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 만난 윤석열 "문대통령, 주변 강경파와 다르다"

2021. 3. 25. 06:46■ 인생/사람들

[단독]죽마고우 만난 윤석열 "문대통령, 주변 강경파와 다르다"

 

김민중 기자

 

2021.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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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3월 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김경록 기자

3월 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김경록 기자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죽마고우(竹馬故友)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 주변의 강경파 인사들과 다르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에 이어 2번째 외부활동

 

24일 학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22일 저녁 이 교수를 만나 만찬을 가졌다. 이달 5일 검찰총장에서 퇴임한 후 칩거를 해오다 지난 19일 101세 원로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두 번째 외부 활동이다. 

윤 전 총장이 “공직에서 물러났으니 이제 친구들을 만나려고 한다”며 이 교수에게 먼저 연락해 만남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윤 전 총장과 이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다닌 친구 사이다.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창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며 항명 논란에 휩싸이고 징계를 받을 당시 이 교수가 특별 변호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 교수의 아버지는 이종찬(85) 전 국정원장으로 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깊기도 하다.

 

 

 

윤석열 “현 정권에 복수심 없어…文에겐 감사” 

 

범진보 성향인 이 교수는 윤 전 총장과 2019년 8월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착수를 놓고 다툰 이후 서로 거의 연락하지 않다가 1년 반가량 만에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나는 어느 정부에서든 변함없이 검사로서 내 직분에 충실했다”며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할 때나,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할 때나, 서울중앙지검장을 할 때나, 검찰총장을 할 때나 똑같았다”고 말했다 한다. “윤 전 총장이 사실상 자신을 내친 현 정권에 복수심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자신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파격적으로 발탁해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감사하는 마음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검수완박은 일부 강경파 소망일 뿐 文 뜻 아닐 것”

 

다만 검찰 개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여권의 일부 인사들에 대해선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간다”며 비판했다고 한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은 수사 공백 등의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 ⓒ중앙일보 2019년 12월 2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12월 2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런 식의 검찰 개혁은 일부 강경파의 소망일 뿐 문 대통령의 뜻은 아닐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도 나왔다. “문 대통령과 강경파들을 분리해 생각한다”는 의미다.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에서나 친정부 인사 중에서 나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말도 했다고 전해진다. 

 

 

“조국 수사 반대하자 윤석열 전화기 던지더라”

 

죽마고우인 윤 전 총장과 이 교수 사이는 2019년 7월 검찰총장이 된 직후 멀어졌다고 한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2019년 9월 6일)를 앞두고 검찰이 조 후보 가족 수사에 착수한 걸 두고 심하게 언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 교수가 윤 전 총장에게 불편한 마음을 전하자 격론이 벌어졌고 윤 전 총장이 전화기를 집어던진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적폐수사’를 주도할 때도 이 교수는 수차례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정치와 법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잘 잡아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의 수사가 지나치게 법치만 앞세웠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중앙일보에 “사적인 만남이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전 총장을 평가해달라는 요구에는 친구로서의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 ⓒ중앙일보 2019년 4월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2019년 4월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정치 이야긴 안 했지만…정치 하면 잘할 것”

 

윤 전 총장이 정치하겠다는 이야기는 안 했나.

“그런 말은 못 들었다. 내가 캐묻지도 않았다. 조금이라도 친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아서다.”

 

윤 총장이 정치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나.

“친구가 정치에 투신하면 여러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윤석열이 검찰주의자라서 타협과 조율을 요체로 하는 정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내가 볼 땐 반대다. 친구는 형사 사법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의 사법화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보복 정치나 고소·고발 정치를 누구보다도 멀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경제나 외교·안보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다.

“친구는 검찰 내에서 경제를 다룬 경험이 가장 풍부한 사람이다. 금융과 자본 시장의 움직임, 기업 생태계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아마도 ‘애국적 국제주의’로 정의할 수 있는 노선을 지향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 나서면 도울 계획인가.

“사람이 구름떼처럼 몰려들 것이기 때문에 나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공정’ ‘실용’ ‘애국적 국제주의’ 같은 가치에 합치하는 전문가들을 가까이할 수 있게 조언할 용의는 있다. 나는 그저 친구일 뿐이므로 지켜보다가 쓴소리 좀 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확장성을 위해서라도 나를 포함한 서울대 법대 나온 사람들은 빠지는 게 좋아 보인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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