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면서 자선가"…74세에 英왕위 올랐다, 찰스3세 약점

2022. 9. 11. 05:41■ 국제/영국

 

"바람둥이면서 자선가"…74세에 英왕위 올랐다, 찰스3세 약점 | 중앙일보 (joongang.co.kr)

 

74세 즉위까지 64년 걸렸다…'다이애나의 남자' 찰스 3세는

찰스 국왕이 국왕의 자리를 이어받으며 왕위 승계 순위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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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면서 자선가"…74세에 英왕위 올랐다, 찰스3세 약점

중앙일보

입력 2022.09.09 15:48

업데이트 2022.09.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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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며, 승계 서열 1위인 큰아들 찰스 왕세자(74)가 영국 군주 자리에 올랐다. 왕명은 ‘찰스 3세(Charles III)’. 지난 1958년 왕세자가 된 지 64년 만이며 영국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군주가 됐다.

 

영국의 새로운 국왕인 찰스 3세가 지난 3월 31일 영국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킹스칼리지대를 방문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은 여왕의 서거 소식과 함께 찰스 3세의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소중한 군주이자 사랑받았던 어머니의 서거를 깊이 애도한다. 나와 가족 구성원들에게 가장 슬픈 순간”이라고 전했다. 여왕 서거 직후 왕위를 승계한 찰스 3세는 10일 국왕의 자문기관 추밀원과 정부 관료 등이 소집되는 취임평의회를 거쳐 국왕으로서 맹세하는 공식 즉위 선언을 하게 된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공식 대관식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경우 왕위에 오르고 약 16개월 뒤에 공식 대관식을 진행했다.

찰스 3세는 영국을 포함해 56개국이 소속된 영연방의 수장이자, 이 중 영국 국왕을 군주로 인정하는 뉴질랜드·캐나다·호주 등 15개국의 군주가 됐다. 영국의 국왕은 명목상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 영국 국교회의 수장이다. 총리임명권과 전쟁선포권, 의회 소집과 해산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입헌군주제 전통에 따라 현실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2세의 경우 주1회 총리와의 면담 때도 직접적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고, 국민을 통합하고 대외에 영국을 알리는 상징적 역할에 주력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찰스 국왕 즉위에 따라 왕위 승계 순위도 변했다. 서열 1위는 그의 장자 윌리엄 왕자(케임브리지 공작)가 물려받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아버지가 왕위에 자동 승계된 것과 달리, 윌리엄 왕자가 영국의 왕세자인 ‘웨일스 공(Prince of Wales)’이 되기 위해선 찰스 국왕의 책봉이 필요하다고 이날 영국 아이뉴스가 전했다. 그다음 승계 서열은 윌리엄 왕자의 세 자녀(조지·샬럿·루이)다. 윌리엄 왕자의 동생인 해리 왕자가 승계 서열 5위다. 성별 관계없이 상위 서열의 자녀가 탄생하면 하위 계승 서열은 조정된다.

1948년 12월 영국 버킹엄궁에서 태어난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년 만인 1958년 왕세자로 낙점된 ‘준비된 국왕’이다. 1970년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공군과 해군에 복무했다. 이후 환경·문화재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여러 자선 사업도 펼쳐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는 그가 ‘환경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엔 고령으로 건강이 불편한 여왕을 대신해서 국정 참여 범위를 넓혔다.

 

영국 왕위에 오른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 전 부인인 故 다이애나가 함께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그러나 영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전임 여왕과 달리 찰스 3세에겐 다이애나비(1961~1997)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찰스 3세는 1981년 당시 20세의 다이애나 프랜시스 스펜서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지만, 불화 끝에 1996년 이혼했다. 이 과정에서 다이애나비가 BBC 인터뷰를 통해 남편의 불륜을 폭로하고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쫓기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왕가의 스캔들’은 세기의 비극이 됐다. 찰스 3세는 불륜 상대였던 카밀라 파커 볼스와 2005년 결혼했다.

그간 카밀라는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사용했던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Princess of Wales)’ 대신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왔다. 남편이 왕위를 승계하면서 영국 법에 따라 카밀라는 왕비(Queen Consort) 칭호를 얻게 됐다. 영국 왕실 공식 홈페이지는 카밀라의 공식 호칭에 대해 ‘왕비 폐하(Her Majesty The Queen Consort)’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의 인터뷰가 미국 CBS에 방영된 후 왕실의 반응을 보도한 영국 신문들. EPA=연합뉴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피니언을 통해 “찰스 3세의 첫 번째 임무는 왕실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본인부터 왕세자 시절 여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 가족과 사우디 기업인 등으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서 자신이 후원하는 자선단체에 보낸 점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는 찰스 3세를 가리켜 “그는 바람둥이의 모습과 자선가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한 뒤 왕실을 이탈한 해리 왕자 문제, 여왕의 차남이자 찰스 3세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등도 왕실 회의론을 부르는 요소다. 지난 6월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100년 후에도 군주제가 유지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4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영국은 찰스 3세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국 공공기관 깃발, 지폐와 동전, 국가 등에 새겨진 엘리자베스 여왕의 각종 상징물이 찰스 3세의 것으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장 먼저 교체가 예상되는 상징물은 공공기관에 내걸린 깃발이다. 엘리자베스 2세의 얼굴이 새겨진 파운드화 지폐와 동전도 찰스 3세의 얼굴로 바뀐다. 영국 국가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의 경우 제목과 가사에 포함된 ‘여왕’(Queen)이 ‘왕’(King)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