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가 16분 불만 쏟아내자.. 블링컨 "잠깐, 나도 말 좀 하자"

2021. 3. 20. 11:42■ 국제/세계는 지금

양제츠가 16분 불만 쏟아내자.. 블링컨 "잠깐, 나도 말 좀 하자"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입력 2021. 03. 20. 03:23 수정 2021. 03. 20. 04:01 댓글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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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알래스카 회담]
기자들 바로 앞에서 회담 내내 말폭탄.. "화약 냄새 가득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 대표단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토니 블링컨(오른쪽에서 둘째)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맨 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맞은편 자리에 양제츠(왼쪽에서 둘째)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맨 왼쪽)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우리가 당신네를 너무 좋게 생각했다. 당신들이 기본적인 외교 예절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8일 오후 2시쯤(현지 시각)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한 호텔에 마련된 미·중 고위급 회담장에 앉은 양제츠(70)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눈썹을 찌푸린 채 삿대질하듯 연신 오른손을 흔들며 말했다. 미국 측의 모두발언 내용이 외교 결례라고 따지는 그의 입에선 중국 측(中方)’ ‘미국 측(美方)’이란 외교 용어 대신 ‘우리들(我們)’ ‘당신네들(你們)’이란 구어가 튀어나왔다. 맞은편에 앉은 토니 블링컨(58)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44)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훈계'를 하는 듯한 말투였다. 양제츠와 함께 회담에 참석한 왕이(67)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우리가 출발하기 직전 미국이 새로운 (대중) 제재를 발표했다”면서 “손님을 환영하는 방식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다. 회담 전날인 17일 미국이 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 인사 24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회담 전 미·중 양국은 각자 2분씩 짧게 모두발언을 하기로 합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2분 27초간의 발언에서 중국이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약화시켜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승자 독식’의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2분 17초간의 발언에서 중국이 “경제적·군사적 강압으로 기본적 가치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항상 우리 친구들을 옹호할 것”이라고 했다.

통상 인사말 정도 오가는 모두발언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말이 나오자 양제츠는 격앙됐다. 그는 “중국은 평화, 발전, 공평, 정의, 민주, 자유의 전 인류 공동 가치를 주장해 왔다”며 “걸핏하면 무력을 사용해 세계 정세를 요동치게 만드는 미국과 다르다”고 했다. “세계의 대부분은 미국의 말이 국제 여론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양제츠가 “미국의 인권이 최저 수준에 있고 흑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양제츠의 발언은 16분 14초간이나 이어졌다. 왕이 외교부장도 4분 9초 동안 발언했다.

미·중의 고위급 회담 설전(舌戰)

원래 이날 미·중이 각각 모두발언을 한 뒤 취재 기자들은 현장을 떠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예정보다 훨씬 긴 모두발언으로 미국을 비판하자, 블링컨은 “잠깐만”을 외치며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잡았다. 그는 “길게 말했으니 우리도 말하겠다”며 양제츠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국무장관으로 거의 100국의 카운터파트와 얘기했다”며 “나는 당신네 정부가 취한 일부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듣고 있다”고 했다. 미국 측의 발언 뒤 기자들이 나가려 하자, 이번엔 양제츠가 영어로 “기다리라(wait)”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먼저 기본 예절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보는 앞에서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모두발언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양측 신경전은 장외(場外)로도 이어졌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중국 대표단은 (회담) 내용보다 공개적 연극과 드라마틱한 과시를 위해 온 모양”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며 “미국이 모두 발언 시간을 크게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설전(舌戰)은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두고 격화되는 미·중의 경쟁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안면 인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독재'를 세계에 퍼트리고 다른 나라를 강압하며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인권 문제도 거듭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파트너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최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 연합체인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도 열었다. 올해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는 중국도 물러설 공간이 없다. 신장·홍콩·대만·티베트 같은 핵심 문제에서 절대 밀리지 않을 태세다.

다만 양측은 기후변화, 핵 확산 방지 같은 일부 문제에서 협력할 뜻도 보이고 있다. 블링컨은 이날 미·중이 “가능한 영역에서는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양제츠도 “세계 주요 국가로서 함께 평화, 안정, 개발의 중요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18일 오후와 저녁에 두 차례 회의를 한 양국은 19일 오전 한 차례 더 만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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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휴19시간전중국은 평화, 발전, 공평, 정의, 민주, 자유의 전 인류 공동 가치를 주장해 왔다...ㅋㅋㅋ뭐? 확 그냥. 네들이 말하고 웃기지 않나? 아니지 양심도 없는 인간들인데. 그런 가치를 추구한다면 위구르, 티베트는 같은 민족은 독립하는게 맞다 .
  • 답글2댓글 찬성하기49댓글 비추천하기3
  • 스쿨존30KM21시간전짜장들 하는 꼬라지가 딱 내로남불당이랑 똑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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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꿀단지20시간전기사 제목만 봐도 조중동 어쩜 이리 자극적일까? 캬~
  • 답글2댓글 찬성하기16댓글 비추천하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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