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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닭’ 쪼아먹은 닭이 삼계탕에…한국에만 있는 종, 백세미
김지숙 기자2024. 7. 15. 10:35
생명에 치명적인 피부염, 동종 포식까지
병든 닭을 보양식으로 먹는 복달임 문화
* 이 기사에는 동물의 사체, 잔인한 장면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더운 복날 대표적 복달임 음식인 삼계탕의 재료가 되는 그 많은 닭은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닭고기 산업의 이면을 조사한 동물권단체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은 15일 ‘복날 삼계탕의 진실: 교잡된 병아리들의 참혹한 삶’ 보고서를 내고 삼계탕에 이용되는 삼계(백세미)를 사육하는 국내 농장 3곳을 잠입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단체들은 이번 보고서를 위해 국내 대표 삼계탕 제조업체들과 위탁 계약을 맺은 농가 3곳(충청·전라도 소재)을 3월~6월까지 3달 동안 조사했다.
삼계탕만을 위해 만들어진 ‘백세미’
보고서를 보면, 국내 삼계탕 시장 규모는 여름철 보양식 수요 증가와 편의식품 시장의 확대, 개고기 소비 감소 등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6월 국내 한 외식업체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복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선호한다고 답한 바 있다.
초복과 중복이 있는 7월에는 삼계 도축량이 월평균 1483만 마리에서 2922만 마리로 두 배가량 증가한다. 삼계를 포함한 육계 전체로 보면, 7월 한 달간 식용으로 도살되는 닭은 1억368만 마리에 달한다.(2023년 농림축산검역본부 ‘닭 도축실적’)
국내 양계농장의 밀집 사육 현장이 동물권단체들의 잠입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삼계탕으로 소비되는 닭들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먹이 섭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밀집 사육되고 있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삼계탕에 이용되는 닭은 ‘삼계’ 혹은 ‘백세미’라고 불리는데, 이는 우리가 치킨이나 닭가슴살로 소비하는 육계와는 다른 품종이다. 삼계는 육계를 부계로, 산란계를 모계로 삼아 만들어진 품종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교잡종이다. 삼계는 태어난 지 한 달여 만에 출하 체중(800~850g)에 적합하게 자라나며, 다른 품종보다 육질이 탄력적이라고 한다. 오직 삼계탕만을 위해 사육된다는 것이 단체들의 설명이다.
조사 결과, 닭들은 농장에서 사육되고 도축장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통과 학대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조사대상이 된 농장 3곳에서 닭들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높은 밀도로 사육되고 있었다. 주요 조사 대상지였던 ㄱ농장에서는 약 2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었는데, 생후 1~4주간 키워지는 닭들은 몸집이 커질수록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극도로 제한됐다.
닭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인 ‘발바닥 피부염’을 앓는 모습(왼쪽)과 피부염으로 인한 괴사 증상을 보이는 닭. 동물해방물결 제공허약한 개체의 경우, 먹이통이나 음수대에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였다. 단체들이 닭의 밀집도를 계산해 보니, 4주령 닭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고작 0.02㎡에 불과했다. 이는 열악하기로 유명한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닭들이 갇혀서 알을 낳는 사육장) 면적(0.075㎡)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면적이다. ㄱ농장과 또 다른 조사지인 ㄴ농장에서는 외부기생충인 외미거저거리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서로 쪼고, 먹고, 목 비틀리는 ‘아비규환’
이렇게 과도한 밀집 사육은 닭들에게 여러 질병을 불러왔다. 고온다습하고 불결한 환경에서 키워지는 닭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깃털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단체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닭들은 생살이 드러날 정도로 깃털이 듬성듬성했고 생명에 치명적인 ‘발바닥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이러한 증상은 과밀 사육 환경에서 고온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영양도 부족하고 깔집은 젖어있는 탓에 발생한다고 한다.
동종포식도 관찰됐다. 사망한 닭 대다수는 사육장 바닥에 그대로 방치됐고 영양 불균형, 스트레스 등을 겪는 닭들이 사체를 쪼다가 먹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도축장 이동 과정에서도 닭들은 학대받았다. 작업자는 닭에게 발길질(왼쪽)을 하거나 한 손에 닭 여러 마리를 마구잡이로 쥐어서 상처 입혔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ㄱ농장에서는 불법적인 도태가 이뤄졌다. 농장 인근 숲에 버려진 닭 사체(왼쪽)와 이를 먹는 까마귀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농장 작업자들에 의한 동물학대도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가금류 산업에서는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닭을 출하 전 선별 도태(도살)하는데, 현행법은 도태 방법으로 닭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경추 탈구’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ㄱ농장의 작업자는 살아있는 닭의 목을 비틀어 죽인 뒤 농장 인근 숲에 무단 투기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ㄷ농장에서는 도축장 이동 트럭에 닭을 싣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닭에게 발길질을 하거나 한 번에 10~14마리의 닭을 마구잡이로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닭은 다리가 부러지거나 관절에 손상을 입게 된다.
도축장행 트럭 짐칸에 실린 철제 케이지 또한 닭들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 대형 철제 케이지는 약 80칸이었는데 칸마다 닭 60~80마리가 욱여넣어졌다. 이송 과정에서 나타난 이러한 행위들은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병든 닭이 ‘보양식’ 둔갑…시민 건강 위협”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과도한 밀집 사육은 동물에게 학대를 유발할 뿐 아니라 삼계탕을 소비하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병든 닭을 ‘삼계탕’이라는 보양식으로 둔갑시켜 소비자의 식탁에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민들은 윤리적이고 건강한 복달임 문화를 선택하고, 정부는 축산업의 밀집 사육 관행을 종식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불법 행위가 포착된 농장들을 동물보호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국내 양계농장의 밀집 사육 현장이 동물권단체들의 잠입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삼계탕으로 소비되는 닭들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먹이 섭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밀집 사육되고 있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한편, 동물권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닭의 죽음에 반대하는 ‘2024 복날 추모행동’ 집회를 개최한다. 집회 현장에서는 밀집 사육되는 닭의 모습이 담긴 대형 배너가 펼쳐지고, 죽어간 닭들을 애도하는 진혼무 등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보신각과 광화문 인근 거리를 행진할 예정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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