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6. 14:49ㆍ■ 문화 예술/演藝. 방송人
윤여정 '또박또박 영어' 오스카에서도 통했다.
송화선 기자, 오홍석 기자 입력 2021. 04. 26. 12:03 수정 2021. 04. 26. 13:55 댓글 215개
음성 기사 듣기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연기력으로 한 번, 화술로 또 한 번 인정받은 尹
● 102년 한국 영화사에서 첫 한국인 연기상
● “운이 좋았다. 한국인 배우 선호 때문에 상탔다”
●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일하라고 잔소리를 하니까요”
● 겸손하면서 유머 넘치는 영어…세계적 화제
● 언어교육전문가 선현우 “윤여정 씨, 영어 정말 잘 한다”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Gettyimages]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겠어요.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여러분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미국인들의 한국인 배우 선호 때문이겠죠(How can I win over Glenn Close. The reason I am here tonight is because I am little bit luckier than you. Also because of American hospitality for Korean actor)."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시상대에 올라 다소 상기된 채 소감을 이어갔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도 '또박또박 영어'로 겸손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우선 윤여정은 자신과 여우조연상을 놓고 경쟁하던 다른 후보들을 치켜세우며 자신을 낮췄다. 미국인들의 한국 배우 선호로 자신이 운 좋게 상을 탔다고 말하자 좌중은 폭소했다. 아카데미 상 후보에 8번 올랐지만 이번에도 고배를 마신 대배우 글렌 클로즈를 위로했다. 지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치켜세운 장면을 연상케 했다.
가수 조영남과의 이혼 후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어떤 배역도 마다하지 않았던 윤여정은 아픈 가족사도 유머로 승화시켰다.
"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제게 밖에 나가 일하라고 잔소리를 하니까요. (이 트로피가) 엄마가 힘들게 일한 결과물이란다(I would like to thank my two boys. Who make me go out and work. This is the result of mommy's hard work).
尹 영어 소감이 화제가 되는 이유
배우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레드카펫에 올라 웃음 짓고 있다. [뉴시스]
윤여정의 겸손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소감은 이전에도 지속해서 화제가 돼왔다.
"모든 상이 다 의미 있죠. 그러나 이 상은, 고상한 척 하기로 유명한 영국인들이 저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준 것이잖아요.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4월 11일 영화 '미나리'로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밝힌 수상 소감의 한 대목이다. 윤여정은 이날 시상식에서 자기 이름이 불리자 한동안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지 못했다. 이후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Every award is meaningful, but this one, especially being recognized by British people, known as snobbish people, and they approve me as a good actor, I am very happy. Thank you so much."
윤여정이 말을 마치자 영국 아카데미상 사회자는 허리가 꺾일 만큼 크게 웃었다. 많은 영국인 면전에서 그들을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했지만 윤여정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재치와 유머에 각계 찬사가 쏟아졌다.
미국 연예매체 '벌처'는 이 소감에 대해 "좌중을 웃기고 윤여정에게 반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또 다른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영국인들은 윤여정의 솔직하고 우스꽝스러운 평가에 기습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윤여정이) 이날 밤 가장 큰 웃음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카일 뷰캐넌은 자기 트위터에 "올해 시상 시즌 최고의 수상 소감"이라고 썼다.
‘미나리'를 통해 세계적 배우로 우뚝 선 윤여정이 최근 연기력 못잖은 세련된 화술로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역 없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하고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윤여정 특유의 인간적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66년 TBC 3기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결혼 후 1973년부터 1984년까지 약 11년 간 미국에서 살았다. 윤씨는 2009년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는 한국 사람이 없고 한국 슈퍼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환경에서 현지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실전 영어를 익힌 것으로 보인다. 언어교육 전문가 선현우 씨는 "윤여정 씨가 영어로 말하는 걸 들어보면 영어를 굉장히 편하게 구사하는 게 느껴진다"며 "쉬운 단어로 자기 의사를 명료하게 표현할 뿐 아니라 발음도 좋다. 외국인이 그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가 지금 영어를 제대로 하고 있나요?"윤여정은 이 실력을 바탕으로 세계인 앞에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겸손하고 꾸밈없는 태도다. 윤여정은 4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I don't know how to describe my feeling)"라고 말했다. 이후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특히 내 동료 배우들이 나를 최고의 조연배우로 뽑아줘서 영광스러워요. 제가 지금 영어를 제대로 하고 있나요? 제가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거든요(It is very, very honored. Especially by my actor fellow, choose me as a supporting actress. I don't know. Am I saying right? My English is not good.)"이라고 말하자 함께 후보에 오른 동료 배우들이 입을 모아 "완벽해요(Perfect!)"라고 소리를 쳤다.
윤여정은 이 자리에서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속편'),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등 같은 부문에서 경쟁한 할리우드 여배우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감사를 표했다. 영국 아카데미시상식 때는 이틀 전 만 99세로 별세한 필립 공(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에 대한 애도 인사를 전했다. 영어권 매체들은 이런 윤여정의 태도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벌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윤여정의 수상소감을 또 한 번 듣기 위해서라도 그가 오스카 상을 받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언어교육전문가 선현우 씨는 "윤여정 씨는 영어를 할 때 실수할까봐 쩔쩔매지 않는다. 유창하게 보이려고 어려운 단어를 골라 쓰지도 않는다. 자기가 잘 아는 표현으로 하고 싶은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윤여정 씨를 보며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좀 더 편하게 일상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시네마 제공]
송화선 기자, 오홍석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69
802
382
13
11
신동아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
- 보스 정치보다 못한 팬덤 정치
- [단독] “합참, 北 눈치 보느라 대통령 훈령 어겼다”
- 류호정 “민주당은 청년 가르치려 드는 기득권 정당”
- 美 유니콘 기업 꿈꾸는 제2 쿠팡을 찾아라!
- 진중권 “대깨문의 저주가 시작됐다”
댓글 215MY
세이프봇 설정
설정 버튼
- 추천댓글도움말
- 찬반순
- 최신순
- 과거순
- haechung1시간전축하합니다....윤여정씨....^^
- 답글1댓글 찬성하기85댓글 비추천하기1
- 비행선2시간전멋지다 라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시는 배우십니다. 존경합니다.
- 답글5댓글 찬성하기403댓글 비추천하기3
- 김자1시간전감히 한국인의 보편적 본성을 대표하였다고 말하고 싶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 답글1댓글 찬성하기144댓글 비추천하기2
더보기
새로고침
많이본 뉴스
- 뉴스
- 1위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유럽 언론 "진짜 챔피언"
- 2위윤여정 "인종 구분 말고 무지개처럼 색 합쳐 예쁘게 만들어야"
- 3위우량주 산 뒤 자라더니..비번 잊어 묻어둔 주식 13년새 100배
- 4위이러다 세계지도에서 대한민국 사라질라, 청년 10명 중 9명 '결혼은 선택'
- 5위박형준 "이명박·박근혜 사면" 말한 날부터 민주당 지지 응답 늘었다
- 6위햇빛도 시계도 없이 40일.."행복했다, 스마트폰 며칠 더 안볼 것"
- 7위美전문가 "日, 못 믿어..바이든,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반대하라"
- 8위윤여정 '또박또박 영어' 오스카에서도 통했다.
- 9위"강남 안 가는 GTX-D 웬말이냐"..8억이던 김포 아파트값 '뚝'
- 10위중국 대만 침공하면 미국이 막을 수 있나.."전력 80% 쏟아야"
- 연예
- 스포츠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
- 조영남·증조모 일화까지..美매체들 "오스카 유력 윤여정" 생애 조명
- 외신들 "윤여정, 오스카 새 역사"..재치있는 수상소감도 주목
- 오마이뉴스나영석부터 이재용까지, 지인들이 말하는 '윤여정'
- 경향신문[속보]앤서니 홉킨스, 프랜시스 맥도먼드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 수상
- 뉴스1미 언론들 "윤여정, 역사 썼다"..첫 한국 배우 오스카상 축하
- 문화일보윤여정 드레스코드.. 네이비 롱드레스에 업스타일 헤어로 '우아한 매력' 뽐내
- 아시아경제[속보] '미나리' 윤여정,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 뉴스1[속보]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 연합뉴스[속보] 윤여정 "아직도 정신 없다. 수상 생각 못했다"
- 연합뉴스[속보] 윤여정 "민폐되지 않을 때까지 영화 일 하면 좋을 것"
- 연합뉴스주요 외신, 윤여정 아카데미 수상에 "새 역사 썼다" 찬사
- 시사저널김무성 전 대표가 밝힌 '박근혜 탄핵' 비화
'■ 문화 예술 > 演藝. 방송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74세 노배우가 들어 올린 오스카..'예견된 이변' (0) | 2021.04.26 |
---|---|
한예리,오스카 드레스 700만원대 루이비통..치파오 No (0) | 2021.04.26 |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유럽 언론 "진짜 챔피언" (0) | 2021.04.26 |
"윤여정~" 외친 브래드 피트..여조연상 시상대 '깜짝 투샷' (0) | 2021.04.26 |
윤여정 "인종 구분 말고 무지개처럼 색 합쳐 예쁘게 만들어야" (0) | 202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