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9. 09:02ㆍ■ 국제/동남아 미얀마
[미얀마르포] "내 돈 찾기도 너무 힘들어요"..ATM 앞 곳곳서 장사진
이정호 입력 2021. 04. 29. 08:00 수정 2021. 04. 29. 08:50 댓글 63개
음성 기사 듣기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시중은행 직원들 시민불복종 운동 참여로 창구 업무 불가능해지자 ATM에 몰려
"통행가능 12시간 중 절반 날아가" 하소연도..'앞순서 번호표' 돈 내고 사기도
양곤 미얀마플라자 내부 현금인출기 앞에 늘어선 인출 대기자들, 이 줄은 내부 한쪽 면을 채우고 밖으로까지 연결되어 있다. 2021.4.27.[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것 중 하나는 은행 업무다.
쿠데타 이후로 많은 은행원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면서 시중 은행의 창구 영업이 거의 중지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몰린다. 어딜 가나 ATM 주변에 사람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ATM 기기는 한정돼 있고, 돈을 찾으려는 사람은 많다 보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현지 KBZ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군부가 쿠데타 직후 한 번에 30만 짯(약 24만원), 하루 최대 100만 짯(약 80만원)이던 ATM 인출 가능액을 단계적으로 줄여 현재는 하루 최대 20만 짯(약 16만원)에 불과하다.
새벽부터 줄 서 기다린 인출 대기자 행렬과 이들의 아침을 해결해주기 위해 등장한 모힝가 좌판 행상.2021.4.27.[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개인이 20만 짯을 찾으려면 돈을 인출할 ATM을 먼저 찾아야 하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며칠 전 찾은 양곤에서 가장 큰 복합 쇼핑몰인 미얀마 플라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에 입정한 상점 주인인 A씨는 기자에게 "ATM이 10대가 넘고 현금이 고갈되면 바로 보충해주고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 "그래서 현금을 찾으려는 인파의 줄이 건물 내부 한쪽 면을 다 채우고 밖으로까지 몇㎞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현금을 찾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ATM 내에 들어있는 현금이 동나면 그날은 그걸로 끝인 ATM이 대다수다.
개인이 고액인 200만 짯을 찾으려면 영업하는 은행 지점을 미리 수소문해야 한다.
오전 6시까지인 통금시간이 해제되자마자 줄을 서서 순서대로 QR 코드를 받아야 하고 그것도 하루 제한 인원이 30명~50명에 불과하다.
한 미얀마 가정주부는 기자에게 "급전이 필요해 위험을 무릅쓰고 통금 해제 시간인 오전 6시 전부터 가서 줄을 섰는데도 뒷번호를 받아 불안했다. 그래서 앞번호를 받은 사람에게 3만 짯(약 2만4천원)을 주고 번호를 바꿨다"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돈 찾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한국 회계법인의 미얀마 법인장인 B씨도 회사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직원이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다 QR코드를 받아 은행 지점에 예금 인출 서류를 제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6시간이었다"면서 "서류를 제출해도 며칠 내에 개별 전화 통보한다는 말을 듣고 돌아와 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 측에서 17일 만에야 전화로 날짜와 지점을 지정해줘서 2천만 짯을 겨우 인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에 12시간씩 통행금지가 시행되는 나라에서 개인이나 회사가 자기 돈을 찾으려면 통행가능 시간의 절반인 6시간을 사용해야 그나마 순번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민불복종운동(CDM)이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현지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이 은행 업무에 차질을 가져온 경우도 있다.
한 국내 은행의 미얀마 지점 창구 전경.2021.04.26.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지난 23일 기자는 양곤 시내의 국내 은행 미얀마 지점을 찾았다.
돈 찾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던 터라,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갔다.
그러나 은행 창구에 현지인 직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궁금했는데 곧 의문이 풀렸다.
최근 국내 은행 양곤 지점에서 일하던 현지 직원이 퇴근하다 군경 검문 과정에서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건 때문이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은행은 그 사건의 희생자가 일하던 은행은 아니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는 "그 사고를 계기로 현지 직원 출근은 최대한 자제시키고 있다"면서 "한국인 직원들로만 일 처리를 하다 보니 업무 처리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며 양해를 구했다.
창구 업무를 맡아 일하던 현지인 직원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날 기자가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나오는데 거의 2시간이 걸렸다.
쿠데타 전에는 차를 한잔 마시고 나와도 15분 정도면 충분한 업무였다.
미얀마에서는 당분간 은행 업무를 볼 때 이런 불편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미얀마 중앙은행은 각 시중은행에 다음 주부터는 정상 영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CDM에 참여 중인 은행원들에게 오는 29일까지 복귀 또는 사표 제출 중 하나를 고르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CDM에 참여 중인 은행원들의 결의가 쉽사리 꺾일 것 같지는 않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 분위기다.
2021340@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
5
5
94
28
연합뉴스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
- '장충동 족발거리 1세대' 뚱뚱이 할머니 별세 | 연합뉴스
- 신성록·전동석 코로나19 양성…뮤지컬 '드라큘라' 총 4명 확진(종합2보) | 연합뉴스
- "윤여정은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좀 다른 할머니" | 연합뉴스
- 미궁 속 일본판 '돈 후안' 살인사건…55세 연하 前부인 체포 | 연합뉴스
- 장제원 아들 래퍼 노엘 검찰 송치…이번엔 폭행 혐의[영상] | 연합뉴스
- '마우스' 등 출연한 배우 천정하 별세(종합) | 연합뉴스
- 초면 남성 집까지 따라가 살해한 40대女…2심도 중형 | 연합뉴스
- 초딩용 SNS 나온다는데…댁의 자녀라면 허용하시겠습니까[뉴스피처] | 연합뉴스
- "코인 투자 실패" 지난 주말 강원에서 20대 극단적 선택 | 연합뉴스
- '폭탄 발언' 정용진 부회장 "히어로즈 인수 원했지만 무시당해"(종합) | 연합뉴스
댓글 63MY
세이프봇 설정
설정 버튼
- 추천댓글도움말
- 찬반순
- 최신순
- 과거순
- 오월49분전80년5월 광주에 눈감았던 기렉이 21년 미얀마 학살에도 눈감고 시민들 불편함 기사라니..
- 답글1댓글 찬성하기142댓글 비추천하기8
- Hyes Min30분전우리나라에서도 이전 정권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 생각하니 무섭다...
-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31댓글 비추천하기11
- 하나45분전군부 잔혹 권력 희생보다 이슈거 겨우 은행업무 불편이라니.. 기사 수준 .. 어처구니 없다.
-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25댓글 비추천하기6
더보기
새로고침
많이본 뉴스
- 뉴스
- 1위한강서 실종된 대학생.."정성 다한 아들 찾아달라" 아버지의 호소
- 2위한달간 집요하게 문자 보낸 그녀..화이자 18억회분 쓸어갔다
- 3위"내 돈 찾기도 너무 힘들어요"..ATM 앞 곳곳서 장사진
- 4위한국 라면만 최고? 또 다른 세계 1위는 인도네시아 라면
- 5위껌 상자 뜯으니 황금열쇠..수원 집창촌 '악덕 3남매'의 128억
- 6위이건희 유산 60% 사회로.."통큰 기부, 역사에 남을 모범"(종합)
- 7위"내 땅 지나가지 마"..사유지 내 통행길 막으면 어떻게 될까
- 8위"화이자 생각도 안했다, 그래도 베팅했다" 이스라엘 막전막후
- 9위"한국보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나라, 노동 유연성·생산성 높아"
- 10위머스크 "도지파더" 트윗에 도지코인 20% 급등..비트코인은 보합
- 연예
- 스포츠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
- '전세금 1억' BJ에게 준 초딩..별풍선 얼마나 쏘길래 [이지효의 플러스 PICK]
- '성관계하려 돈번다'던 日부호 사망..55세 연하 부인 체포
- 오마이뉴스[단독] '나경원 딸' 학점만 급상승.. 다른 장애학생보다 두 배 이상
- 머니투데이"B형 혈소판 구해요" 애끓는 모정에 수혈 쇄도..아들 결국 숨져
- 뉴스1한끼 3000원도 안되는 식단에 '배식실패' 책임?..답답한 軍
- MBC[뉴스하이킥] "주거 침입 고발한 아파트 측 '합의해줄 생각 없어 법대로 해라?'"
- 이데일리고덕 아파트, '문앞배송' 원하더니 택배기사 고발.."주거 침입"
- 세계일보초면에 男 집서 술자리 중 '성관계 요구'에 살해 후 금품 훔쳐 달아난 女 2심도 '징역 13년'
- 연합뉴스"코인 투자 실패" 지난 주말 강원에서 20대 극단적 선택
- 한국일보'황금연휴 자숙' 호소에 분노한 日 시민들, 마스크 벗고 집단 술판
- 오마이뉴스[단독] 문 대통령 사저 예정지, 이번엔 "오십시오" 현수막
- 머니투데이[단독]코로나에 육군 '외출' 막히자..동성간 성범죄 49%↑
'■ 국제 > 동남아 미얀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항 정신은 영원할 것"..미얀마 시인, 장기 제거된 채 시신으로 (0) | 2021.05.10 |
---|---|
반군에 잇단 패배, 탈영도 늘어.. 미얀마軍 궁지 몰리나 (0) | 2021.05.07 |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경찰서 공격..경찰관 10명 사망 (0) | 2021.04.10 |
"'아동 학살' 안 했는데?" 미얀마 군부의 파렴치한 주장 (0) | 2021.04.10 |
"런던 한복판서도 쿠데타"..군부 비판한 대사 쫓겨나 (0) | 2021.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