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23. 00:27ㆍ■ 여행/지구촌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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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세 번은 눈물 쏙 뺍니다” 한국인이 티니안 가면 눈물 짓는 이유
김혜성 여행플러스 기자(mgs07175@naver.com)2024. 6. 22. 21:03
블로홀 & 타가 비치
해변의 고운 백사장 앞으로 쪽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맑다 못해 밝은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인다. 산호초의 석회 성분이 적절히 섞여 푸른빛과 초록빛이 감도는 타가 해변은 현지인이 짚어준 티니안의 제일가는 풍광 명소다.
타가 해변의 푸른 물빛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타가 해변은 물이 맑고 앞바다의 수심이 3~4m 정도로 얕아서 물놀이하기 좋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작은 동굴은 자연 더위 쉼터다. 맑은 수질 덕에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스노클링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타가 해변에서 수영하는 아이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타가 해변 전망대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고래의 숨구멍도 영어로 블로 홀이라고 불리는데 고래가 숨구멍으로 물을 뿜는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통상 해안 동굴 등에서 발생하는데 강한 파도가 해안을 강타하면 물이 동굴 틈으로 몰려들며 강한 압력을 발생시켜 물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블로 홀에 뜬 무지개 / 사진=마리아나 관광청이곳은 세계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지질학적 구조 덕에 사진작가에게 사랑받는 명소다. 다만 주의할 점은 블로 홀에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는 것이다. 언제 센 파도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곳이기에 얕잡아봤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블로 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블로 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비싸도 불티나게 팔리는 티니안 핫소스
그런 한국인조차 티니안의 명물인 ‘돈니 살리(donni’ sali)’ 고추를 맛보면 눈물이 핑 돌고 만다. 돈니 살리 고추는 약 2㎝ 안팎의 길이에 불과한 앙증맞은 크기지만 무지하게 매운맛이 난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말이 딱 어울린다.
맵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라면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가 4400SHU인데 돈니 살리 고추의 스코빌 지수는 자그마치 5만SHU에 이른다. 매운맛의 척도인 스코빌지수로 따졌을 때 10배가 넘는 수치니 말 다 했다.
야생의 돈니 살리 고추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돈니 살리는 북마리아나 제도의 선주민인 차모로족의 전통 언어다. 고추를 뜻하는 돈네(Donne)와 검은 깃털이 특징인 미크로네시아 찌르레기 살리(Sali)가 합쳐진 말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살리라는 새의 주식이 돈니 살리 고추여서다. 새가 이 고추를 먹고 여기저기 배변을 한 뒤 그 안에 있던 씨가 싹을 틔워 티니안 전역으로 퍼졌다. 티니안 고추는 현재까지도 야생에서만 채취할 수 있기에 야생 고추 500g에 약 25달러(3만4000원) 정도로 값이 비싼 편이다.
야생에서 딴 돈니 살리 고추를 한번 끓여 낸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일정을 함께 한 기사이자 티니안 현지인인 톤은 “프라이드치킨에 그냥 찍어 먹어도 맛있고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 이들은 파스타나 볶음밥에 넣어 먹는 걸 추천한다”며 요리 조언을 건넸다.
아울러 매년 2월에는 티니안 고추 축제(Tinian Hot Pepper Festival)도 진행한다. 축제일에는 매운 고추 100개 먹기 대회, 고추 콘셉트 의상 입기, 티니안 유명 음식점인 JC 카페에서 만든 핫 버거 먹기 대회 등 이색 행사를 진행한다.
당신은 이 역사를 아십니까
그저 ‘관광지’로만 알려진 이곳에서 몇천 명의 우리 국민이 죽었다. 그럼에도 이 역사를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티니안과 사이판에서 눈물을 훔치는 마지막 이유이자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다.
이 얘기의 시작은 1939년 9월부터 1945년 9월까지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원히 기억해야 할 전쟁의 참담함…티니안 원자폭탄 보관소”
티니안섬에 남아있는 일본군 대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공사 이후인 1945년 초, 티니안섬 북부의 비행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장으로 변모했다. 티니안을 차지함으로써 일본 땅과 한층 더 가까워진 미국은 이 비행장으로 핵 폭격기인 B-29 등을 옮겨와 일본에 더 많은 공격을 했다. 결과적으로 티니안에서 발진한 미군의 강력한 B-29 폭격은 일본 국민들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티니안 원자폭탄 적하장 터 내부에 있는 원자폭탄 팻 맨 사진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현재 이 주변에는 평화의 상징인 플루메리아를 심었다. 방사성 물질에 관한 걱정은 덜어도 좋다. 현지인 가이드 데보라에 따르면 이 근처에 있는 과일나무에서 열린 열매를 따서 분석했는데 방사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울러 연료 저장소와 군사 기지 등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티니안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으니 함께 돌아보는길 권한다.
“누구도 제대로 수습해 주지 않은 유골 끌어안고 통곡했습니다”
티니안 / 사진=윤더로드김홍균 사이판 한국문화원장은 “두 분이 티니안에서 유골을 발견했을 때는 참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군정과 오키나와현인회 등이 우리 동포의 시신을 한데 묻어 놓았는데 그 모습이 초라하고 안쓰러워 그 유골을 끌어안고 통곡했다”고 전했다.
이 유골의 주인은 대부분 전쟁 기간 조선총독부 등의 주관하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감언이설에 꿰어 군속(軍屬)으로 온 한국인이었다. 일본군에 혹사당하다 일본에 패색이 짙어지자 자살을 강요당해 희생한 한국인 동포의 유해인 것이다.
성진호 티니안 한국문화원장이 티니안의 한국 동포 얘기를 하고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당시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일본인이 첫째고, 오키나와 지역민이 둘째고, 차모로족이 셋째고, 돼지가 넷째인데 그 돼지는 조선인이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동포가 당했을 수모가 눈앞에 훤한 문장이다.
현재 사이판과 티니안에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이곳에서 희생당한 한국인을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두 곳 모두 민간인이 앞장서 만든 곳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티니안 한국인 추모비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티니안 한국인 추모비 앞에 기자들이 꽃을 놓았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이 추모비에는 태극기·북마리아나 제도 연방 깃발·성조기 등이 걸려 있는데 티니안은 바람이 강해 이 깃발이 끝에서부터 헤진다. 헌 깃발을 갈아주기 위해 한인회 동포가 한국에 갈 때마다 매년 수백 개의 태극기를 사서 실어 온다는 후문이다. 추모비 앞은 지하여장군과 천하대장군이 짝을 지어 지키고 있다.
사이판 한국인 위령탑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신비의 섬, 티니안…그래서 어떻게 가는데?스타 마리아나스 에어의 경비행기로 티니안을 갈 수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또는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교원투어·인터파크 등 여행사에서 사이판 여행 상품 구매 후 선택 관광으로 티니안을 방문할 수 있다. 사이판에서 티니안까지는 경비행기로 15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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