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8. 07:54ㆍ■ 大韓民國/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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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미션 주는 체육대회, 본 적 있으세요?
김용만2024. 4. 27. 10:54
[김용만 기자]
지난 25일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에 있는 경남꿈키움중학교(꿈중)에서 '3주체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학생들은 전날인 24일 이미 전야제를 시작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 체육대회는 성대(?)하기로 유명합니다. 교사·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입장에선 학부모님들이 같이 하시는 게 부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남꿈키움중학교 학생회와 교사회는 온전한 3주체의 화합을 위해 학부모와 함께 하는 체육대회를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경남꿈키움중학교는 2014년 개교한 경남 유일의 기숙사형 공립 대안중학교입니다. 사립 대안 중학교는 경남에 여럿 있지만 공립 대안 중학교는 경남꿈키움중학교가 유일합니다. 벌써 개교한 지 10년이 된 대안학교로써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한 해에 15명 3반, 즉 45명을 선발하는 학교이니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체육대회 현장을 소개합니다.
▲ 경남꿈키움중학교 전경 |
ⓒ 김용만 |
▲ 체육대회 |
ⓒ 김용만 |
제 기억에 꿈중 체육대회는 팀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해 매년 고민을 했었습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었습니다. 반별로 팀을 짠 경우도 있었고, 번호로 나눈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청백전일때도 있었고 세 팀이 겨뤘던 때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각 반을 두팀으로 나눠 청팀-백팀으로 진행했습니다. 체육대회 종목과 배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경남꿈키움중학교 체육대회 종목들 |
ⓒ 김용만 |
▲ 체육대회 배점 |
ⓒ 김용만 |
학년별 경기와 전체 경기, 학부모, 교사 참여경기로 짜여져 있습니다. 3학년은 학년별 경기로 플로어볼과 배구를 했습니다(1·2학년은 제가 못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꿈중 체육대회의 백미는 '주제이어달리기'입니다. 미션지를 뽑아 그 미션에 맞는 상대를 찾아 달리는 경기입니다. 학생·교사·학부모 누구든 갑자기 불려나와 학생과 달리는 것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예전에는 전교생 달리기를 했었습니다. '달리기는 잘 달리는 아이들만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창조된(?) 종목이었습니다. 말 그래도 전학년 1번부터 끝번까지 모든 학생이 달리는 것입니다. 운동장 반 바퀴씩 달리는 것인데 모두가 달리며 응원하는 것이 정말 즐거운 종목이었습니다. 근데 단점이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이 종목도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중 체육대회는 매년 종목이 업데이트 됩니다. 이것도 꿈중 체육대회의 특별함입니다.
이번 체육대회의 또 다른 꽃은 바로 학부모회였습니다. 학부모밴드에 체육대회 있기 전 아래와 같은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 경남꿈키움중학교 학부모회 |
ⓒ 김용만 |
▲ 꿈중 학부모회 |
ⓒ 김용만 |
▲ 경남꿈키움중학교 학부모회 |
ⓒ 김용만 |
▲ 경남꿈키움중학교 학부모회 |
ⓒ 김용만 |
저도 미션에 성공해서 하나 받았습니다. 기분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작품을 부모님들께서 한 땀 한 땀 직접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알뜰장터도 여셨습니다.
▲ 알뜰장터 |
ⓒ 김용만 |
게다가 깜짝! 축하 공연까지! 꿈중 학부모회님들의 열정에 감탄했습니다.
체육대회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평일 목요일이면 시간 빼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꿈중 학부모님들은 내 아이, 우리 아이들의 행사를 격려하고 같이 즐기기 위해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서 오셨습니다.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동안 부모님들은 인사하시고 담소 나누시며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학생의 일은 학생이 직접 경험하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부모의 개입은 최후의 순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해를 풀기 위한 순간에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일을 부모가 해결해 주려고 나서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양육의 최종 목표 중 하나는 자녀의 건강한 독립입니다. 아이가 어려서 스스로 할 수 없다고 보살피며 대신 해주면 아이는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하는 것은 아이가 20살이 돼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스스로 배워가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꿈중 학부모회의 건강함을 보았습니다. 아이일에 관여하지 않고 부모님들, 본인들과 모두를 위해 준비하시고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꿈중 체육대회는 학부모님들 뿐 아니라 학생회도 엄청난 준비를 했습니다. '중학교 학생회 아이들이 하면 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신다면 오판입니다. 꿈중 학생회는 모두를 위한 건강하고 신나는 체육대회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꿈중 학생회 친구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 경남꿈키움중학교 선생님들 |
ⓒ 김용만 |
그리고 또 잊으면 안되는! 수고하신 분들은 꿈중 선생님들이십니다. 지면을 빌어 준비하고 진행하며 마지막 마무리까지 신경쓰신 꿈중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중학교 시절을 기숙사 학교에 보내는 것, 게다가 대안 중학교에 보내는 것은 어찌보면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대한민국 99%의 학생들이 걷는 길을 가지 않는다는 뜻이기에 그렇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는 국어, 사회, 역사, 실용수학, 융합과학, 가정과학, 체육실기, 생활음악, 생활과 미술, 생활영어, 매달 전교생 산행, 공동체 회의, 주열기, 야외수련활동, 연극, 합창합주, 자기성장 프로젝트, 그밖의 다양한 대안교과를 배웁니다.
2024년 현재, 한 학년당 학생수가 35명 내외로 반별 학생 수가 12명 정도입니다. 딱! 적당한 학생 수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학생들 이름과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개별 지도를 합니다. 고등학교 진학은 학생들이 원하는 곳으로 갑니다. 대안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도 있고 집근처 일반인문계고, 특성화고로 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진로와 직업을 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성인분들도 아실 것입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계획보다는 상황이 닥쳤을 때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지혜가 더 필요합니다. 꿈중은 여러 선생님들께 배우고 다양한 체험을 하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친구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함께 사는 것의 불편함과 특별함을 경험합니다.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일반 중학교에서는 더더욱 경험하기 힘든 것들입니다.
중학교 3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이 3년 동안 집을 떠나 기숙사 학교에서 생활해내는 것 자체가 이미 학생들에겐 어려운 경험입니다. 자립심을 익혀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이 꿈중 3년을 견디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타인과 관계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 곳에서 여러분이 3년을 견뎌냈다면! 후에 어떤 일도 해 낼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꿈중을 졸업한다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꿈중은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합니다. 학생들의 성장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았을 땐 책임을 져아함도 가르칩니다. 도전과 책임을 같이 배운다는 것이 꿈중의 큰 매력입니다. 꿈중의 또 다른 매력은 경남 각지에서 학생들이 오기에 자기 동네 친구뿐 아니라 경남 전체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만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들도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아이를 통해 만나지만 인생친구가 돼 교류하는 부모님들도 많이 뵈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너무 꿈중을 좋은 학교로만 소개한 것 같습니다. 사실 꿈중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꿈중에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체육대회 다녀온 후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그만큼 저에겐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댁에 돌아가셔서 힘들어 쉬고 계실 것이고,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신나게 재잘거리며 자신들의 무용담을 나누고 있을 것입니다. 사춘기 자녀와 매일 보면 좋기도 좋지만 갈등이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땐 솔직히 기숙사 학교에 보내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안학교가 '대안'학교가 아니라 그냥 학교로 불려질 날을 기대합니다. 꿈중이 특별한 학교가 아니라 대한민국 중학교들이 이런 교육과정으로 운영되어도 좋겠다는 바람을 가집니다. 아이들은 성장기에 맞게 활동하며 자라야 합니다. 우리는, '어린 아이들을 20살이 될때까지 너무 의자에 오래 앉혀두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성공한 삶은 어렵겠지만 행복한 삶은 가능합니다. 성공을 쫓는 삶도 좋겠지만 행복을 느끼는 삶도 의미 있습니다. 저는 오늘 꿈중 3주체의 행복한 표정을 많이 보았습니다. 덕분에 저도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내년 꿈중 체육대회도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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