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 14:03ㆍ■ 문화 예술/미술 그림 조각
조선시대 화가들이 그린 '기묘한' 백두산
노형석 입력 2020.03.02. 13:27 수정 2020.03.02. 13:47
겨레의 성산 백두산을 조선시대 옛 화가들은 어떻게 묘사해 그렸을까.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는 최근 펴낸 <한국서화도록> 27집에 백두산을 비롯한 함경도, 평안도 일대의 북한 명승지를 그린 18~19세기 실경산수그림의 도판들을 대거 공개했다.
이재호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알려지지 않은 북한 지역의 조선후기 실경산수화를 소개하고 최신 연구성과와 상세한 해설, 근대기 사진자료까지 실어 조선시대 명승그림의 면모를 새롭게 알렸다는데서 도록 발간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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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그림 속 북한 명승 찍은 유리건판사진도 나와
겨레의 성산 백두산을 조선시대 옛 화가들은 어떻게 묘사해 그렸을까.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는 최근 펴낸 <한국서화도록> 27집에 백두산을 비롯한 함경도, 평안도 일대의 북한 명승지를 그린 18~19세기 실경산수그림의 도판들을 대거 공개했다.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이 백두산과 산 꼭대기의 큰 연못인 천지의 그림이다. 문인 남구만(1629~1711)이 가려 뽑은 함경도 명승 10곳을 사생해 그린 화첩 <관북십승도>에 8번째 폭으로 들어있다. 조선시대 산수그림 가운데 백두산과 천지를 묘사한 것들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희귀한 작품이다.
화첩 속 백두산은 오늘날 한국인들이 익히 알고 있는 성산(聖山)의 실제 면모와는 큰 차이가 난다. 비교적 좌우대칭을 이룬 허연 암산들이 규칙적으로 중첩되어 정점을 이룬 형세에, 화폭 위 가운뎃부분의 암봉 안에 동그란 연못 모양 천지를 품은 모양새가 특징적이다. 함경도 험지 갑산의 괘궁정이란 곳에서 바라본 개마고원 위의 백두산 조망을 담은 것이라고 전한다. 사진으로 포착하거나 현대 화가들의 사생으로 그린 오늘날 백두산의 장대한 산악 풍경과는 이질적일 정도로 달라 보여 일반인은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대칭적인 암봉들 아래엔 문양 같은 구름들이 연속적으로 그려져 궁중회화의 전형인 일월오봉도의 장식적 요소와 맥이 닿는 부분도 있다. 이는 당대 나라의 화원들이 백두산의 장엄한 산세와 신비스러운 천지의 전경을 눈으로 목격한 경치에 가깝게 옮기지 않고, 산에서 느껴진 위엄과 권위의 인상을 마음 속 관념의 틀에 맞춰 이미지로 빚어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화첩은 지난해 7~11월 박물관 상설관 서화실에서 조선 실경회화 특별전과 연계된 작품으로 선보인 바 있다. 특별전 출품작은 아니어서 전시기간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는 않았다.
<서경명승첩>은 조선 서북지방의 중심지 평양과 인근의 명승들을 화폭에 담은 화첩이다. 그동안 일부 연구자들의 논문에서 다뤄졌으나, 도록을 통해 전모를 내보인 건 처음이라고 한다. 황해도 해주의 명승지 부용당을 그린 〈부용당도〉또한 도록으로는 처음 공개된 주목작이다. 부용당은 해서 팔경의 하나로 꼽힌 정자로 옛 해주읍성 안 서문 근처에 1500년께 세워진 건축유산이다. 조선후기 해주의 실제 정경을 포착한 그림이 오늘날 거의 전해지지 않는 실정이어서 이 부용당 그림은 역사지리적 가치가 크다.
<관서십경도>는 평양 부벽루와 안주 백상루, 성천 강선루, 의주 통군정 등의 관서 지역 명승을 지역의 풍광 특색에 맞게 묘사한 격조 높은 화첩이다. 문화재수집가 동원 이홍근(1900~1980)의 옛 소장품으로 상설관 전시와 지방박물관 기획전 등에 여러차례 소개됐던 명품이다. 이밖에 경북 구미와 안동을 비롯한 낙동강 상류의 명승지 8곳을 그린 19세기 실경산수화 <산수팔경도> 8점도 도록에 실려 오늘날 사라진 ‘노자정(鸕鷀亭)’ 등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도록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피디에프(PDF) 파일로 바로 검색할 수 있다. 화첩 속 북한 지역 일부 명승들을 일제강점기 찾아가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들도 함께 실려 비교감상을 돕는다. 이재호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알려지지 않은 북한 지역의 조선후기 실경산수화를 소개하고 최신 연구성과와 상세한 해설, 근대기 사진자료까지 실어 조선시대 명승그림의 면모를 새롭게 알렸다는데서 도록 발간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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