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0. 03:47ㆍ■ 인생/초고령화 사회
세차 갔더니 수건 든 70대 어르신들 나온다..이 세차장 정체
채혜선 입력 2021. 05. 09. 05:00 수정 2021. 05. 09. 06:18 댓글 379개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용인시 '에코스팀세차장 효' 직원 송성옥씨. 채혜선 기자
7일 오후 2시 경기도 용인시청 지하 1층 내 한 세차장.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6명이 나란히 서 있는 차 두 대에 증기를 쏘는 등 세차에 정신을 쏟고 있었다. 노란색 소나무 꽃가루로 지저분했던 차들은 청소 시작 30분 만에 새 차처럼 윤이 났다. 이곳 단골이라는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이맘때면 꽃가루 때문에 차가 금세 더러워지는데 그때마다 세차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면서도 “이곳은 주변 세차장보다 가격이 저렴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
세차장 이름에 ‘효(孝)’ 붙은 까닭
직원 임송행씨가 7일 용인시 '에코스팀세차장 효'에서 세차하고 있다. 사진 채혜선 기자
용인시청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는 165㎡ 규모의 스팀세차장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인기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여섯 달 동안 문을 닫았던 때를 빼고는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만 70세 이상 노인 16명(남성 15명, 여성 1명)이 일하고 있다. 세차장 이름이 ‘에코스팀세차장 효(孝)’인 이유다. 경기도와 용인시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9년 만들었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평일 하루 3시간씩 월평균 16회 일하고 한 달에 약 41만원을 받는다.
━
“늘어나는 단골 보며 뿌듯”
직원 송성옥씨가 7일 용인시 '에코스팀세차장 효'에서 세차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나이는 들었지만, 체력이나 실력은 젊은이 못지않다고 직원들은 자신한다. 직원 임송행(80)씨는 “젊은 시절 철공소에서 일하는 등 쇠를 다루는 일을 했다. 체력이 달리지도 않고 일이 힘들지도 않다”며 “마감했어도 보고 또 보며 일을 세심하게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차 3년 차를 맞으면서 어느덧 ‘세차 달인’이 됐다는 직원도 많다. 직원 송성옥(72)씨는 “어르신들이 세차를 꼼꼼하게 해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차다”며 “주변에 소문도 많이 났다. 차가 들어올 때마다 ‘내 차다’라는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세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어르신이다 보니 가끔 차를 덜 닦는 등 작은 실수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확실한 애프터서비스(AS)로 단점을 보완한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고객이 말하면 그 부분을 다시 청소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절반 가격으로 주변에서 인기”
세차장 직원들이 용인시 '에코스팀세차장 효'에서 세차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세차장은 평일인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이 없을 때는 현장 세차도 할 수 있다. 세차 요금은 주변 스팀세차장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브랜드 차량 기준으로 소형차 2만 2000원, 준중형차 2만 4000원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손님이 밀려오는 인기 세차장”이라며 “하루 평균 10~12대가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후 일자리가 주어진다는 건 노년의 기쁨이라고 세차장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아침 식사 후 나갈 데가 있다는 게 큰 행복이자 위안”이라는 것이다. 용인시는 이 세차장 외에도 올해 말까지 117억원을 들여 60대 이상 주민 3870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어르신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어야 다음 세대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며 “어르신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용인=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96
958
132
38
58
중앙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
- 친구 큰절에, 정민씨 "골든 건 네 잘못"…마지막 영상 미스터리
- KF-21 보라매는 이름만 3개…국방부 'K무기' 작명의 비밀
- '중남미 캐러번' 두려운 바이든…슬쩍 국경 닫고 역풍 맞았다
- "10년 넘게 봄마다 함께 휴가갔다"…빌 게이츠 전 애인 주목
- "오늘 도시락 뭐 시키지"…5인금지는 직장인 고민도 바꿨다
- "한국식 마케팅 통한다"···동남아에 깃발 꽂는 '네카라쿠배'
- 카페·짬뽕은 '굿' 숙박은 '별로'…국내 관광객이 평가한 강릉
- 吳 비서된 보수 유튜버···김남국 "일베" 이준석 "무슨 논리?"
- 학폭에 극단선택하는 아이들…日 '이지메 보험'까지 나왔다
- 남편은 7년째 수감 중인데…그와중에 아이 낳은 부부의 비밀
댓글 379MY
로그인 해주세요.
세이프봇 설정
설정 버튼
- 추천댓글도움말
- 찬반순
- 최신순
- 과거순
새로운 댓글 1
- daumchoi3시간전더불어사는 이웃 사회 사장님 마인드 멋지십니다
-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133댓글 비추천하기6
- 김영림3시간전열심히 사시는 모습 좋아요~~~
-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121댓글 비추천하기5
- 장수용3시간전이런것은 전국 지자체에 빨리 보급돼야 하는데.... 지역화펴도 받으면 소비도 이루어 지고 실버 취업자리도 생기고
- 답글3댓글 찬성하기278댓글 비추천하기6
더보기
새로고침
많이본 뉴스
- 뉴스
- 1위정민씨, 친구와 "골든 건은 니가 잘못한거야. 그건 맞지"..'골든' 무슨 뜻일까?
- 2위세차 갔더니 수건 든 70대 어르신들 나온다..이 세차장 정체
- 3위박용진, 9일 대선 출마 선언..대통령 취임식 있는 '국회 마당'에서
- 4위故손정민씨, 친구 큰절하는 영상에 남긴 의문의 말
- 5위결혼식장서 외친 "상간녀야!"..통쾌한 복수했지만 처벌은
- 6위윤석열에 유독 싸늘한 20대..안철수보다 못한 지지율 이유는
- 7위공매도 수익률은..잔고 1위 셀트리온 '마이너스'
- 8위"저희 부부는 딩크족입니다"..저출산 늪에 빠진 대한민국
- 9위故구자경 LG명예회장, 1년만에 드러난 '숨은 기부'
- 10위"오래된 보험은 깨는 게 아니다"..보험 리모델링 주의보
- 연예
- 스포츠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
- 故손정민씨, 친구 큰절하는 영상에 남긴 의문의 말
- '처신 잘못했다'며 여친 나체로 달리게 한 아르헨티나 남성
- 매일경제무사고라더니, 폐차급 아우디 3700만원에..'분노폭발' 사고차, 속지 않으려면
- 국민일보김부선, 이재명 어버이날 가정사에 "감성팔이, 역겨워"
- 머니투데이윤석열에 유독 싸늘한 20대..안철수보다 못한 지지율 이유는
- 한국일보"상습 얌체 주차 때문에 아이들이 위험하니 주민들이 뭉쳤죠"
- 데일리안'호남서 윤석열 지지율 심상치 않다'..여야 정치권 예의주시
- 뉴스1[단독]故구자경 LG명예회장, 1년만에 드러난 '숨은 기부'
- 세계일보유부녀에게 성매매 제안한 60대 택시기사.."남편에게 말해 일 크게 만들었다"
- 조선비즈文대통령 '극찬' 1분기 성장률 국제 비교하니..대만 절반 수준, 싱가포르보다 낮아
- 오마이뉴스길가에 웬 냉장고? 이게 다 코로나 때문
- 뉴시스코로나 시국에 공용간장 '오뎅 푹'..말리자 행패까지
'■ 인생 > 초고령화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위스 노인들이 요양원 대신 선택한 것 (0) | 2022.08.06 |
---|---|
월 58만원에도 존엄을 지키는 방법 (0) | 2022.07.01 |
"이제 60대, 참고 못산다"..코로나에도 '황혼이혼' 신기록 (0) | 2021.03.20 |
'노인 냄새' 줄이는 6가지 생활습관 (0) | 2021.03.11 |
울산서 실종 80대 노인, 하루 만인 설 당일에 숨진 채 발견 (0) | 2021.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