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가 전국에 독 풀었다"…이곳저곳 떡상 영상 올라온 이유

2024. 6. 22. 03:31■ 大韓民國/지방 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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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가 전국에 독 풀었다"…이곳저곳 떡상 영상 올라온 이유

“진솔아 나를 믿니? 뛰어들어!”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쇼츠 영상에서 민홍식 홍보팀장이 양팔을 벌린 채 부하 직원인 하진솔 주무관에게 외친 말이다. 사다리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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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가 전국에 독 풀었다"…이곳저곳 떡상 영상 올라온 이유

김민주2024. 6. 6. 16:01

 
양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양산일자리센터 워크넷 홍보 쇼츠. 양산시 유튜브 캡쳐

“진솔아 나를 믿니? 뛰어들어!”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쇼츠 영상에서 민홍식 홍보팀장이 양팔을 벌린 채 부하 직원인 하진솔 주무관에게 외친 말이다. 사다리 위에서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너무 무섭다“던 하 주무관은 이 말을 믿고 뛰어내렸지만, 받아줄 듯 기다리던 민 팀장은 갑자기 하 주무관을 외면했다. 이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민 팀장이 “아무나 믿어선 안 됩니다. 믿을 수 있는 취업 정보. 양산시 워크넷”이라고 말하면서 영상은 끝난다.


9만 찍은 ‘배신 팀장’ 쇼츠, 댓글엔 호평


6일 양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보면 ‘Never trust anybody(누구도 믿지 마)’라는 제목의 해당 쇼츠 조회 수는 게시 일주일 만에 8만9000건을 넘겼다. 13초 분량인 이 쇼츠에 달린 350여개 댓글 중엔 “웃기고 귀여워서 50번을 돌려봤다” “양산시 워크넷. 한동안 뇌리에 남겠다”는 등 반응이 눈에 띄었다. 재미와 홍보를 동시에 챙겼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마찬가지로 양산시 홍보팀 직원들이 직접 출연해 시청사 안팎에서 포켓몬 댄스 챌린지 형식으로 찍은 SNS 서포터즈 모집 홍보 쇼츠 조회 수는 9만6000건을 기록했다.

이와 비슷한 시도가 전국 지자체에서 이어지고 있다. 시책 등 홍보 대상이 되는 시민 관심이 페이스북 등 활자 위주의 SNS에서 영상 중심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각 지자체도 영상 홍보 콘텐트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콘텐트는 대개 공무원이 직접 출연하는 형태로 제작됐다. 공직사회 홍보물이 금기시하던 유머는 물론 이른바 ‘B급 감성’이나 온라인에 유행하는 밈, 사투리 섞인 말투 등은 오히려 홍보 내용을 더 잘 각인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대구시 달성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참꽃 홍보 영상. 영화 '파묘'를 패러디해 만들었다. 사진 유튜브 캡쳐

흥행한 영화 등을 홍보 내용에 적합하게 재해석한 사례도 많다. 유튜브 채널 ‘전국달성자랑’을 운영하는 대구 달성군은 지난 4월 지역 축제인 비슬산 참꽃 문화제를 홍보하기 위해 영화 ‘파묘’ 예고편을 패러디한 홍보영상 ‘파삼’을 제작했다. 이 영상 또한 5만 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멋진 패러디와 연기” “믿을 수 없는 고퀄리티”라는 등의 호평을 받았다.


“김선태가 독을 풀었다” 지자체 유튜브 전쟁


댓글 반응 중엔 “충주시가 전국 지자체에 독을 풀었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충북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보여준 선례로 인해 지자체 ‘유튜브 전쟁’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김 주무관은 공무원 틀을 깬 형식의 홍보영상을 통해 충주시 시책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유튜브 채널인 충TV 구독자 수를 ‘떡상’시킨 공무원으로 유명하다. 이 채널 구독자 수는 74만여명으로 충주시 인구(20만7568명)보다 많다. 통상 9급으로 입사해 6급이 되는 데 15년이 걸리지만, 김 주무관은 7년 만인 올해 1월 6급으로 승진했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뉴스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 론칭 1주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24일 팝업스토어에서 '유튜브 홍보 전략'을 주제로 강연 중인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중앙포토

김은경 경성대(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충주시 사례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간 틀에 갇힌 시스템 대로만 만들어져 외면받던 공직사회 홍보 콘텐트가 스스로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다만 재미만 쫓다가 내용이 왜곡되거나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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