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은 더 쓸쓸해요"

2024. 5. 8. 00:08■ 인생/초고령화 사회

독거 노인이 많이 사는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 골목. 뉴스1


"어버이날은 괜스레 더 쓸쓸하다." 충북 보은에 홀로 사는 홍 모(92) 씨 얘기다. 요양병원 생활을 오래 한 아내와 3년 전 사별한 뒤로 아무래도 자녀와 얼굴 볼 기회가 더 줄었다. 각자 사느라 바쁠 텐데 가끔 챙겨주는 것만으로 고맙다. 홍 씨는 “연금과 자녀들이 조금씩 보내주는 용돈으로 생활한다”며 “사회복지사가 종종 집에 들러 도와주지만 남자 혼자 사는 게 힘에 부친다. 조만간 요양병원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어버이날을 홀로 맞는 독거노인이 크게 늘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급증한 노년층이 자녀와 따로 사는 경우가 많아서다. 7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1인 세대 수는 1003만9114개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처음 1000만개를 넘긴 뒤 더 늘었다. 1인 세대가 전체 세대(2402만1667개)의 41.8%다. 주목할 만한 건 2030 세대가 아니라 60대 이상 독거노인이 1인 세대의 주축이라는 점이다. 70대 이상이 세대주인 1인 세대가 199만1879개(19.8%)로 가장 많고, 60대가 185만9565개(18.5%)로 뒤를 이었다.

여기서 ‘세대’는 주민등록 주소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흔히 말하는 ‘가구’는 실제 함께 살지 않아도 생계 등을 같이 할 경우 1가구로 집계한다. 즉, 부부와 자녀 1명은 3인 가구지만 이들이 주말 부부로 떨어져 살고 자녀도 학업 등을 이유로 다른 주소에 살 경우 1인 세대 3개다. 실제 ‘나 홀로’ 사는지 따질 때 1인 세대로 집계하는 게 1인 가구보다 더 정확하다는 의미다.

김영옥 기자

 

올해는 ‘1000만 노인, 1000만 1인 가구 시대’의 분수령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연말 기준 973만명을 기록해 올해 1000만명을 넘길 예정이다. 1인 가구도 지난해 연말 993만 가구로 집계돼 올해 1000만 가구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독거노인의 자화상은 ‘화려한 싱글’보다 ‘우울한 말년’에 가깝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독거노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7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2명 이상 함께 사는 노인 가구 월평균 소득(375만7000원)의 절반 이하다.

 

동거 노인 가구는 61.2%가 취업했지만, 독거노인 가구는 41%만 취업했다. 취업의 질도 동거 노인 취업 가구는 상용근로자 23.9%, 임시근로자 22.3%였지만 독거노인 취업 가구는 임시근로자 45.1%, 상용근로자 11.6%로 대비됐다. 독거노인은 취업의 양과 질이 모두 동거 노인에 못 미쳤다는 의미다.

노인, 특히 독거노인 가구가 늘었지만 ‘1인 가구’ 대책의 초점은 여전히 젊은 층 중심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보건·복지 예산은 2014년 6조3848억원에서 올해 25조6483억원으로 10년 새 4배 규모로 늘었다. 액수는 늘었지만, 전체에서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간 3%대에 머물렀다. 기초연금이나 노인 일자리 등 예산을 늘렸지만, 노인 건강관리나 요양시설 확충 등 예산은 제자리걸음 했다.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노인 인구 증가분에 물가·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한 수준이지 노인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간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인 빈곤과 외로움, 고독사 문제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독거노인 가구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인 만큼 청년 세대뿐 아니라 노인에 특화한 1인 가구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