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6. 15:11ㆍ■ 문화 예술/演藝. 방송人
아카데미 수상자 '영화배우' 윤여정의 여정
백승찬 기자 입력 2021. 04. 26. 10:59 수정 2021. 04. 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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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여주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연기경력 55년의 배우지만, 영화 출연은 상대적으로 과작에 가까웠다. 많지 않은 영화 출연작은 거장 김기영을 비롯해 홍상수, 임상수, 이재용 등 ‘작가 감독’들과 함께 했다.
영화 데뷔작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였다. 단란한 중산층 가정을 파괴하는 하녀 역할이었다. 이 작품이 인기를 끌자 윤여정은 이듬해 곧바로 김기영의 <충녀>에 또다시 출연했다. 20대 초반 신인 배우였던 윤여정은 한국영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거장과 함께 영화를 시작한 것이다. 윤여정은 김기영 영화 출연 경험에 대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하겠다고 결심했다”면서도 “이후 다른 감독들과 작품을 했더니 좀 심심하더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윤여정은 <화녀>로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이날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김기영 감독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영화 <화녀>의 윤여정(사진 왼쪽)
결혼과 함께 도미한 윤여정은 귀국후 박철수 감독의 <어미>(1985)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딸이 인신매매단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뒤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자, 범인에게 직접 복수하는 어머니 역을 맡았다. 윤여정은 면도칼, 가위 등을 사용한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사적 응징을 한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장은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건조하면서도 특별한 연기를 한다”며 “잊혀졌지만 재발굴돼야 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1980~90년대 주로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했던 윤여정은 2000년대 들어 다시 영화 출연을 병행했다. 2003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은 ‘영화배우’ 윤여정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작품이었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알코올 중독에 빠져있던 남편이 죽자마자 사귀던 남자친구와 재혼을 선언한다. 윤여정은 이후에도 임상수의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두 영화 모두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윤여정은 <하하하>(2010), <다른 나라에서>(2011), <자유의 언덕>(2014),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등 홍상수의 영화에도 다수 출연했다. 김민희, 유준상, 문소리, 정유미 등 젊은 배우들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선보였다. 윤여정의 연기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이재용의 <죽여주는 여자>(2016)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탑골공원의 ‘박카스 아줌마’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는 햄버거 가게 직원이 “계산 도와드리겠다”라고 말하자, 윤여정은 “돈 내줄 것도 아닌데, 도와주긴 뭘 도와주냐”고 혼잣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재용은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윤여정의 실제 말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영화 <하녀>의 윤여정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윤여정
정종화 팀장은 “윤여정은 안일한 캐릭터 해석에 머물지 않고 늘 새롭게 도전한다”며 “신뢰가는 감독이 그동안 없었던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저런 조건을 재지 않고 출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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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Yeo-Jong Yun국적한국수상2021.04.26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 외 31건작품미나리(2020), 헤븐: 행복의 나라로 (가제)(2020),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19), 그것만이 내 세상(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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