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2024. 7. 29. 11:06■ 스포츠/2024년 파리 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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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경기장 찾은 정의선 회장 부부 [파리 2024]

김진아2024. 7. 29. 00:09

[파리=뉴시스] 김진아 기자 =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부인 정지선 여사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7.29. bluesod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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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사(弓師) 김우진(32)이 활시위를 당기자 오른쪽 소매 끝이 팔락였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 때문이다. 그는 잠시 조준을 멈칫거리는 듯하다가 과감히 손을 뗐다.

8점. 과녁 중앙에서 왼쪽 아래에 화살이 꽂혔다. 양궁에서 바람이 몸쪽으로 갑자기 불어오면 무의식적으로 팔에 힘이 들어갈 수 있다. 그 영향으로 조준이 흔들린 거였다. 함께 출전한 오진혁(43)·김제덕(20)과 주먹 인사를 하며 서로를 다독였지만, 김우진의 표정엔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2021년 7월 26일, 도쿄 유메노시아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코로나19로 한 해 늦게 열림) 남자단체 일본과의 준결승. 2세트는 김우진의 첫발로 이렇게 시작했다. 바람의 영향이 가시지 않았는지, 이어진 김제덕의 화살도 과녁 중앙 위쪽 9점에 꽂혔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흰모자)이 2021년 '2020 도쿄올림픽'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지에서 이를 지켜보던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의 전화기가 울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전화였다.

“아 네 알겠습니다. 네 그래야죠. 잘할 겁니다.”

주변에 있던 양궁협회 관계자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이를 본 정 회장은 먼저 말을 꺼냈다.

“명예회장님이 우진이 8점 쏘신 거 보고 걱정돼서 전화 주셨네요. 이제 10점 쏴야 한다고 응원해주신 거예요.”

1985~1997년 양궁협회장을 지내며 숱한 경기를 지켜본 정 명예회장은 TV 중계를 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직감했다. 일본팀을 기세로 제압하지 못하는 상황을 서울에서 느낀 것이다. 실제 이날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김우진의 2세트 두 번째 화살은 9점에 꽂혔고, 김제덕도 9점, 오진혁도 9점이었다. 그렇게 2세트를 일본에 내줬다.

양궁은 기술력과 기세의 싸움이다. 3세트를 한국이 따낸 뒤에도 일본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4세트 첫 세발을 ‘10 10 10’으로 몰아친 일본은 경기를 연장 슛오프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도 동점을 낸 양 팀이었지만, 결국 김제덕이 쏜 10점짜리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가깝다는 판정을 받고 진땀승을 거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8강에서 패한 김우진 선수를 위로하고 있다. 중앙포토

결승을 앞두고 선수들이 한숨을 돌리는 시간.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걱정과 응원을 전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집중력이 핵심인 양궁에서 자칫 선수의 심리를 더욱 흔들어놓을 수 있어서다. 김우진에겐 일본전 위기의 순간을 기억에서 지우는 게 우선이었던 때다. 금메달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정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정 회장은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 장 부회장이 김우진의 성격과 속마음을 더 잘 알 거란 생각에서였다. 장 부회장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괜찮습니다. 명예회장님이 댁에서 지켜보시면서 응원해주신다고 하면 오히려 더 큰 힘이 될 겁니다.” 정 회장은 김우진에게 다가가 통화 내용을 전하며 김 선수를 다독였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과 함께 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뒤이어 열린 대만과의 결승. 첫 사수는 김우진이었다. 김우진의 손을 떠난 화살은 10점 과녁 안에서도 가운데 동그라미인 ‘X10’으로 들어갔다. 사선에 선 김우진은 4회 연속으로 10점을 쐈다. 남자팀은 대만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영술 부회장은 기자에게 “명예회장님 전화가 온 뒤의 상황이 그렇게 바뀐 건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고 신기하다”며 “그만큼 양궁인들과 명예회장님, 정 회장님 사이에 마음의 벽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3년이 지났다.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 낼 올림픽 태극 궁사들이 지난 16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파리로 향했다. 여자 대표팀은 임시현(21)·전훈영(30)·남수현(19), 남자 대표팀은 김우진·김제덕·이우석(27)이다. 한국 양궁의 기량은 전 세계적으로도 반론이 없는 최강이지만, 선수들에겐 그 어느 대회보다 어깨가 무겁다. 각종 구기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 출전이 무산된 뒤 양궁이 더욱 큰 관심을 받게돼서다.

정 회장은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선수단에게 격려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양궁협회를 통해 “흔들리지 않고 항상 자신을 믿어라. 평상심을 꼭 유지하라. 내가 못해도 동료가 잘할 수 있다는 믿음, 동료가 못해도 내가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정 회장은 엑스포 유치 행사에 앞서 파리 올림픽 양궁경기장을 살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정 회장은 선수단 동선에 맞춰 경기장과 식당, 화장실 간 이동 시간을 살피고 걸음 수까지 직접 따졌다고 한다. 식당에선 선수단이 먹을 점심까지 미리 맛보며 식단까지 챙겼다. 각 장소를 스스로 걸으며 몇 분이 걸리는지 확인했을 만큼 특유의 ‘디테일 경영’을 여기서도 발휘했다. 주방장도 이때 섭외를 해뒀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열린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40년의 진심. 한국 양궁은 자동차에 이어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과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1985년부터 양궁을 후원해왔다. 정의선 회장이 양궁협회장이 된 건 2005년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선 역대 스타 선수들이 정몽구 명예회장에 대한 감사의 영상 편지를 상영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축사를 통해 “투명성과 공정성, 경쟁자에 대한 배려, 존중, 우애 등 핵심 가치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세계 최고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후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신재민 기자

선수단 식당은 정 회장을 거친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선수들에게 제공한 장어와 꼬치 요리도 정 회장이 정한 식단이었다. 본인이 알고 있는 식당과 지인 추천을 더 해 모든 메뉴를 기록해 협회에 건넸다. 한편으론 “일본산 수산물 먹었다는 소문나면 선수단이 논란에 휘말리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도 주변과 나눴다고 한다. 당시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논란과 함께 일본산 불매 운동 정서가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삼계탕이 선수단 식단에 오른 날, 양궁협회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준비했는데 이를 본 정 회장이 “이렇게 먹으면 삼계탕 맛이 안 난다”며 현지에서 뚝배기를 공수한 적도 있다. 덕분에 선수들은 펄펄 끓는 뚝배기에 담긴 ‘진짜 삼계탕’을 현지에서 즐겼다.

경기장 식단에 담긴 정성은 아버지 때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정몽구 명예회장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협회 관계자들과 들른 맥주집에서 기본 안주로 나온 팝콘 맛을 보고 “이거 맛있네. 이거 왕창 사다가 모두들 먹여”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양궁협회는 선수단과 올림픽 중계진 등에게 팝콘을 나눠줬다는 후문이다. 이런 식으로 정 명예회장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탕이든 초콜릿이든 좋은 맛을 볼 때마다 ‘대규모 공급’을 지시했었다. 여기에 디테일이 더해진 게 정의선 회장의 음식 뒷바라지다.


신재민 기자

먹는 것과 함께 신경 쓰는 건 선수들의 심리다. 도쿄 올림픽때 김우진과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챙긴다. 이번 파리 올림픽 대표단이 꾸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4월 대표선수단이 확정된 뒤 양궁협회를 통해 정 회장과 식사 일정 조율이 오갔을 때 정 회장은 “내가 선수단 시간에 맞출 테니 가능한 날짜를 정해서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훈련 과정에 불규칙한 변수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그의 뜻이었다.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23)이 소셜미디어(SNS) 설화에 휩싸였을 때도, 정 회장은 협회에 연락해 “(안)산이 괜찮은가요. 제가 직접 연락해봐도 될까요”라 물으며 선수 심리 상태에 대해 걱정했을 정도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과 함께 서울 성수동에서 점심을 함께했을 땐 『챔피언의 마인드』라는 책을 선물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를 경험했던 선수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멘탈 트레이닝’ 서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울고있는 안산 선수를 다독여주고 있다. 중앙포토

현대차가 기술력 지원으로 방향을 잡은 건 2012년 런던 올림픽 직후다. 정 회장의 제안으로 현대차,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리우 올림픽 전관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동차 연구·개발 기술력을 양궁에 접목하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현대차 핵심 남양연구소 등이 총출동해서 활 비파괴검사, 화살분류장비, 뇌파훈련 장비 등을 개발했다. 활 비파괴검사는 활 내부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과 접착 불량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선수가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 정의선식 디테일 경영이 양궁이란 스포츠에 접목된 것이다. 전관왕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뒀다. 올림픽 양궁 대표팀은 리우와 도쿄올림픽에서 이전보다 많은 값진 금메달 4개를 따냈다.〈그래픽 참조〉

정 회장과 현대차의 지원에 대해 양궁협회 등에선 “이유를 모르겠을 정도의 진심”이라고 말한다. 장영술 부회장은 “정 회장 부자의 진심에 우리는 감사할 뿐”이라며 “국민들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게 우리 양궁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승진 총감독도 출국 전 출사표에서 “금메달 5개 중 3개를 목표로 잡았는데 바람·비 같은 행운이 더해진다면 더 나은 성적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온갖 기후 상황을 대비해 훈련해 온 데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에서 이우석이 동메달을 획득하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정 회장에게 양궁은 진심을 쏟는 대상 그 이상이다. 정 회장은 본인이 경영 현장에서 강조하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려내고 단순화해 집중하는 능력’을 양궁에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2022년 고려대 졸업식 축사에서 그 생각을 공개했다.

그가 축사에서 예로 든 건 양궁 선수들의 오조준이다.

“TV 중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선수들이 일부러 엉뚱한 곳을 겨눕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날아가는 화살이 과녁의 정 가운데에 명중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완벽한 순간을 만드는 비결은 바로 반복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선수들이 하루에 1000발을 쏘며 14시간씩 연습하는 그 반복이 완벽을 만듭니다. 저 역시 오늘도 성공의 루틴을 만들어나가고 그것을 발전시켜 좀 더 좋은 루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해가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축사 마지막에 “끈기와 반복 속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아산 정주영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열린 '2023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 회장의 시선은 모빌리티와 양궁의 미래로 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리우 올림픽 이후 선수단의 의견을 듣고 기술 지원 방안을 다시 논의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불량 화살을 걸러내는 ‘슈팅머신’이다. 탄착 위치를 데이터화해 선수 상태를 점검하는 기록 장치와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脈波)를 검출하는 심박수 측정 장치도 그렇게 도입됐다. 이를 통해 경기 중 심리적 불안 요인이 어디서 생기는지 파악하고 훈련에 적용해오고 있다.

이달 초 양궁 대표팀은 로봇과 가상대결도 펼쳤다. 선수들은 현대차가 개발한 슈팅 로봇과 대결을 하며 실전 감각을 키웠다. 바람의 방향을 스스로 감지해 과녁을 조준한 뒤 화살을 쏘는 로봇과의 대결에서 김우진은 연장 승부 끝에 1점 차로 로봇에 승리를 내줬다. 이 로봇은 임시현과의 승부에서도 이겼다. 현대차와 양궁협회는 이번 로봇과의 승부 경험이 실전에서의 긴장감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개의 금메달이 걸린 파리 올림픽 양궁은 28일~8월 4일(현지시간) 펼쳐진다. 도쿄올림픽에서 놓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다시 찾을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어진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할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정 회장은 선수단 뒤에서 응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평소처럼 하면 된다”며 “그 이상으로 하려다 보면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갈 수 있다”고 격려 메시지를 전달했다.

골프는 제네시스, 월드컵 축구는 현대차, 기아는 NBA에

현대차그룹의 양궁 후원은 스포츠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 관객·시청자에게 브랜드와 상품을 노출해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이 될 만한 종목으로 양궁이 꼽히는 일은 드문게 현실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양궁 후원 실무는 브랜드·마케팅 관련 부서가 아닌 기획조정실이 주도한다. 정의선 회장도 지난해 12월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 축사에서 “양궁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지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공적 역할을 강조했다.

대신 각종 상업성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선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특히 골프 대회 스폰서에 공을 들이며 제네시스에 대한 브랜드 고급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2월마다 로스엔젤레스(LA)에서 열리는 미 프로골프(PGA)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대표적인 골프 마케팅 행사다. 1926년 창설된 대회인데 제네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건 2017년부터다. 이 대회의 종전 스폰서인 시카고 기반 금융사 ‘노던 트러스트’(Northern Trust)가 손을 떼면서 현대차그룹에게 기회가 왔다. 이 대회를 통해 내세울 브랜드를 현대차나 기아가 아닌 제네시스로 정한 것도 정 회장이다.


2022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호스트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우승자 호아킨 니만을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2년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는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2019년부턴 ‘타이거 우즈 재단’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운영을 맡고 있다. PGA 사무국이 현대차 측에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타이거 우즈의 초청장을 받은 선수들이 나와 경합하는 대회로 바뀐 것이다.

현대차 측은 타이거 우즈 측과의 협력 제안을 받았을 때 이를 수락할 지 망설였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의 선수가 경합하는 ‘오픈’ 대회에서 ‘인비테이셔널’로 성격이 바뀌면, 자칫 제네시스보다는 타이거 우즈만 주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문역을 맡은 김원섭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장은 “제네시스에 대한 미국 내 평이 좋아지는 상황이니 타이거 우즈와 함께 한다고 해서 브랜드가 묻힐 것 같진 않다고 실무진에 의견을 냈었다”며 “지금은 오히려 유명 선수를 출전시키는 데 타이거 우즈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고, 그만큼 제네시스 명성도 함께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도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해외 골프 대회다. 최대 규모 대회인 ‘디 오픈’(The Open) 직전 주에 열리기 때문에, 기후·시차 적응을 하기 위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많다고 한다. 그만큼 유명 선수의 출전을 유도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대회를 앞둔 10일(현지시간) 대회장인 르네상스 클럽을 방문해 직접 실전 라운딩도 경험했다. 김원섭 회장은 “정 회장의 연습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힘이 좋고 연습 스윙에서도 한 번 한 번에 정성을 들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국내 대회는 ‘ 제네시스 챔피언십’이다. 매년 10월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리는 이 대회의 우승자는 3억원을 받게 된다. 또 이 대회 17번홀에서 홀인원을 하면 전동모델 GV70을 상품으로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골프 마케팅에선 제네시스를 집중적으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전 호주 프로 테니스 선수 레이튼 휴이트가 호주오픈(AO) 공식차량인 EV9에 기념 사인을 하는 모습. 사진 기아

대신 현대차 브랜드는 월드컵 축구와 미식축구 수퍼볼에 노출 시키며 이미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미 프로야구(MLB) 뉴욕 메츠 경기장인 시티필드의 프리미엄 좌석 이름은 ‘현대 클럽’이다. 이밖에 기아는 미 프로농구(NBA)와 호주 오픈 테니스를 후원하고 있다.

김원섭 회장은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현대차 측과 함께 ‘돈을 내겠다’며 외국을 돌아다녀도 스폰서 할 대회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각종 대회와 종목 사무국들이 먼저 현대차에게 스폰서를 요청하는 수준이 됐다”며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선 연구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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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최선욱
관심
중앙일보 기자

isotope@joongang.co.kr
기자가 쓰지 않으면 세상이 모를 이야기


윤성민
관심
중앙일보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써야할 것을 쓰겠습니다.


고석현
관심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신선한 뉴스, 잘 차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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