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가 아닙니다” 윤여정표 ‘뼈 있는 농담’ 오스카에서도 빛났다

“저는 개가 아닙니다” 윤여정표 ‘뼈 있는 농담’ 오스카에서도 빛났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2021.04.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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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로이터=연합뉴스

“냄새를 맡지 않았어요. 저는 개가 아닙니다.”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수상 직후 던진 ‘뼈 있는 농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서구 사회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날카롭게 꼬집는 윤여정 특유의 유머 감각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빛을 발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백스테이지 영상에 따르면, 윤여정은 이날 오스카를 거머쥔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대에서 내려오며 브래드 피트와 어떤 얘기를 나눴는가? 그에게선 어떤 냄새가 났는가?”라는 무례한 질문을 받았다. 윤여정은 단박에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좌중의 웃음을 자아낸 농담이었지만 질문 자체가 무례하고 비상식적임을 단번에 드러내는 날카로운 지적이기도 했다. 윤여정은 이후 태연하게 여우조연상 시상자이자 〈미나리〉의 제작자로서 시상식 무대에서 만난 브래드 피트에 대해 “무비스타인 그가 내 이름을 부를 때는 믿을 수가 없었다. 몇 초간 눈 앞이 캄캄해졌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날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도 서구인들의 무례한 태도를 넌지시 지적하는 뼈 있는 농담을 잊지 않았다. 윤여정의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에서 왔고, 윤여정이다. 유럽인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하겠다”는 말로 객석을 웃겼다. 그러면서도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특히 환대를 해주는 것 같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겸손과 품위를 잊지 않았다.

© 연합뉴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수상 직후 시상자이자 〈미나리〉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윤여정은 지난 11일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시상식에서도 “모든 상이 의미있지만 이 상은 고상한 척하는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여정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발언이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며 “아시안 여성으로서 나는 이 사람들(영국인)이 고상한 체 한다고 느꼈고, 그게 내 솔직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지난 12일 미국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제 두 아들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한다”며 미국 내에서 번지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아시아인, 한국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일하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운 발언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엄마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잔소리하는 두 아들, 너무 감사하다. 아들들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을 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는 농담을 하며 ‘워킹맘’에 대한 편견을 뒤집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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