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6. 07:35ㆍ■ 인생/사람이 사는 세상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가 울리면 '천사'가 옵니다
김준호 기자 입력 2020. 12. 26. 03:03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년 현금 다발·손 편지 두고 가.. 2017년부터 신분 숨긴 채 선행
발신 번호 표시가 제한된 전화, 정성 들여 쓴 손 편지 그리고 신문지로 둘둘 만 현금 다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엔 똑같은 방법으로 온정을 담은 ‘천사'의 선물이 도착한다. 몇 년째 모금회 직원들에게도 신분을 숨긴 채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발신 번호 표시 제한' 전화가 울렸다. 직원들이 급히 사무실 밖을 살피니 입구에 종이 가방이 놓여 있었다. 언제나처럼 신문지로 싼 현금 4652만원과 손 편지가 고이 담겨 있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익명의 기부자는 직원과 통화에서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작년보다 금액이 줄었다”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내 기부가 어려운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위로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수 써 내려간 편지엔 특별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산모들에게 이 성금이 쓰이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내년 연말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첫해 2억5900여만원을 시작으로, 2018년 6000여만원, 작년 5500여만원, 올해 5300여만원 등 4년간 모두 8차례 기부했다. 총 금액만 4억2916만2470원이다.
액수가 클 땐 종이 가방에 현금과 손 편지를 담아 직접 공동모금회 사무실 앞에 두고 간다. 그러곤 발신 번호 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건다. 직원들이 성금을 찾았다고 답하면 짧은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는다. 직원들은 그가 기부금을 전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싶은 대상과 이유를 적어둬 인상 깊다고 말한다. 지난 연말엔 “가난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과 독거 노인의 긴급 의료비로 쓰이길 바란다”며 5000여만원을 남겼다. 그해 5월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직후엔 “희생자들과 가족분들에게 써달라”며 500만원을 건넸다.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화 속 목소리가 ‘비교적 나이 많지 않은 남성'이란 정도다. 성금에 10원짜리 동전까지 들어있는 걸 보면 매년 기부를 위해 적금을 넣는 게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신희정 팀장은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또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할 때면 꼭 정성껏 쓴 편지와 마음을 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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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장미59분전
우리도 감동인데 기부하시는분의 감동은 몇배가 되겠지요 아마 그런감동때문에 기부를 이어가시겠지요 익명의 분이지만 저도 감사를 전합니다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15댓글 비추천하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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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58분전
뽄 좀 봐라 욕심쟁이 정치이는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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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희49분전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31댓글 비추천하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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