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3. 08:44ㆍ■ 우주 과학 건설/宇宙
코로나의 역설.. 인간이 멈추자 지구가 건강해졌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4.03. 03:02 수정 2020.04.03. 04:25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최근 ‘세계의 굴뚝’이자 코로나19 사태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의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국가가 강력한 이동 제한 명령을 시행하는 유럽 지역의 대기 질도 크게 좋아졌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인간 활동을 제약하고 있지만 그 결과 오히려 지구촌의 공기가 맑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수집한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2월 한 달간 중국에서 화석 연료 소비로 발생하는 대기 중 이산화질소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헬싱키 소재 에너지및청정대기연구센터가 위성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활동은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40% 줄었다. 올해 2월 중국 내 석탄 소비는 최근 4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 소비도 3분의 1 이상 줄었다. 이 기간에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25%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이산화질소 농도 비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비교했다. 지도 위에 짙게 표시된 부분이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은 곳이다. 1월에는 중국 전역에서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았지만, 2월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확연히 줄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
중국의 대기 질 개선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세먼지 ‘매우 나쁨(m³당 51μg·마이크로그램 이상)’인 날이 단 이틀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18일이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석탄을 덜 쓴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ESA가 운용하는 지구관측 위성 ‘센티널-5P’의 데이터 분석 결과 유럽의 대기질 개선도 확인됐다. 이 위성에는 대기 중 입자에 햇빛이 반사될 때 파장과 색상을 분석하는 분광 장비가 있다. 이를 통해 이산화질소, 오존, 포름알데히드, 이산화황, 메탄, 일산화탄소를 탐지할 수 있다.
화석 연료 소비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 농도는 바람의 방향이나 풍속이 변할 때 유동적이다. 최소한 10일 정도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인간 활동에 따른 변화의 영향이 보인다. ESA는 “10일간 데이터를 집계해 분석한 결과 이탈리아 북부 이산화질소 농도가 상당 수준 감소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영국, 스페인, 독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함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5%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탄소 배출량도 이에 따라 1.2%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OECD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나 온라인 회의 등이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현재의 글로벌 비상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적, 경제적 활동의 변화 양상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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