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1. 15:00ㆍ■ 국제/중국
시장 바닥 공부방서 열공하는 中7세..그 모습이 착잡한 당국
유상철 입력 2020.05.11. 10:48 수정 2020.05.11. 11:42
시장 반찬 파는 매대 아래 공부방 차려
노트북 구입해 온라인 학습에 매진
엄마는 장사하는 틈틈이 공부 봐 줘
코로나로 올 여름 대졸자 절반 미취업
中, 취업 지원 '100일 스퍼트' 작전 돌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홍역을 앓은 후베이(湖北)성 서남부에 위치한 우펑(五峰)현은 소수민족인 투자(土家)족자치현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수도 있는 차세대 지도자 후춘화(胡春華, 57) 부총리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후춘화는 16세 때 우펑현 문과(文科) 수석의 성적으로 베이징대학 중문과에 입학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우펑현이 배출한 첫 베이징대학 합격생이다. 후는 우펑고교 재학시절 ‘지식이 운명을 바꾼다’는 글을 학교 잡지 ‘문심(文心)’에 실었다.
“꿈이 있고 지식이 있으며 실천할 용기가 있다면 그 사람은 희망이 있다”고 그는 적었다. 역경 속 배움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 후춘화 정신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고향에 살아있는 듯 시장 한복판에서 공부에 매진하는 한 꼬마의 사진이 중국서 큰 화제다.
중국 신화사와 인민일보 등은 최근 우펑현위양관(漁洋關)진 시장에서 공부하는 7세 소녀 커언야(柯恩雅)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했다. 초등학교 1년생 커언야의 공부방이 시장에 차려진 건 지난 4월 3일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며 생산 활동이 재개되면서다.
시장에서 고기와 야채 등 반찬거리를 파는 커언야의 부모는 코로나로 인해 등교하지 못하고 인터넷 수업을 해야 하는 딸의 학업을 돌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시장 매대 아래를 개조해 공부방을 만들었다.
매대 삼면에 철판을 두른 뒤 그 아래 책상을 놓고 책상 위엔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도록 비록 중고이긴 하지만 노트북을 구입해 올렸다. 장사하는 틈틈이 엄마 자오웨이웨이(趙瑋瑋)가 공부를 봐 주며 숙제 검사도 한다.
이렇게 공부하기를 이미 한 달이 지났다고 한다. 얼마 전 학습 지도 방문을 나온 선생님 위원옌(余文艶)은 “성적과 글쓰기, 암기 능력 모두 향상됐다”며 커언야를 칭찬하기도 했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일어서다가 머리가 매대 아래 부딪히는 걸 빼곤 공부하는 데 별문제가 없다고 커언야는 웃는다. 신화사는 “매대 위는 생활, 매대 아래는 미래”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중국 네티즌은 커언야의 공부 모습이 장하고 귀엽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는 중국 당국의 최근 심정은 착잡하다. 뜻밖의 코로나 사태로 구직 문이 대폭 좁아졌기 때문이다. 올여름 847만 명의 학생이 대학 문을 나서지만, 이들 중 아직도 절반 정도가 일거리를 찾지 못했다.
이에 지난 6일 중국 당국은 교육부와 인력자원사회보장부, 공업정보화부 등 모두 6개 부문이 공동으로 오는 5월부터 8월 중순까지 ‘100일 스퍼트’ 작전을 시행해 진학과 취업을 지원하는 10대 행동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10대 행동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취직이 어려울 경우 공부를 더 하도록 하기 위해 석사 연구생을 예년보다 18만 9000명을 더 뽑는다. 또 전문대 졸업생의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을 유도하기 위해 그 입학 정원을 지난해보다 무려 32만 2000명이나 더 늘렸다.
또 대졸자 40만 명을 선발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로 우선 일하게 하기로 했다. 국유기업에 대해선 올해와 내년에 가능한 많은 신입 사원을 뽑도록 촉구했으며 중소기업엔 신규 직원 채용 시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각종 창업 행사를 열어 대학 문을 나서는 이들의 혁신적인 창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기도 하다. 코로나 영향으로 지방 정부의 위생 부문에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또 입대의 문도 활짝 열겠다고 했는데 이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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