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기초수급자 탈락했어"…주택연금 받자 노부부에 생긴 일

2023. 6. 15. 08:34■ 인생/초고령화 사회

 

"여보, 기초수급자 탈락했어"…주택연금 받자 노부부에 생긴 일 (daum.net)

 

"여보, 기초수급자 탈락했어"…주택연금 받자 노부부에 생긴 일

노후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주택연금 수령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금은 본질적으로 '빚'인데 수령액의 절반이 소득으로 잡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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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기초수급자 탈락했어"…주택연금 받자 노부부에 생긴 일

김남이 기자입력 2023. 6. 15. 05:30수정 2023. 6. 15. 05:35
 
사진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사진=뉴시스

노후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주택연금 수령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금은 본질적으로 '빚'인데 수령액의 절반이 소득으로 잡혀서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이 수급자 선정 과정에서 부채로만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14일 금융업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소득 평가 시 매월 수령하는 주택연금액은 50%가 소득으로 반영된다. 이와 함께 지급받은 연금누적액(대출잔액)은 부채로 적용된다. 주택연금이 소득과 부채로 각각 반영되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30~50% 이하에 해당할 때 조건에 따라 일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은 낮고, 부채는 많을수록 소득인정액이 낮아져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주택연금의 50%가 소득에 포함되는 부분이다. 주택연금은 본질적으로 대출이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가 공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주금공에 담보로 제공하고, 노후생활자금을 연금 형태로 대출받는 제도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데, 매월 대출금을 나눠 받는 것이다.

이에 65세 이상이면서 소득 하위 70% 이하인 고령자가 받는 기초연금에서는 주택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고, 부채로만 인식된다. 빚을 졌기 때문에 오히려 소득인정액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주택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 수급대상자로 선정될 확률을 높여준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서는 다르다. 주택연금 수령액의 50%가 소득으로 인정돼 선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소득인정액이 높아져 급여액이 줄거나 선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 오히려 주택가격에 따라 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게 유리할 수 있다.

2013년 주택연금 도입 초기에는 소득에 100% 반영됐다. 이로 인해 생계급여가 감액되거나 아예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하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연금수령액을 소득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권고했고, 2017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연금 수령액의 50% 공제하기 시작했다.

다만 주금공 등 일부에서 대출을 일부라도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이 준정부기관인 주금공의 보증으로 월지급금을 받기 때문에 소득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금공은 취약 고령층 지원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주택연금이 소득이 아닌 부채로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올해 업무 계획에 포함했다. 주택연금 가입희망자 중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서다. 기초생활보장사업 소득산정기준 개선과 관련한 자체 조사연구도 실시할 계획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고객 가입상담 시 사전안내를 통해 주택연금 이용에 따른 복지 서비스 제한 등의 문제를 방지하고 있으나 개선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며 "관련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관련 부처 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주택연금 보증 유지건수는 8만83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9% 증가했다. 누적 연금지금액은 8조5713억원이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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