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9일 신원식 국방부장관 주관으로 2024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국방부‧합동참모본부‧각 군 및 기관의 주요 직위자들이 참석했다.
국방부가 배포한 당시 회의 사진을 보면, 국민 의례 때 신원식 장관은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의 군복 차림 장군들은 거수 경례를 하고, 사진 왼쪽의 민간인 신분인 국방부 국실장들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 있다.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제3조(국기에 대한 경계방법)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1. 제복을 입지 아니한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注目)한다.
2. 제복을 입지 아니한 국민 중 모자를 쓴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으로 모자를 벗어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한다. 다만, 모자를 벗기 곤란한 경우에는 제1호의 방법에 따를 수 있다.
3. 제복을 입은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거수경례(擧手敬禮)를 한다.
국민의례 때 제복(uniform)을 입은 군인, 경찰, 소방관 등은 거수 경례를 하고, 제복을 안 입은 국민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어야 한다.
신원식 장관은 1977년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해, 1981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2016년 육군 중장으로 전역했다. 군 생활을 오래했지만, 현재는 민간인 신분인 신 장관이 거수경례를 한 것은 관련 규정에 맞지 않다. 신 장관의 거수경례가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군복을 벗은지 8년이 지난 신 장관이 자신의 정체성을 ‘장관’이 아니라 여전히 ‘장군’으로 여긴다면 큰 문제다. 이는 민주주의 근간인 군에 대한 문민통제(Civilian Control)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문민통제는 ‘국가의 군사 및 국방정책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직업군인이 아닌 민간(정치)인에게 부여한다는 군사·정치학의 원리”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이 선출한 정치 권력(대통령)과 민간 관료(국방부 장관)가 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안보 전문가 집단인 군은 군사작전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국방부는 정부조직법상의 중앙행정기관이지 군 부대가 아니다. 국방부는 통일부, 외교부처럼 중앙정부의 한 부서인데도 군부대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다. 역대 국방장관을 보면, 대부분 합참의장이나 각 군 참모총장 등을 지낸 예비역 장군들이라, 상당수 국민이 국방부 장관을 장군으로 착각한다.
국방부 장관은 군의 대표자가 아니라 민간을 대표해 군을 지휘·감독하는 민간인 국무위원이다. 국군조직법에는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문민통제의 모범으로 꼽히는 미국의 국방장관은 거의 정치인, 교수, 기업가 출신이다. 제2차 대전 이후 미국 국방장관 중 장군 출신은 1950년대 조지 마셜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첫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현재 장관인 로이드 오스틴 3명뿐이다.
미국은 현역 군인이 국방장관을 맡으려면 전역하고 7년이 지나야 한다고 법률로 정해뒀다. 군복을 벗은 지 최소 7년은 지나야 군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만약 현역에서 전역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군인 출신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려면 미 의회가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
유럽에서는 여성 국방장관도 흔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지난달 13-1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는데, 당시 기념 사진을 보면 회의 참가자 가운데 7명이 여성이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정치 지도자들이 호전적인 군부를 제어하지 못해 전쟁이 일어났다. 문민통제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전쟁은 너무나 중요해 장군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총리 조르주 클레망소의 말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다.
이스라엘군은 도발에 대해 각급 부대가 3단계 나눠 치말하게 대응한다. 현장의 전투부대는 ‘즉각(immediate) 대응’을 하고, 상급부대인 지역사령부는 전후 사정을 살핀 ‘맥락적(context) 대응’을 하고 최상급 부대인 총참모부는 정치·경제·외교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지연된(delayed) 대응’을 한다.
신 장관은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북한 도발시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장 지휘관이나 합참의장이 할 지시를 장관이 한다”는 이야기가 군 안팎에서 나온다. 국방장관이 전투·전술 수준의 응징만 강조할게 아니라 북한 도발 이후 발생할 ‘긴장 격화’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도록 하는 ‘위기 안정성(crisis stability)’ 확보란 전략적 고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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