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마리우폴=AP/뉴시스]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전차들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외곽 거리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2.03.13.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러나 이런 예측과 달리 전쟁이 시작된지 2주가 지났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여전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방어는 예상보다 강했고 서방 국가들은 무기 공급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략적인 오류와 병참 부족, 우크라이나를 과소평가한 탓에 전쟁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멈추려는 외교적 시도는 일단 실패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신속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종 승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서방국가들은 앞으로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몇 가지 가능성을 정리한 것이다.
◆러시아의 승리 및 젤렌스키 정부 전복
러시아가 예상과 달리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냈지 못했지만 다수의 서방의 관료들과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군은 군사적인 손실 면에서 계산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러시아가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고 인구 밀집지역에 집속탄과 진공폭탄을 투하하면서 민간인 사망자 수도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장악 이후 러시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친러 정권으로 교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망명 정부가 수립되고 우크라이나에서 폭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 뉴시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원격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3.11.◆러시아의 부분적인 승리 및 우크라 분단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탈출 주선 제안을 거부하며 "비행기 좌석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국방 및 정보 관리들은 러시아가 짐령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으로 후퇴하는 것이 젤렌스키의 최종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르비우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수도로 지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군이 화력을 키예프 북쪽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용 가능한 결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언한 에세이를 작성했다. 그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하나의 민족이라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와 유럽에 가까운 서방을 분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협상 타결
지난 10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첫 고위급 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침공 사실을 부인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화학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으로부터 휴전 약속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면서 "러시아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다른 결정권자가 있다"고 말했다.
© 뉴시스 [안탈리아=AP/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터키 중재로 회담을 하고 있다. 2022.03.11이호르 조프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국장은 러시아의 병력 철수를 전제로 "외교적 해법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의 지위를 놓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지만 러시아의 중립화 및 비군사화 요구는 거부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고 양측 모두 손실이 커지는 수렁에 빠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합의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초점은 휴전이 그동안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확보한 지역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푸틴 대통령이 특정 지역으로 병력을 되돌릴지에 맞춰져 있다. 서방의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병력을 완전 철수하지 않으면 제재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퇴각과 푸틴의 몰락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저항력을 봤을 때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으로부터 무기를 계속 공급받으면 핵심 도시들을 장악하려는 러시아군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같은 교착상태와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푸틴 대통령이 실패한 침공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러시아를 22년간 통치한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 엘리트들 또는 러시아 군부나 정보 관리들 혹은 분노한 러시아 시민들의 소요사태로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 담당차관은 지난주 상원 외교 청문회에서 러시아 내부에서 푸틴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뉴시스 [모스크바=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경찰이다만 푸틴 대통령의 장악력은 사실상 독립 언론을 불법화하고 크렘린궁이 통제하는 언론 매체를 유일한 정보원으로 남겨둔 새 법률 통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나토-러시아 전면전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 내로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무기 지원과 대러 제재로 나토가 직접적으로 러시아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서방의 관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의 방공 능력을 감안할 때 나토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영공을 진입하자 마자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확대 위험은 여전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림궁 대변인은 나토의 전투기 지원 계획에 대해 "잠재적으로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부 보급선 공격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이번 전쟁에 개입하려는 국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푸틴은 군부에 핵 억지력을 고도의 경계 태세에 둘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