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기부금 어디에 썼는지 몰라"의혹에.. 영수증 내보인 정의연

2020. 5. 9. 01:20■ 인생/사람들

이용수 할머니 "기부금 어디에 썼는지 몰라"의혹에.. 영수증 내보인 정의연

김현종 입력 2020.05.08. 18:08 수정 2020.05.08. 19:28

1억 송금 증거 공개… ‘위안부 합의’ 사전 인지 의혹엔 윤미향 “정부가 일방통보” 반박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정의기억연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전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신랄한 비판에 대해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위안부 성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할머니에게 1억원을 전달한 영수증까지 공개하며 반박했다.

정의연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올렸다. 이 할머니가 하루 전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주부터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의연과 4ㆍ15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에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을 정면 비판하자 내놓은 반론이다.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기부금 사용내역에 대해선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받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고 있다”고 투명성을 강조했다. 또 이 할머니에게 1992년 생활지원금으로 100만원, 2017년 백만시민모금으로 조성한 기금 중 1억원을 전달했다는 증거도 공개했다. 이외에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 쉼터 제공 △신고 전화 운영 △재정ㆍ의료 지원법 제정 운동 등에 성금을 썼다고 설명했다.

정의기억연대가 8일 공개한 송금 영수증. 2017년에 이용수 할머니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정의연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들과 정의연이 지난 30년간 운동의 역사 속에서 맺어온 관계는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정의연 활동가들은 할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도 ‘한일위안부 합의 발표 전 윤 이사장이 일본의 10억엔 출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이 할머니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윤 당선인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위안부 합의) 발표 전날 외교부가 기자들에게 엠바고 상태로 뿌린 것과 같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고 이날 본보에 밝혔다. 그는 “(외교부의 일방 통보는) 의견수렴이 아니었다”며 “소녀상 철거와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에서 미언급 등은 (발표 당일) 이 할머니와 함께 처음 들었다”고 설명했다. 발표 전 외교부의 합의 내용에 수긍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선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의연의 지난해 결산 공시자료를 보면 개인과 법인의 기부금(7억6,584만원)에 정부 보조금(5억3,796만원), 기타 수익 등을 합친 정의연의 연간 수익은 14억600만원이다. 공익목적사업에는 약 14억2,400만원이 사용됐다. 장학금과 지원금 등 수혜자에게 직접 지급된 건 5억4,790만원이다. 인건비로 3억4,050만원, 광고ㆍ용역 등 기타 비용으로 5억2,480만원이 쓰였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mailto:bell@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mailto: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