약 6500억원)의 자금을 구하지 못한다면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바로 6500억원 가량을 들여 파페치를 인수한 것을 두고 싸게 잘 샀다고 보는 의견이 있습니다.

파페치는 지난 2019년 ‘뉴가즈 그룹’을 6억7500만달러(약 8000억원)을 주고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나 쿠팡은 뉴가즈그룹을 포함해 파페치 전체 비즈니스를 6500억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인수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 손실 가중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쿠팡이 ‘소프트웨어 파워’가 막강한 파페치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것이 패션업계 분석입니다. 매출 대부분이 한국 시장에서 나오는 쿠팡으로서는 해외에서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길도 활짝 열렸습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미국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의 지분 100%를 인수했을 당시 네이버 주가는 3일간 16% 이상 하락했습니다.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치요. 인수가가 무려 16억달러(약 2조3441억원)으로 지나치게 비싸게 주고 샀다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 소식이 전해진 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날대비 5% 하락 마감했으나 바로 다음날부터 다시 오름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우려는 있습니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 대표적인 소비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둔화된데다 명품 업체들이 온라인에서조차 자사 상품을 직접 유통하려는 상황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