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 12:16ㆍ■ FOOD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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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귤수저에서 전국구 뷔페의 신으로 불리는 男의 정체 [호텔 체크人]
권효정 여행플러스 기자(kwon.hyojeong@mktour.kr)2024. 7. 3. 08:45
특급호텔 최초 뷔페 ‘더 킹스’·1천개 넘는 메뉴 개발
한라봉 효소 넣은 시그니처 피자 등 인기
‘뷔페의 신’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의 신종철(54) 총괄 셰프다. 후배들에겐 ‘Mr. 다시 해’란 별명으로 통한다. 그는 깐깐하고 재료와 음식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다.
신종철 셰프는 1992년 제주 신라호텔에서 시작해 2009년 5월 서울 신라호텔로 옮겼다. 이후 JW 메리어트 서울 총주방장으로 6년간 근무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2000년 개관 이래 첫 한국인 총주방장으로 신 셰프를 임명해 화제를 모았다. 2020년, 그는 호반호텔앤리조트로 자리를 옮겨 레저 사업부 식음 총괄 상무 겸 그룹 총괄 셰프로 2년 넘게 일했다. 현재는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의 식음 총괄 겸 총괄 셰프를 맡고 있다.
신종철 앰배서더 서울 풀만 총괄 셰프 / 사진=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후 제주에 돌아와 부친과 6개월간 밀감 농사를 지었다. 누나가 서귀포 파라다이스 호텔에 근무하고 있었다. 누나를 따라갔다가 우연히 셰프가 라이브 스테이션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봤다. 인상적이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경주 호텔 학교에서 요리를 배우고 조리사로서 길을 걷게 됐다.
어디서 영감을 얻나.
첫째로 피자다. 피자 반죽을 만들 때 밀가루에 1㎏당 수분이 약 728g 정도 들어가 ‘72.8g 피자’로 불린다. 반죽에는 제주 서귀포에서 공수한 3년 이상된 한라봉 효소를 넣는다. 시간이 지나도 처음처럼 맛있다.
두 번째는 LA 갈비다. 양념육은 핏물을 깔끔하게 제거해야 한다. LA갈비 두께가 1cm로 잘라져 나온다. 다른 호텔에서는 만나기 힘든 두께다. LA갈비는 3시간 이상 유수해동으로 핏물을 빼지 않으면 나중에 약간 역한 맛과 냄새가 올라온다. 이후 특제 소스에 6~8시간 동안 숙성한다. 숙성 시간은 고기 마블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마리네이드(양념장)를 거치고 고기는 건져내 냉장에서 1시간 숙성을 더한다. 숙성된 고기는 새로운 육수에 담고 숯불에 구워 제공한다.
세 번째는 북경오리다. 광동에 있던 오리 전문 셰프가 만들었다. 최근 중국 대사관에서 호평을 들었다. 올해 미슐랭에 등재된 중식 레스토랑 ‘호빈’과 함께 메뉴 개발을 한다.
요리 철학에 대해 말하자면, 첫째는 정성이다. 좋은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유능한 셰프나 레시피가 있어도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엉뚱한 요리가 나오는 걸 많이 본다. 두 번째는 요리를 대하는 마인드다. 기분 나쁘게 요리하면 정말 기분 나쁜 요리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조리 단계(프로세스)를 지켜야 한다.
신 셰프는 호반호텔앤리조트에 있을 당시 재료를 찾기 위해 출고된 지 2년도 안된 차량의 운행거리가 거의 10만㎞였다는 일화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고객이 평소 접하기 힘든 희귀하고 좋은 재료를 찾아 소개하는 것은 셰프의 본분이라 생각한다. 가장 남쪽으로는 해남에서 곱창김과 배추를 찾았다. 매년 여러 망고 농장을 직접 방문해 1년 치 사용할 망고를 계약한다. 전남 영광에 굴비를 찾으러 갔다가 애플망고 농장이 있다는 소식을 접해 직접 찾아갔다. 당도 측정을 했는데 24브릭스(brix)가 나왔다. 보통 애플망고는 17~18브릭스다. 높은 당도를 가진 애플망고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개군 지역을 지날 때 ‘집된장 팝니다’란 표시를 보고 6~8년 된 된장을 가진 집을 찾아가 항아리를 열었다. 향에 반해 사 왔는데 그걸로 된장찌개를 끓였을 때 맛과 향의 차이를 경험했다.
더욱 신경 쓰고 집중하고자 하는 부분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 붓고 노력할 것이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작년과는 다른, 올해와는 다른 새로운 뷔페로 거듭나게 하고 싶다.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될 수 있는 수준의 뷔페를 목표로 한다. 즉석 요리인 ‘알 라 미뉴뜨(a la minute)’와 정찬 느낌의 요리를 준비한 뷔페를 만들어보려 한다.
고객 니즈와 트렌드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카이막 빙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맛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카이막 빙수는 풀만 호텔의 헤리티지 커피 원두 에스프레소를 섞어 먹으면 색다른 빙수 맛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SNS로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 바빠도 매일 30분씩은 본다. 인플루언서나 식음업계 종사자들과 소통으로 니즈를 파악한다.
계속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메뉴를 개발하고 판매하면 후배 셰프들은 새로운 요리법을 배우는 동기가 생긴다. 고객은 새로운 요리를 접하고 경험하면서 호텔 요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호텔은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브랜드 가치가 향상된다. 연구개발은 셰프 생활이 끝날 때까지 계속할 것 같다.
존중을 못 받고 존경 못 받는 것에 반감이 컸다. 셰프가 작은 음식을 개발해도 무조건 평가하기보단 부족한 부분과 보완점을 얘기해주는 게 필요하다. 10번, 20번이 되더라도 완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거나 조언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 어려움이 컸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리에 대한 존경과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힘든 부분들을 참을 수 있었다. 요즘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인가, 내가 가서 도움이 될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한다.
정년이 연장되고 고령화로 직장인들이 오래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아직 처자식이 없어서 가능한 생각 같다.
AI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미 AI를 통해 피자 이미지 하나만 올리면 만드는 방법과 레시피를 알려주는 시대가 됐다. 이제 선배에게 바라고 배울 수 있는 건 ‘노하우’밖에 없다. 이를 인지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길 바란다. 자신을 개발하는 동시에 주변 사람과 소통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사자성어를 새기고 산다. ‘어떤 일에 미치광이처럼 몰두하지 않으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불광불급’ 정신으로 요리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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