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라는 19일(한국시각) 이집트 카이로에서 펼쳐진 세계펜싱선수권 여자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35세 독일 베테랑' 알렉산드라 은돌로(세계 37위)를 연장 혈투끝에 꺾고 짜릿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송세라는 이날 16강에서 에스터 무하리(헝가리·세계 52위)를 15대9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세계 1위 톱랭커' 최인정(계룡시청)이 은돌로에게 9대15로 일격을 당하며 나홀로 8강까지 살아남은 상황. 동료들의 몫까지 송세라가 힘을 냈다. 8강에서 '중국 에이스' 주밍예(세계 41위)를 14대13으로 꺾고 4강에 오르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4강에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홍콩 톱랭커' 비비안 콩(세계 7위)을 14대9로 가볍게 꺾고 결승에 올랐다.
장태석 에페대표팀 코치와 송세라. 사진출처=FIE
결승전은 혈투였다. 일진일퇴 공방이 이어진 3라운드 1분41초를 남기고 송세라가 7-9, 2점 차로 밀렸다. 그러나 송세라는 침착했다. 상대의 허를 잇달아 2번 찔러내며 1분18초를 남기고 9-9 동점을 만들더니 40초를 남기고 10-9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은돌로가 종료 24초를 남기고 공격에 성공하며, 10-10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피 말리는 1분 연장전, '강심장' 송세라가 한발 빨랐다. 전광석화같은 움직임으로 마지막 한끗, 챔피언 포인트를 찔러냈다. 11대10 승리. 짜릿한 우승 순간, 장태석 여자에페 대표팀 코치가 애제자를 번쩍 들어올리며 말로 다 못할, 벅찬 감격을 전했다. 2002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서 '여자 에페 레전드'이자 '박상영 스승'인 현 희(진주제일중 코치)가 한국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건 지 무려 20년만에 송세라가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 역사를 다시 썼다.
사진출처=F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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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바르셀로나월드컵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며 올시즌 눈부신 성장을 이어온 '왼손 펜서' 송세라가 기어이 세계 정상의 꿈을 이뤘다. 송세라는 스무 살 때인 2013년 포레치주니어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시니어 데뷔 이후 2016년 중국 쑤저우 월드컵 동메달, 2020년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제그랑프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인정, 강영미 등 월드클래스 선배들과 동고동락하며 매시즌 성장을 거듭해온 '왼손 펜서' 송세라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서도 언니들과 함께 9년만의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다. 특유의 빠른 발과 유연성, 전광석화같은 공격력, 뛰어난 집중력과 함께 포기를 모르는 근성을 지닌 송세라가 시니어 9년차에 마침내 여자에페 세계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포디움 위 1m80에 육박하는 메달리스트 틈새에서 1m64의 성실한 발펜서, '작은 거인' 송세라의 존재감은 반짝반짝 빛났다.
대한민국 여자에페 대표팀이 송세라의 우승을 축하하며 '1등'을 상징하는 포즈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왼쪽부터 강영미, 최인정, 송세라, 이혜인, 장태석 코치. 사진제공=대한펜싱협회
한국 여자에페 역사에서 이집트 카이로는 잊지 못할 '약속의 땅'이 됐다. 지난 4월 말 카이로에서 열린 에페그랑프리에선 최인정이 금메달, 송세라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었다. 3개월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최고 권위의 세계선수권에서 이번엔 송세라가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한국 여자에페의 힘을 전세계에 알렸다. '금메달만 따자'는 의미에서 서로를 '금둥이'로 부른다는 여자에페 대표팀의 시너지가 이번에도 통했다.
송세라는 경기 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우승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큰 행운이 저에게 온 것같아 너무 행복하다. 세계선수권에서 20년만에 여자에페의 역사를 다시 쓰게 돼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1라운드를 수비적으로 운영했는데 그 작전이 통하지 않아서 공격적으로 작전을 바꿨는데 독일 선수의 움직임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거기서 자신감이 더 생겨서 내 기술을 좀더 자신있게 했던 것이 통했다"며 우승 비결을 전했다. 톱랭커 최인정, 강영미, 이혜인과 함께하는 단체전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다짐했다.
한편 이날 함께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선 2연패에 도전한 '막내온탑' 오상욱(대전시청)이 8강서 룰리안 테오도시우(루마니아)를 상대로 눈부신 선전을 펼쳤으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인해 14대15, 한끗차로 메달을 놓쳤다. 14-14, 마지막 포인트에서 먼저 상대를 찔렀지만 심판은 인정하지 않았다. 투혼의 송세라가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따내며 '어펜져스'의 아쉬움을 떨쳤다. '펜싱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서비스하지 않는 영상입니다.→ [원문에서 영상 보기] https://news.sbs.co.kr/d/?id=N1006828153 세계 펜싱선수권 여자 에페에서송세라가 정상에 오르며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세계랭킹 3위인송세라는 결승에서 독일의 은돌로와 치열한 혈투를 펼쳤습니다. 종료...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대한민국송세라가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펜싱 선수권대회' 여자 에페 단체 결승전 대한민국과 홍콩과의 경기에서 홍콩 천웨이링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22.6.13/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