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좌우로 두번..스마트폰 어디까지 접을 수 있니?

2019. 11. 25. 04:42■ 통신 인터넷 우편

가로·세로·좌우로 두번..스마트폰 어디까지 접을 수 있니?

송경화 입력 2019.11.24. 17:46 수정 2019.11.25. 02:36

폼팩터 혁신, 시장 창출
폴더블폰 시장 내년 320만대에서
2023년 3680만대 이상 확대 예상
안으로..밖으로..
삼성 갤럭시폴드·화웨이 메이트X
중국서 '2초 완판' 등 접전 속
화웨이 "영하서 접지말라" 기술 한계
두 번 접는 시대 온다
샤오미, 좌우 '더블폴딩' 특허 내고
엘지·TCL은 Z형태로 더 작게
애플 폴더블은 2021년 출시 전망
그래픽_김지야

책처럼 세로로, 안으로 접었다가 밖으로도 접어본다. 조개껍데기처럼 가로로 접어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알파벳 제트(Z) 모양으로 두 번 접으면 더 작아진다. 여닫이문처럼 양쪽에서 두 번 접는 것도 시도해 본다. 종이가 아니라 ‘접는’ 스마트폰 얘기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올해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폴더블 스마트폰’이 기술 발전으로 인한 교체 주기 증가와 전세계적 인구 감소 등으로 정체 국면에 놓인 휴대전화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10월 자료를 보면 폴더블폰 시장은 내년 320만대에서 2023년 368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폴더블 제품을 내놓을 기업들이 크게 늘면서 예상치가 현재보다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문 연 삼성, 추격자 화웨이…‘한중 대결’

시작은 삼성전자였다. 기술 결함으로 한 차례 출시를 미뤘던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새 폼팩터(제품 형태) 갤럭시폴드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으며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의 문을 열었다. 디스플레이를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택했다. 16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와 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등 6개의 카메라를 탑재했고 12기가바이트(GB) 메모리에 512GB의 저장 공간을 갖추는 등 고사양을 구사했다. 가격은 국내 기준 239만8000원. 일반 플래그십(주력 상품) 스마트폰의 2배 가까운 가격에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출시 연기 사태로 애초 삼성전자의 목표 물량(100만대)에는 못 미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에만 4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새로운 프리미엄 시장 개척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중국 화웨이는 11월 메이트X를 중국에서 내놓았다. 갤럭시폴드처럼 세로로 접히지만 방향은 ‘아웃폴딩’으로 반대다. 폈을 때 화면은 갤럭시폴드(7.3인치)보다 큰 8인치다. 출시 가격은 1만6999위안(5G)으로 갤럭시폴드(1만5999위안·4G)보다 높게 잡았다. 화웨이는 자사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980을 장착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에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855를 사용했다.

메이트X 출시 뒤 두 회사는 중국에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 다 특정 날짜, 시각에 일정 물량 주문 행사를 진행하며 소비자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데 매번 ‘2초 완판’, ‘1분 완판’ 등 화제를 몰며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갤럭시폴드의 6차 판매와 메이트X의 2차 판매가 처음 같은 날로 잡힌 지난 22일엔 한국과 중국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결과는 역시 매진이었다.

두 회사 모두 판매 수량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대조는 어렵지만 두 회사의 경쟁 구도는 마케팅 차원에서 ‘윈윈(Win-win)’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지만 14억 인구의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20%대를 유지했던 점유율이 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틈은 화웨이 등 중국 회사들이 메웠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보면, 지난 3분기 중국 스마트폰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40%로 사상 최대치였다. 미국의 중국 무역 제재로 강화된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와 화웨이의 발빠른 기술 개발 등이 배경이 됐다. 이를 기반으로 화웨이는 최근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폴드 출시를 계기로 중국 고소득층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갤럭시폴드 4G 모델의 선전을 바탕으로 다음 달엔 업그레이드된 5G 모델을 내놓는데 ‘심계천하’ 시리즈의 한정판을 선보이기로 했다. 심계천하는 ‘높은 사람이 세상을 걱정한다’는 뜻으로 중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중국 매체들은 새 제품의 가격이 2만위안(335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웨이의 경우 이번에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폴더블 스마트폰’ 이미지를 통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던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메이트X의 기술력 검증은 아직 온전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메이트X를 영하 5도 이하의 상황에선 접지 말라고 공지했다. 저온에서 디스플레이가 버티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하지 못했고 중국 안에서만 출시된 점도 한계다.

가로접기로 차별화

모토로라 ‘레이저’로 3파전 가세

가격 경쟁력으로 부활의 꿈

폴더블로 ‘레이저’ 옛 영광 찾기 나선 모토로라

‘폴더블 대전’에 참여한 또 다른 회사는 모토로라다. 모토로라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를 공개했다. 2000년대 초반 세계적 히트를 했던 자사 폴더폰 레이저에서 이름과 디자인을 그대로 따왔다. 갤럭시폴드, 메이트X와 달리 가로로 접어 폴더폰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조개껍데기처럼 여닫혀 ‘클램 셸’(clam shell) 방식이라고도 불린다. 메모리와 카메라 등에서 기존 폴더블 스마트폰보다 저사양으로 구성한 대신 가격을 1500달러(176만원)로 잡아 가격 부담을 상대적으로 낮췄다. 갤럭시폴드의 미국 출시 가격은 1980달러다.

모토로라는 2004년 내놓은 폴더폰 레이저V3를 1억3000만대 이상 팔며 휴대전화 시장을 휩쓴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한 뒤 기존 피쳐폰의 점유율이 급감하면서 쪼그라들었다. 2011년 모빌리티 부문이 미국 구글에 인수된 뒤 2014년에는 중국 레노버에 매각됐다. 구글은 124억달러에 샀다가 4분의 1 가격인 29억1000만달러에 팔았다. 모토로라는 내년 1월 폴더블 레이저 출시를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부활’을 꿈꾸고 있다. 다음 달 26일부터 미국에서 예약을 받는다.

 ‘누가 더 잘 접나’ 기술 경쟁 확대

샤오미와 오포, 티시엘(TCL) 등 중국 업체들은 물론 애플과 구글, 엘지(LG)전자 등도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이미 폴더블 아이폰 관련 다수 특허를 출원했으며 시장에서는 2021년께 제품 출시를 전망하고 있다. 샤오미는 중국에서 양쪽에서 화면을 두 번 접는 ‘더블 폴딩’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 티시엘은 제트(Z) 형태로 두 번 접는 스마트폰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으며 엘지전자도 같은 형태의 디스플레이 특허를 출원했다. 참여 기업이 늘수록 가격은 내려가고 시장은 더욱 확대된다. 엘지전자는 올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양 옆으로 디스플레이를 늘릴 수 있는 익스팬더블(Expandable) 폰 특허도 출원했다. 폴더블을 넘어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 펼쳐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폴더블 1세대’ 시장을 연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내년 2차전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가로로 접는 클램 셸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며 화웨이도 내년 3월께 메이트X의 후속작 메이트Xs를 출시할 계획이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