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자 SOS, 국가는 응답했나 [매일 36.1명이 떠난다①]

2022. 9. 13. 12:36■ 인생/자살 공화국

 

자살시도자 SOS, 국가는 응답했나 [매일 36.1명이 떠난다①] (kukinews.com)

 

자살시도자 SOS, 국가는 응답했나 [매일 36.1명이 떠난다①]

36.1명. 2020년 매일 우리 곁을 떠난 자살 사망자 숫자다. 그해 10만명 중 25.7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0.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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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시도자 SOS, 국가는 응답했나 [매일 36.1명이 떠난다①]

기사승인 2022-09-13 06:01:02

36.1명. 2020년 매일 우리 곁을 떠난 자살 사망자 숫자다. 그해 10만명 중 25.7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0.9명)보다 2.3배 많다. 십 수 년 째 1위다. 과연 우리 사회는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사회적 안전망을 더 촘촘히 짜고 있을까. 쿠키뉴스가 살펴봤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자살 위험에 노출된 국민들은 누구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구조를 요청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자살위험자를 위기로부터 적극 구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자살예방법 3·4조는 자살 위기에 빠졌을 경우 국가의 구조를 받는 것이 국민의 권리임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자살예방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자살 고위험군의 ‘경고신호’는 여전히 가닿지 않고 있다. 자살시도자들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움받으려 해도 전화 연결이 안 돼요”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김유진(가명·18)씨가 진단받은 병명이다. 유진씨는 “아빠의 인정을 받고 싶어 자해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자해가 자살 시도로 이어진 적도 있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됐지만 좋아지는 건 잠시뿐이었다. 

SNS에 자살, 자해를 검색하는 것도 습관이었다. 자해에 좋은 도구를 추천 받기도 하고 자살할 때 어떤 방법이 좋은지 적혀 있는 리스트도 읽어봤다. 찾아볼수록 깊이 빠져들었다.

도움 요청도 여러 차례 해봤다. 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와 1388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를 통해서다. 자해 시도 전, 전화를 7번 정도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머릿속이 부정적인 단어로 가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에선 배운 적이 없다.

전화 상담도 형식적인 위로로 그쳤다. 우울하다고 토로하는 유진씨에게 돌아온 건 “밥 먹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밥을 먹으면 얹혀서 못 먹겠다”고 해도 상담원은 우선 밥부터 먹으라고 타일렀다. 결국 전화 상담은 “밥 먹고 전화하라”는 조언으로 끝났다. 

학교 밖 청소년이어서 겪는 어려움도 뒤따랐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위(Wee) 클래스’ 상담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진씨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다만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 성인과 함께 집단 상담을 받아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상담을 받기 위해선 오래 기다려야 하는 점도 문제였다. 상담 신청이 몰리는 시기가 오면, ‘위기’로 신청서를 넣은 유진씨마저 두 달가량 기다려야 했다. 위급한 상황에 곧바로 상담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찾아보면 생각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많아요. 위기상황 때 도움을 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용하기가 어려워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선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사회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112, 119는 있는데… 위기상황 땐 어디로 가야 하나요”

김하은(가명·35)씨는 우울증을 오래 앓았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며 약물, 상담 치료를 받은 지 12년째. 내일은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들이 이어졌다.

한 번은 자살시도로도 이어졌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슬퍼할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멈췄다.

정신과 상담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짧게는 3분, 길어도 10분 안에 끝나는 상담은 약 처방을 위한 진료인 경우가 많다. 우울을 토로하고 싶어도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 진료기관과 연결된 상담센터에 가도 약 추천이 전부였다.

하은씨는 충동에 휩싸일 땐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병원을 10년 넘게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알리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도 가까운 데서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가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됐어요. 112나 119처럼 위급한 상황일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홍보가 조금 더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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