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대 배상소송 제기한 베트남인 "학살 인정하라"

2020. 4. 23. 14:50■ 大韓民國/KOREA

[인터뷰] 한국 상대 배상소송 제기한 베트남인 "학살 인정하라"

민영규 입력 2020.04.23. 11:49

응우옌 티 타인 씨, 21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배상 청구 소송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우리 마을에서 가족과 이웃 등 74명이 죽고, 수십명이 부상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군이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바랍니다."

베트남전 당시 파월 한국군에 의해 가족이 학살당했다면서 21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처음으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베트남인 응우옌 티 타인(60·여) 씨가 23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화상으로 기자회견 참여한 베트남전쟁 피해자 민변베트남TF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 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응우옌 티 타인 씨는 베트남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번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산하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대리했다.

타인 씨는 8살이던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디엔반현의 한 마을에서 한국군이 쏜 총탄에 어머니와 남매 2명을 잃었으며 본인과 오빠도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증언하는 피해자 지난해 4월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을 기록한 전시회에 참석한 베트남 피해자 응우옌 티 타인 씨가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울먹였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베트남 정부도 한국 측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을 때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참전과 민간인 학살 등의 문제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쩐 다이 꽝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은 이에 대해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타인 씨와의 일문일답.

--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 가족을 포함해 한국군이 죽인 죄 없는 사람들의 명예를 찾아주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와 한국군이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바란다.

-- 어떤 피해가 있었나.

▲ 8살이었던 1968년 2월 12일 오전 8시께 발생했다. 4남매를 혼자 키우던 어머니가 일하러 가다가 한국군에 의해 숨졌다. 4남매 가운데 나와 오빠 1명만 살아남았지만, 둘 다 한국군이 쏜 총탄에 부상했다. 마을 사람 74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주로 전쟁에 대해 전혀 모르는 노인, 여성, 어린이였다.

-- 가해자가 한국군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

▲ 옷차림과 철모를 보고 알게 됐다. 당시 한국군이 몇 명이나 왔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많았다. 왜 그렇게 학살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 가족을 잃었고, 온 마을 사람이 학살당한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 원하는 배상은.

▲ 한국 정부와 한국군이 학살 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한국 정부가 배상한다면 받겠지만, 금전적인 배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취재 보조 타인)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