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서 잡은 거 아닌데요? 울릉도 독도새우 진품 논란

2024. 5. 19. 01:24■ 여행/국내 여행지 소개

잡은 거 아닌데요? 울릉도 독도새우 진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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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먹방 투어 Old & New

울릉도는 섬이고 산이다. 동해 깊은 바다에 외로이 뜬 섬이자 우뚝 선 산이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이고 경사 가파른 산이어서 울릉도는 육지와 참 많은 것이 다르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이 다르고,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 다르다. 울릉도는 울릉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여행자를 들뜨게 한다. 울릉도 들어가는 배만 울렁울렁 흔들리는 게 아니다. 울릉도를 꿈꾸는 여행자의 가슴도 울렁울렁 부푼다.

울릉도의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먹거리가 제일 풍성한 계절이어서다. 울릉도의 봄은 성인봉 아래 나리분지가 알싸한 명이 향으로 자욱한 계절이고, 깊은 바다에서 독도새우가 올라오는 계절이며, 해안 산책로 노점에 쪼그려 앉아 해녀가 따온 성게를 파먹는 계절이다. 봄날의 울릉도는 먹을 것만 찾아다녀도 짧다. 봄날의 울릉도 여행은 길수록 좋다.

아직도 울릉도는 멀다. 육지 항구 네 곳에서 날마다 여객선이 뜨지만, 울릉도 연 방문객은 40만 명 정도에 그친다. 여행자에게 울릉도는 여전히 불편한 것투성이여서다. 관광 인프라가 단체관광객 위주로 짜인 탓에 숙소 대부분이 여인숙 티를 벗지 못했고, 1인분은 안 판다고 강짜 부리는 식당이 버젓이 영업 중이다.

그렇다고 울릉도가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 렌터카 운전하는 개별 여행자가 늘고, MZ세대가 울릉도를 찾으면서 왕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의 특급호텔 셰프가 초밥집을 열었고, 그 초밥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선 곳이 오늘의 울릉도다. 울릉도의 별의별 별미 중에 8개만 꼽아 울릉도 별미 여행 지도를 그렸다. 초보 여행자를 위해 울릉도 전통 별미는 빨간색으로 표시했고, 신흥 메뉴는 파란색을 칠했다.

💬 일타강사가 꼽은 울릉도 별미 여행

정근영 디자이너

① 뱃멀미 특효약 -오징어내장탕
② 울릉도 최고의 호사 -독도새우
③ 울릉도에도 수제 맥주가 있다 -울릉브루어리  
④ 울릉도의 신흥 낭만 -코스모스 울야식당
여행정보 : 울릉도 가는 길
⑤ 초록빛 유혹 -산채 밥상
⑥ 이런 다국적 밥상을 봤나 -울릉 퓨전 음식
여행정보 : 울릉도 여행법
⑦울릉도 사람이 줄 서는 초밥집 -이사부초밥   
⑧울릉도스러운 한 끼 -홍합밥과 따개비칼국수
반짝 TIP : 울릉도 식당은 1인분을 안 판다고?

조언 하나만 덧붙인다. 울릉도에 들면 모둠 활어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울릉도 바다는 깊고 차갑다. 하여 바닷것이 육지 해안에서 나는 것과 다르다. 이를테면 광어는 국민 생선으로 통하지만, 울릉도 바다에선 육지처럼 흔하지 않다. 울릉도 선창가 횟집에서 먹은 광어가 당신이 타고 온 그 배랑 같이 들어온 광어라면, 굳이 사먹고 싶으실 텐가. 이래서 울릉도 여행은 늘 흥미진진하다.

① 뱃멀미 특효약 –오징어내장탕

울릉도 저동항의 이른 아침 풍경. 요즘은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예전 같지 않다지만, 울릉도는 여전히 오징어로 먹고산다. 손민호 기자

 

뱃멀미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울릉도 험한 뱃길을 건너오다 멀미에 시달렸다면, 뒤집힌 속을 달랠 무언가부터 찾게 된다. 이때 약처럼 복용하는 울릉 별미가 있다. 이름도 수상한 ‘오징어내장탕’이다. 울릉도 뱃사람이 먼저 개발했다는데, 지금은 울릉도 관광객의 필수 입문 코스가 돼버렸다.

울릉도에서 오징어가 어마어마하게 잡히던 시절, 갓 잡은 오징어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쓸모없는 내장(내장 중에서도 수컷의 이리)을 탕국으로 끓였던 것이 이 별미의 유래다. 요즘은 울릉도에서 오징어가 잘 안 나온다지만, 그래도 오징어내장탕의 전통은 이어진다. 초심자는 ‘내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 때문에 꺼릴 수도 있겠으나, 참고 먹어야 할 만큼 난도가 높은 음식은 아니다. 한번 맛보면 또 찾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는 음식이다.

오징어내장탕. 울릉도에 들어가자마자 먹어야 하는 별미다. 개운하고 칼칼한 국물이 멀미에 놀란 속을 달래준다. 사진은 도동항 어귀 ‘우성회센터’에서 찍었다. 손민호 기자

 

식당은 달라도 조리법은 대개 비슷하다. 내장과 함께 무‧파‧고추 따위를 송송 썰어 넣고, 소금과 마늘을 곁들여 끓이면 바다향 깊은 오징어내장탕이 완성된다. 옛날에는 애호박이 들어 있었는데, 요즘은 잘 안 보인다. 맑은 국물은 개운하고 칼칼하다. 멀미는 물론이고 숙취에도 그만이다. 오징어배와 여객선이 집결하는 저동항과 도동항 일대에 오징어내장탕을 내는 식당이 몰려 있다. 이 중에서 도동의 ‘99식당’이 원조집으로 통한다. 1만5000원.

② 울릉도 최고의 호사 -독도새우

독도새우. 도화새우와 물렁가시붉은새우가 섞여 있다. 성미가 사나운 가시배새우는 따로 보관한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 식재료는 누가 뭐래도 ‘독도새우’다. 독도새우는 품종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독도와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세 종류의 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 도화새우, 가시배새우)를 아우르는 이름이다. 울릉도 어부가 부르는 이름은 또 다르다. 가시배새우는 대가리의 가시가 닭 볏을 닮아 ‘닭새우’, 꼬리까지 세로무늬가 뻗친 물렁가시붉은새우는 ‘꽃새우’, 붉은색 가로무늬가 특징인 도화새우는 ‘참새우’라고 한다.

울릉도 '천금수산'의 독도새우 상차림. 주문을 하면 손님 상 위에서 대가리를 떼고 껍질을 벗기는 해체 작업을 보여준다. 떼어낸 새우 대가리는 튀김으로 나온다. 백종현 기자

 

맛도 맛이지만, 독도라는 상징성과 희소성으로 독도새우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2017년 한·미 정상이 만났던 청와대 국빈 만찬에 독도새우 요리가 오르면서 ‘대통령새우’ ‘트럼프새우’ 같은 별명도 얻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도‧울릉도 해역에서 잡힌 것만 ‘독도새우’로 친다. 아니 그랬었다. 동해 연안에서 잡힌 일명 ‘갓바리 새우’를 육지에서 들여와 ‘독도새우’라고 파는 가게가 울릉도에 생기면서, 요즘 울릉도는 독도새우 진품 논란으로 시끄럽다.

독도새우 삼형제. 왼쪽부터 도화새우(참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꽃새우), 가시배새우(닭새우). 백종현 기자

 

울릉도에서는 저동의 ‘울릉새우’와 ‘천금수산’ 두 곳만 새우 배를 띄운다. 울릉새우가 내력은 오래됐지만, 현재 규모는 천금수산이 더 크다. 청와대 만찬에 오른 새우도 천금수산에서 납품했다. 현재 이들 두 가게와 이들 가게로부터 새우를 납품받는 세 곳(비치온, 그린빈, 만금물산)까지 모두 다섯 곳만 독도‧울릉도 바다에서 잡은 독도새우를 취급한다. 천금수산 박종현(53) 대표는 “독도새우는 독도 인근 수심 3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잡기 때문에 육질이 탱탱하고 향이 깊다”면서 “육지에서 온 새우와는 빛깔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가격은 차라리 살벌하다. 울릉새우에서는 살아 있는 독도새우를 1㎏ 18만원에 포장 판매한다. 냉동 독도새우는 1㎏ 8만원으로, 육지에서도 택배로 주문할 수 있다. 천금수산에서는 2인상(500g)에 15만원을 받는다. 비싸지만 맛보겠다는 줄이 끊이지 않는다. 보통 회로 먹는데,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는다. 삼키고 나면 입안에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향이 남는다. 떼어낸 새우 대가리는 바로 튀겨서 내주는데 이 또한 천하 별미다.

③ 울릉도에도 수제 맥주가 있다 –울릉브루어리

울릉도 유일의 수제 맥주 양조장인 '울릉브루어리'의 수제 맥주 4종. 왼쪽부터 다이빙 스타우트, 하이킹 페일에일, 캠핑 바이젠, 스위밍 라거. 백종현 기자

 

울릉도에서도 술을 빚는다. ‘씨껍데기술’로 불리는 나리분지 동동주, 울릉도 특산물인 마가목으로 담근 ‘마가목주’가 예부터 유명했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막걸리 양조장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내수전 인근의 ‘물레방아주가’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24년 3월 울릉도 북면 추산마을에 맥주를 빚는 ‘울릉브루어리’가 문을 열었다. 울릉도 최초이자 유일의 수제맥주 양조장이다. 울릉도 출신 브루마스터 정성훈(38) 대표를 비롯해 4명의 MZ세대 청년이 추산 언덕에서 맥주를 빚고 있다. 맥주는 90%가 물이다. 정성훈 대표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맑은 울릉도 자연 용출수를 6~8주간 발효‧숙성해 맥주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울릉브루어리가 만드는 맥주는 ‘스위밍 라거’ ‘캠핑 바이젠’ ‘하이킹 페일에일’ ‘다이빙 스타우트’ 4종이다. 울릉도의 아웃도어 문화와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이름이란다.

울릉도 유일의 수제 맥주 양조장 '울릉브루어리'. 맥주와 페어링하기 음식도 내놓는다. 이날은 덴마크에서 온 외국인 손님도 방문했다. 백종현 기자

 

갓 구운 빵이 맛있듯이 맥주도 양조장 생맥주가 더 맛있다. 울릉브루어리의 맥주도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과 풍미가 탁월했다. 정 대표는 “수제 맥주는 효모가 살아 있어 시중 맥주와 맛과 향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커피 향을 내는 다이빙 스타우트는 최근 ‘코리아 인터내셔널 비어 어워드(KIBA)’에서 동상(오트밀 스타우트 부문)을 받았다. 340mL 기준 6500~8000원.

브루어리에서는 라자냐‧그라탱‧버팔로윙 같은 맥주와 함께 먹기 좋은 음식도 낸다. 2시간 동안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기는 해피아워(하루 20명 한정)를 운영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울릉도 뱃값 정도는 뽑을 수 있다. 5월부터는 맥주 시음을 곁들인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1인 2만5000원). 우리나라 주세법은 전통주를 제외한 술의 온라인 판매와 택배 유통을 금한다. 울릉브루어리의 맥주는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④ 울릉도의 신흥 낭만 –코스모스 울야식당

송곳봉 자락에 들어선 럭셔리 리조트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오른쪽 끄트머리의 육중한 바위가 코끼리바위다. 사진 코스모스

 

최근 들어 울릉도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된 지역이 있다. 북면 추산마을 일대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마땅히 가볼 곳이 없던 섬 북쪽 변두리인데, 2018년 송곳봉 자락에 초호화 프리미엄 리조트 ‘힐링스테이 코스모스(이하 코스모스)’가 문을 열면서 확 달라졌다. 1박에 1000만원짜리 풀빌라가 울릉도에 들어서다니.

코스모스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하얀색 꽃잎이 산머리에 내려앉은 듯, 송곳봉 아래 벼랑에 우아한 건물이 걸터앉아 있다. 건물 옆 너른 정원은 송곳봉과 쪽빛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당이다. 코오롱 그룹이 직원 연수원을 지으려고 부지를 매입했다가, 리조트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어지간한 특급호텔보다 숙박비가 비싼데(일반 객실 1박 약 70만원), 주말은 6월까지 빈방이 없단다.

코스모스의 등장은 울릉도 여행 패턴의 변화를 상징한다. 싸구려 패키지여행 중심의 울릉도 관광 시장이 렌터카 이용하는 개별 여행으로 바뀌는 데 한몫하고 있어서다. 울릉도 관광객 대부분이 50대 이상 단체 여행객이지만 코스모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20~40대 렌터카 여행자가 주를 이룬다. 리조트에서 잠은 안 자도, 1층 카페에서 탁 트인 전망을 누리며 커피를 즐기는 개별 여행자가 줄을 잇는다.

리조트 옆에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이 있다. 주낙진(39) 셰프가 약소차돌편백찜, 새깜징어 튀김, 명이 오일파스타를 내고 있다. 백종현 기자

 

코스모스는 밥도 판다. 리조트 옆 아담한 별채에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이 있다. 저녁 장사만 하는데, 울릉도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음식이 주특기다. 울릉도 약소를 주재료로 하는 ‘약소차돌편백찜’(5만원), 볶은 오징어와 부지깽이로 속을 채운 ‘울라이스’(오므라이스, 1만5000원), 바질을 명이로 대체한 ‘명이 오일 파스타’(2만원),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쌔깜징어튀김’(1만2000원)이 대표 메뉴다. 예약 손님에 한해 한두 테이블만 운영하기 때문에 항구 앞의 시끌벅적한 식당과 분위기가 딴판이다. 매일 오후 8시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레이저 쇼도 즐길 수 있다.

💬 여행정보 : 울릉도 가는 길

경북 포항항과 울릉도 도동항을 잇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백종현 기자

 

울릉도는 아직도 배만 들어간다. 여전히 긴 뱃길을 각오해야 하지만, 옛날보단 형편이 나아졌다. 지금은 강릉‧묵호‧울진‧포항 동해안의 항구 네 곳에서 여객선 다섯 척이 매일 울릉도를 오고간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강원도 강릉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약 3시간 소요)을 주로 이용한다. 울릉도 배가 뜨는 가장 가까운 항구여서다. 오전 8시 출항시간을 맞춰야 하는 게 단점이다. 전통의 울릉도 뱃길인 경북 포항항~울릉도 도동항 노선의 인기도 여전하다. 서울에서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3시간 안에 항구에 닿을 수 있다. 출항시간도 오전 10시10분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짧은 배는 동해 묵호항발 여객선이다. 2시간40분 걸린다.

뱃멀미가 걱정되면 큰 배를 타자. 포항 영일만항에서 뜨는 울릉크루즈의 ‘뉴씨다오펄호’와 울진 후포항에서 뜨는 에이치해운의 ‘썬플라워크루즈호’는 1만t이 넘는 대형 선박이라 흔들림이 적다. 다만 뱃시간이 길다. 울릉크루즈의 뉴씨다오펄호는 울릉도까지 6시간30분이나 걸린다. 오후 11시50분 출항편은 침실형 객실을 갖췄다.

정근영 디자이너

⑤ 초록빛 유혹 –산채 밥상

성인봉 아래 니라분지는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 지형이다. 이 평평한 땅이 봄이면 초록빛 명이로 뒤덮인다. 울릉도를 대표하는 봄 풍경이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은 의외로 산나물이다. 맨 처음 얘기했듯이, 울릉도는 섬이자 산이다. 청정자연 울릉도는 의외로 국내 최대 그리고 최고급의 산나물 산지다. 이맘때 울릉도는 온통 초록빛이다. 갓 나온 봄나물이 섬을 통째로 덮은 듯하다. 나물 종류도 많다. 물엉겅퀴(섬엉겅퀴)‧명이(산마늘)‧삼나물‧고비나물·부지깽이·모시나물 등 십수 가지에 이른다.

그래도 울릉도 나물 하면 역시 명이다. 바다 굽어보는 해안 절벽에도 있고, 나리분지 너른 들판에도 있다. 울릉도에서는 갓 뜯은 명이를 바로 쌈 싸 먹는다. 장아찌로 먹을 때하곤 향이 다르다. 명이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대략 20일간 채취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잎이 억세져 먹기가 어렵다. 해서 이맘때 울릉도 사람은 만사 제쳐놓고 명이 뜯으러 나간다. 돈벌이가 쏠쏠해 20일 만에 3000만원 넘게 가져가는 사람도 제법 된다고 한다. “명이가 바람이 날리는 모양이 꼭 지폐가 펄럭거리는 것 같지 않으냐”는 울릉도 농부의 말에서 흥이 넘쳐났다.

연둣빛 고운 울릉도 명이. 다 자라면 어른 손을 덮을 만큼 잎이 활짝 벌어진다. 백종현 기자

 

울릉도 나물에도 급이 있다. 산나물의 왕으로 통하는 삼나물(눈개승마)과 고사리 닮은꼴인 고비나물은 100g에 각 2만원, 3만원 선에 거래된다. 1㎏ 한 포대에 1만2000원을 받는 명이는 귀여운 수준이다. 울릉도에서 삼나물을 말려뒀다가 물에 불려 초무침을 해 먹는데, 이를 ‘삼나물회’라 부른다. 어지간한 고기보다 식감이 좋다.

나리분지 '나리촌'의 김두순 사장. 직접 재배한 나물로 산채 밥상을 낸다. 백종현 기자

 

나물을 맛보기 좋은 장소는 성인봉 아래 나리분지다. 직접 뜯은 나물로 산채비빔밥을 내는 식당 4곳이 몰려 있다. 25년 내력의 ‘나리촌’에서 산채정식(1인 2만5000원)을 주문하니 삼나물회‧고비볶음‧명이김치 등 15가지 나물 반찬이 밥상에 펼쳐졌다. 여기에 씨껍데기술 한 사발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김두순(57) 사장은 “섬에서 자란 나물이 육지 것보다 연하고 향이 깊다”고 자랑했다.

⑥ 이런 다국적 밥상을 봤나 -울릉 퓨전 음식

울릉도 저동항. 저동항 왼쪽의 도동항이 여객선 뜨고 내리는 관광객의 항구라면 저동항은 오징어 배 불 밝히는 울릉도 사람의 터전이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에 관한 흔한 오해 중 하나. 오징어내장탕·홍합밥‧따개비칼국수 같은 전통의 울릉도 별미가 아직도 울릉도 사람의 주식(主食)일 것이란 생각이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도동과 저동에 몰린 울릉도 향토식당의 고객 대부분은 사실 관광객이다. 중국집 아들딸이 짜장면을 지겨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울릉도 젊은이가 즐겨 찾는 식당은 사실 중국집이고, 피자집이고, 분식집이다. 울릉도 유일의 패스트푸드점인 도동 ‘롯데리아’의 손님도 대부분이 현지인이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숨은 맛집을 찾는 것도 울릉도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다. 이를테면 저동항 인근 ‘고맨디즈’ 같은 식당이다. 호주에서 10년 넘게 요리 경력을 쌓은 전진(42) 셰프와 아내 배누리(38)씨가 2021년 문을 열었다. “한국적이면서도 호주처럼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울릉도까지 들어오게 됐단다.

'고맨디즈'의 대표 메뉴 유린기와 치즈온울릉. 치즈온울릉은 지역 특산물 부지깽이와 오징어를 활용한 먹거리 퓨전 피자다. 백종현 기자

 

“다국적 식당”이라는 부부의 말처럼 음식 종류가 다채롭다. 산동식 마늘 닭요리 ‘산동쇼기’를 비롯해 파스타와 피자, 하몽 샐러드로도 모자라 수육전골·등갈비찜에 나가사키 짬뽕탕까지 낸다. “육지에서는 한 음식만 잘해도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들지만, 섬에서는 신메뉴를 지속해서 개발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부부는 설명했다.

울릉도 사람이 즐겨 찾는 메뉴는 퓨전 피자 ‘치즈온울릉’(3만5000원)과 유린기(3만5000원)다. 피자 이름에 울릉도가 들어간 건 멋을 부려서가 아니다. 오징어먹물로 반죽을 빚고, 울릉도 부지깽이로 페스토를 만들고, 텃밭에서 키운 루콜라가 들어간다. 나물향 머금은 페스토가 피자와 잘 어울린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손님의 80%가량이 현지인인데, 요즘은 육지까지 소문이 퍼져 바다 건너온 손님이 늘고 있단다.

💬 여행정보 : 울릉도 여행법

2018년 12월 울릉도 일주도로 완전 개통으로 울릉도 여행이 빠르고 쉬워졌다. 렌터카를 빌려 마음껏 섬을 누빌 수 있다. 저동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상 돌아가야 했던 삼선암이 지금은 10분 거리다. 백종현 기자

 

울릉도 여행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렌터카 여행, 일주버스 단체 투어, 유람선 투어. 렌터카 여행부터 보자. 2018년 12월 울릉도 일주도로(전체 길이 44.55㎞)가 완전 개통한 뒤 렌터카를 이용한 자유여행이 크게 늘었다. 2012년 울릉도 전체 렌터카는 54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개 업체에서 렌터카 429대를 운영한다. 렌트카는 언덕길이 많은 울릉도 특성상 SUV차량이 주를 이루는데, 투싼을 기준으로 하루 빌리는데 대략 7~8만원이 든다(성수기 11~14만원).

차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약 1시간30분이 걸린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시속 40㎞ 제한속도에 묶여 있다. 단속 카메라는 없지만, 비탈길과 굽이가 많아 과속은 금물이다. 울릉도는 택시 투어도 활발하다. 관광버스보다 코스가 자유롭고, 음주 걱정에서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2시간30분에 7만원, 5시간30분에 18만원을 받는다.

독도의 동도 정상부에 있는 망양대. 울릉도 저동·도동·사동 항구에서 독도 여객선이 뜬다. 백종현 기자

 

일주버스 투어는 단체여행객이 주로 이용한다. 해안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A코스(도동~통구미~태하동굴~현포항~추산~나리분지~삼선암~관음도~도동, 약 4시간), 내륙을 중심으로 도는 B코스(도동‧저동~내수전 전망대~봉래폭포~촛대바위~도동‧저동, 약 2시간30분)로 나뉜다. 개인도 예약할 수 있다. 어른 기준 A코스는 3만원, B코스는 2만원이다.

유람선 투어도 종류가 다양하다. 섬 둘레를 돌아보는 일주 유람선(1시간50분), 독도 여객선(왕복 4시간), 죽도 관광 유람선(왕복 2시간) 등이 있다. ‘울릉도 여행의 꽃’ 독도 투어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객선이 떠도 독도에 상륙하지 못하고 독도 주위만 선회하다 돌아오는 경우도 꽤 된다. 독도 여객선 운임 어른 기준 6만원 선.

현재 울릉공항 건설이 한창이다. 울릉읍 사동 앞바다를 매립해 활주로를 까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데, 2026년 개항이 목표다. 2년 뒤엔 육지에서 1시간이면 울릉도에 닿는 하늘길이 열리는 셈이다.

⑦ 울릉도 사람이 줄 서는 초밥집 -이사부초밥  

'이사부초밥'의 장덕수(42) 셰프. 서울 특급호텔 일식 레스토랑 출신의 베테랑으로 2019년 울릉도에 가게를 열었다. 스시 요리 위 태극기가 눈에 띈다. 백종현 기자

 

울릉도에도 초밥집이 있다. ‘이사부초밥’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초밥집이다. 동네 초밥집이라고 얕봤다간 큰코다친다.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일식 레스토랑 ‘하코네’ 출신의 장덕수(42) 셰프가 차린 초밥집이어서다. 2019년 문을 연 이사부초밥은 현재 “울릉군청 직원들과 젊은 현지인 사이에서 가장 예약 경쟁이 치열한 식당”으로 통한다.

'이사부초밥'의 모둠회와 스폐셜 초밥, 그리고 울릉도 특산물을 활용한 광어대황무침. 백종현 기자

 

모둠회(대 6만5000원)와 스페셜초밥(12개, 1만8000원)을 주문했다. 울릉도 피문어를 올린 초밥과 갓 잡은 띠볼락 회를 비롯해 대왕한치, 참치 뱃살, 소고기 초밥 등 스시 요리가 올라왔다. 장덕수 대표는 “울릉도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이 다양하지 않아 육지에서 건너온 해산물을 쓰기도 한다”면서 “문어‧무늬오징어‧메바리(도화볼락)‧부시리‧대방어 같은 재료는 최대한 울릉도 자연산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사부초밥’은 자리가 15석이 안 된다. 예약 손님으로 늘 금세 찬다. 준비한 재료가 소진돼 일찍 문 닫는 날도 많다. 점심에 한정해 판매하는 초밥 도시락(1만5000원)은 여행자에게도 인기다. 가게 이름은 우산국(울릉도의 옛 이름)을 정벌해 우리 땅으로 만든 신라 장군 이사부에게서 따왔단다. 일식당답지 않게 한국 술만 취급하는 것도 특징. 모둠회를 시키면 음식 한가운데 태극기 소품을 꽂아준다.

⑧ 울릉도스러운 한 끼 –홍합밥과 따개비칼국수

울릉도 홍합밥의 명가 '보배식당'에서 맛본 홍합밥. 향긋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손민호 기자

 

독도새우가 울릉도 바다의 귀족이라면 홍합과 따개비는 서민이다. 울릉도에서 홍합과 따개비가 들어간 음식을 먹자고 하면 대번 “돈 내고 굳이?”라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너무 흔해서였다. 요즘은 예전처럼 많이 잡히지 않는다지만, 울릉도다운 한 끼를 먹어야 한다면 홍합과 따개비는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곤드레 같은 나물을 넣고 밥을 짓듯이, 울릉도에서는 홍합을 넣어 밥을 지었다. 그만큼 홍합이 흔했다. 요즘은 아니다. 가장 아쉬운 건 홍합이 작아졌다. 20년 전 어른 손바닥만 한 울릉도 홍합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은 육지 홍합과 별 차이가 없다. 홍합밥은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밥이 향긋하면서 달다. 도동 ‘보배식당’이 집에서 해먹던 홍합밥을 내다 팔기 시작한 원조집으로 통한다. 밥을 안치는 데 시간이 걸려 꼭 예약해야 한다. 1만8000원.

울릉도에서 맛본 따개비칼국수. 시커먼 국물이 눅진하다. 손민호 기자

 

제주도에 오분자기(떡조개)가 있다면 울릉도에는 따개비가 있다. 다행히 따개비는 아직도 흔하다. 갯바위에 나가면 쉬이 볼 수 있다. 푹 끓일수록 따개비는 담백한 향과 맛이 우러난다. 밥에도 넣고 죽에도 넣는데, 역시 으뜸은 칼국수다. 시커멓고 눅진한 국물이 보약처럼 든든하다. 요즘은 보통 한 그릇에 1만5000원을 받는다.

💬 반짝 TIP : 울릉도 식당은 1인분을 안 판다고?

울릉도 식당 메뉴판에 '1인 식사 가능’ 스티커를 붙이는 장면. 사진 울릉군

 

울릉도에서 ‘혼밥’이 될까. 울릉도 자유여행을 계획한다면 으레 드는 걱정이다. 2023년 여름 한 유튜버와 방송사에서 울릉도 식당문화를 꼬집는 방송을 내면서 1인 식사가 어렵다는 논란이 커졌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울릉도는 입도객의 50% 이상이 단체여행객이다. 4∼6월 초순, 9월 중순∼10월 중순 같은 성수기에는 단체여행객 비중이 70%까지 치솟는다. 관광객이 몰리는 도동과 저동에 단체 손님에 특화한 식당이 모여 있다. 이 중에는 1인 손님을 꺼리는 식당도 있고, 2인분 이상만 주문을 받는 식당도 있다.

2024년 4월 초순 울릉도에서 나흘간 머물며 여남은 개 식당을 가 봤는데, 혼밥을 거부한 식당은 한 곳도 없었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단체 손님만 받는 일부 식당의 사례가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단체관광객 전문 식당도 손님이 몰리는 입항‧출항 시간대를 피하면 대체로 혼밥이 가능하다고 한다. “혼밥이 안 되면 울릉도 인구 9000명이 끼니마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다녀야 한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인 울릉도 사람도 있었다.

2023년 여름 혼밥 논란이 커지자 울릉군청과 상인회가 식당을 현장 조사하고, 이른바 ‘친절 코칭’에 들어갔다. 울릉도 식당 메뉴판에 ‘1인 식사 가능’ 스티커를 부착해 혼밥 메뉴를 찾는 여행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으니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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