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0. 13:15ㆍ■ 大韓民國/경제 금융
"코로나 이후 한국은 '첨단제품 세계공장'이 된다"
입력 2020.04.20. 11:13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지형에 단층이 형성된다.
생필품 제조업은 국산화 바람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첨단기술 분야는 글로벌화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기술 경쟁력과 신뢰성을 갖춘 나라 가운데 하나!
글로벌 기업 경영자가 믿고 생산을 맡길 만한 곳이 됐다.
“글로벌 경제지형이 이중 구조로 바뀐다.”
지리경제학의 대표학자인 장 폴 로드리그 미국 뉴욕의 호프스트라대 교수의 말이다. 중앙일보가 포스트코로나(코로나 사태 이후) 이후 어떤 경제지형이 형성될지 알아보기 위해 요청한 전화 인터뷰에서다. 그는 교통과 물류 시스템을 중심으로 경제지도를 연구하는 학자다.
Q : 지리 경제학자의 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비치나.
A : “경제 자체가 사실상 정지됐다. 여기 뉴욕을 중심으로 말하면 수요가 증발했다. 생산활동 사실상 정지됐다. 그 바람에 업무용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사무실이나 상점 임대 시장이 붕괴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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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부문도 코로나19에 타격받고 있다
Q : 업무용 부동산 시장이 타격받을 정도인가.
A : “사람의 이동이 거의 없다. 뉴욕 여기저기에 가득했던 관광객이 거의 사라졌다. 레스토랑 등이 거의 폐업 상태다. 직원들을 내보내고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많다. 뉴욕 차이나타운은 늘 북적였다. 하지만 지금은 고요하다.”
Q : 온라인 상거래 등은 이뤄지고 있지 않나.
A :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는 아주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소비자는 클릭하면 되지만, 물건을 가정에 배달하기까지는 많은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다.”
Q : 이른바 '비대면 거래' 등도 코로나19에 타격받고 있다는 말인가.
A : “비대면 거래라고 해서 코로나19에 면역이 있지 않다. 물류센터를 상상해보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택배 회사 직원과 접촉하지 않을 수 있지만, 물류 센터 등은 대면 접촉이 많이 이뤄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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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방임주의가 약해진다”
Q :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우리가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A : “삶과 죽음 같은 이분법은 코로나 이후 세계를 예측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포스트-코로나 세계가 이전과 완전히 다를 것이란 예상은 틀린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아주 이례적인 사건이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은 남길 것이다.”
Q : 어떤 흔적을 남길까.
A : “경제 부문 가운데 규제와 명령이 강화되는 곳이 늘어난다. 에너지와 제약 등 전략적인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명령이나 규제가 아니더라도 자국 내 생산(국산화)이 늘어나는 부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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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국산화가 활발해진다”
Q : 어떤 부문에서 국산화가 본격화할까.
A : “생필품 부문에서 국산화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지금까지 생필품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전제로 저임금 지역을 찾아 이동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Q : 누구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가.
A : “글로벌 기업 경영자의 생각이다. 월마트 등 초대형 유통회사는 중국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값싸게 팔아왔다. 하지만 중국과 베트남 등 신흥국이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하지 드러났다. 신흥국이 안정적인 생산기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곳이란 인식이 강화됐다.”
Q : 무슨 말인가.
A : “기자가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라면, 전염병 상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곳에 생산시설을 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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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투명성과 신뢰란 새로운 자산을 갖게 됐다”
Q : 국산화가 강해지는 포스트-코로나 경제지도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딜까.
A : “한국은 저임금을 활용해 생필품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최근까지 중국 등에 치여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지 않은가. 하지만 반도체와 조선산업,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산업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글로벌화가 계속된다.”
Q : 글로벌 경제지형에 뚜렷한 선이 그려진다는 말로 들린다.
A : “비유적인 말로 얘기하면 단층(fault line)이 나타날 것이다. 기술력이 중요하지 않은 분야는 국산화하고, 첨단 분야는 글로벌화가 이어지는 구조다.”
Q : 한국에 포스트-코로나 세계가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A : “한국은 기술력뿐 아니라 투명성도 갖춘 나라다. 투명성과 신뢰는 한국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얻은 새로운 자산이다.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아주 선호하는 나라가 됐다.”
Q : 한국이 어떻게 투명성과 신뢰란 자산을 활용하면 좋을까.
A : “구체적인 플랜을 짜는 일은 내 능력 밖이다. 다만, 내가 한국 정치ᆞ경제 리더라면 ‘첨단제품의 세계공장’으로 브랜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 공장이 될 만한 곳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 장 폴 로드리그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부모도 캐나다인이지만 프랑스계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 『세계 경제공간: 선진 경제와 세계화』를 프랑스어로 먼저 쓸 정도다. 1994년 몬트리올대학에서 지리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교통을 중심으로 경제 공간을 분석한다. 요즘은 글로벌 공급망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위기 직전 버블 커브를 만들어 유명해졌다. 국내에선 민스키 모델로 불리는 곡선의 실제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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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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