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삼봉산에 못보던 새끼 반달가슴곰이.. 목엔 올무 흔적

2019. 12. 4. 15:11■ 자연 환경/동물 새

무주 삼봉산에 못보던 새끼 반달가슴곰이.. 목엔 올무 흔적

김정연 입력 2019.12.04. 12:02

지난해 5월 지리산에서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하다 경남 거창 지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던 지리산 반달가슴곰(KM-53). 반달가슴곰들이 지리산을 벗어나 백두대간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거창군 제공=연합뉴스]
9월 2일 무주 삼봉산에서 촬영된 새끼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전라북도 무주군 삼봉산에서 3~4세 새끼 반달가슴곰이 무인카메라에 포착됐다.
삼봉산은 기존에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고 알려진 무주 덕유산과 경북 김천 수도산 사이에 있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일 삼봉산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새끼 반달가슴곰이 찍혔다”며 “귀에 발신기를 달았던 흔적이 없어, 현재 환경부 자료에 등록되지 않고 자연에서 태어난 개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반달가슴곰은 크기 등으로 보아 3~4세, 엄밀하게는 '새끼'와 '성체'의 중간인 '아성체', 사람으로 따지면 어린이·청소년 정도로 추정된다.


겨울잠 대비 먹이 먹는 모습… 목엔 올무 흔적
삼봉산 반달가슴곰 영상 캡쳐. 목에 얇은 흰 띠는 올무에 묶였던 흔적으로 추정된다. 귀 양쪽에는 노란색이나 주황색의 표지가 보이지 않아, 발신기가 없는 새로운 개체로 추정된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새끼 반달가슴곰이 앞발로 낙엽이 덮인 바닥을 헤치며 코를 박고 뭔가를 찾는 모습이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정승준 부장은 “동면을 앞두고 먹이를 많이 먹기 위해, 좋아하는 애벌레‧곤충 등을 찾고 있는 모습”이라며 “목에 가는 끈이 보이는데, 올무에 걸렸다가 끊고 도망친 흔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이준희 생물다양성과장은 “지난해 ‘새끼 반달가슴곰을 봤다’는 제보가 있었는데, 그 위치와 거의 일치한 지점에서 찍혔다”며 “동면 전 반달가슴곰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생포하거나 털을 확보하고, 생포했을 경우 유전자검사‧건강검진‧발신기 부착 후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이번에 반달가슴곰이 발견된 삼봉산은 지리산과 직선거리 50㎞, 수도산까지 15㎞, 덕유산 국립공원 경계까지 2.7㎞ 떨어진 지점”이라며 “올해 6월 장수 장안산에서 발견된 적 있는 새끼 반달가슴곰의 위치와는 35㎞ 떨어져 있어, 자연에서 번식한 또 다른 개체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에 발견된 새끼 반달가슴곰은 RM-02와 KF-27의 수컷 새끼(2012년생 또는 2014년생)로 확인된 바 있다.


지리산·덕유산 넘어 백두대간 쪽으로… "생태축 회복 신호"
지리산 반달가슴곰 [중앙포토=국립공원공단]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동물이자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취약’ 등급으로 분류한 희귀종이다.

현재 국내에는 야생에 방사한 67마리,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 내에 18마리 등 총 85마리가 있다.
이번에 발견된 새끼 반달가슴곰의 생체정보가 확인되면 국내에 있는 반달가슴곰은 총 86마리가 된다.

정 부장은 “곰은 이동 반경이 넓기 때문에 계속 삼봉산에 머물지, 다른 산으로 옮겨갈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번에 삼봉산에서 새로운 곰이 발견된 사실은, 민주지산-덕유산-수도산-가야산으로 연결된 권역이 반달가슴곰의 서식에 적합한 생태축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6월 15일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이 경북 대덕면 수도산 자연휴양림 뒤편 해발 750m 정상 부근에서 원통형 트랩을 설치해 생포한 새끼 반달가슴곰. 지리산에서 살던 곰이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한 것이다. [중앙포토]
이호중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국장은 “반달가슴곰이 백두대간을 따라 서식지를 확대하는 것은 한반도 생태계 연결의 청신호”라며 “앞으로 민주지산-덕유산-수도산-가야산 권역의 반달가슴곰 관리 계획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달가슴곰이 발견된 산 인근 탐방객과 주민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강재구 생물종보전원장은 ”반달가슴곰과의 충돌 예방을 위해 탐방객과 지역주민은 단독 산행을 자제하고, 해가 지기 전에 정규 등산로만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