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아이없는 해리스” 발언에… 남편 엠호프 전처까지 발끈

2024. 7. 26. 11:19■ 국제/백악관 사람들

 

https://v.daum.net/v/20240726052049829

 

밴스 “아이없는 해리스” 발언에… 남편 엠호프 전처까지 발끈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며 자녀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가운데, 해리스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의 전처(前妻)인 커스틴이 이를 반박하고

v.daum.net

밴스 “아이없는 해리스” 발언에… 남편 엠호프 전처까지 발끈

워싱턴/김은중 특파원2024. 7. 26. 05:20

밴스 “아이없는 사람에 美미래 못 맡겨”
전처 커스틴 “근거 없는 성차별 공격”
더글러스 엠호프 전처인 커스틴 엠호프. /X(옛 트위터)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며 자녀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가운데, 해리스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의 전처(前妻)인 커스틴이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전 남편의 배우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진 것인데, 커스틴은 “근거가 없는 성차별적 공격”이라고 했다.

이번 일은 밴스의 3년 전 발언이 그의 부통령 후보 지명과 맞물려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벌어졌다. 밴스는 상원에 입성하기 전인 2021년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이 ‘자식이 없는 고양이 여인들(childless cat ladies)’ 때문에 비참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아이를 낳지 않고 고양이만 키우는 중년 여성에 대한 멸칭이다. “미국의 미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이런 발언은 23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밴스는 “기본적인 사실을 말한 것일 뿐”이라며 “카멀라 해리스, 피트 부티지지, 알렉산더 오카시오 코르테스 등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 민주당이 통제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국의 미래를 넘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밴스에 대한 비판을 언론에 의한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밴스의 이같은 발언은 공화당이 민주당에 비해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란 가치를 특히 더 중시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지하는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 아이를 갖고 싶어도 불임·난임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꼴이 됐다. 특히 1992년 엠호프와 결혼해 두 자녀 콜과 엘라를 둔 커스틴까지 나서서 이 발언을 문제 삼고 해리스를 비호했다. 커스틴은 성명을 내고 “콜과 엘라가 10대였을 때부터 카멀라는 더그, 저와 함께 ‘공동 부모’ 역할을 해왔다”며 “그녀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보살폈다. 나는 혼합 가족(blended family)을 사랑하고 그녀가 이 안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해리스는 엠호프와 2014년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 자녀는 따로 없다. 다만 해리스는 콜과 엘라에 대해 “끝없는 사랑의 원천이자 기쁨”이라며 “더그보다 이 둘이 나를 사로잡았다”고 했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배우자 더글러스 엠호프가 22일 델러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선거캠프 본부를 찾았다. /AP연합뉴스

낙태와 여성의 건강, 생식권 등은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2년 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 의해 폐기된 가운데, 민주당은 이 사안이 경합주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율 상승을 견인할 호재라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해리스는 질 바이든 여사와 캠페인을 조직해 ‘여성의 낙태권’ 이슈를 쟁점화해왔다. 당장 밴스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우피 골드버그, 제니퍼 애니스톤 등 헐리우드 여성 톱스타들이 나서서 한마디씩 거들고 있는 것은 물론, ‘팝의 여제(女帝)’라 불리는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스위프트가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미혼 여성으로 잘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공개 언급하는 것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프로 라이프(Pro-Life)’라 불리는 전통적 지지층은 낙태권에 거부감이 크지만, 이 문제에 유연한 지지자들도 상당 수 있어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밴스의 발언에 대한 격렬한 반응은 낙태, 피임, 체외수정 등 여성의 생식권 문제가 이번 대선의 동력이 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 3년 전엔 “‘두 아이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

국내에서도 정치인들이 상대 후보의 자녀가 없다는 점을 공격 소재로 삼았다가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수행실장이었던 한준호 의원(경기 고양을)이 소셜미디어에 “‘두 아이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란 글을 올렸던 것이 대표적이다. 토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키우는 반려견 이름이고, 이 후보와 김씨 사이에는 아들이 두 명 있다. 출산의 유무로 대선 후보의 우열을 가린 것으로 해석됐고, 한 의원은 사흘 만에 “불편함을 느끼셨거나 상처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여사는 한 달 뒤 유산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을 털어놓았다.

2021년 11월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페이스북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