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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자는데(?) 6억원?...도대체 누구길래 [여프라이즈]
신익수 기자(soo@mk.co.kr)입력 2024. 3. 30. 20:36
우리가 최고급으로 치는 투뿔(1++) 등급의 한우부터 보자. 특별 대우를 받는 이 소들은 ‘한우 보증씨수소’의 정액을 받아 탄생한다. 그야말로 한우 품질 향상의 일등공신인 셈.
전국에는 한우 330만 마리의 ‘아빠’가 될 자격을 국가가 공인한 수소가 포진해 있다. 전국 축산 농가들은 이들 씨수소에서 채취한 정액을 가져다 인공수정으로 한우를 생산한다. 그만큼 엄격히 관리된다는 의미.
국립축산과학원은 연간 한우 보증씨수소 선발 과정을 거친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다. 이게 장난이 아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5년 6개월간 3차례에 걸친 정밀한 시험을 통과해야만 ‘엘리트 한우’가 될 수 있다.
보증씨수소 100여 두는 현재 충남 서산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에 둥지를 트고 있다.
정자 채취 과정도 007작전 뺨친다. 보증씨수소 75두를 3조로 나눠 25두씩 3일 간격으로 정액을 채취한다. 시간대도 있다. 오전 8시 1차 채취과정이 끝나면 한 시간 정도 휴식시간을 거친다. 그 다음 2차 채취다. 2차례에 걸쳐 뽑는 이유도 있다. 1차 채취는 소 생식선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배출시키는 과정이다. 2번째가 진짜인 셈. 최상의 정액을 얻어 낸다.
비뇨기과에서 정액 추출을 해 본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 과정에서 페이크 신공이 들어간다.
‘의빈우(擬牝牛)’와 ‘의빈대(擬牝臺)’의 등장이다. 의빈이란 ‘가짜 암소’다. 의빈우는 암소 대역 수소, 의빈대는 나무·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암소 대역 틀이라 보면 된다.
물론 흥분 과정은 사람과 다르다. 인간은 물리적 마찰을 통해 사정을 한다. 소는 다르다. 온도에 의해 정자를 배출한다. 암소 생식기 모형 틀에 섭씨 40도가 넘는 온수를 채우면 끝. 씨수소가 그 틀에 올라 탄 뒤 발기한 순간이 타이밍이다. 인공 질에 페니스를 삽입시켜 정액을 채취하게 된다.
그렇다면 의빈우는 왜 필요한 걸까. 씨수소의 덩치 때문이다. 씨수소는 보통 1톤이 넘는다. 암소가 버틸 수 없을 정도의 무게다. 그만큼 튼튼한 가짜 암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사진=픽사베이]씨수소가 한 번 사정할 때 배출하는 정액의 양은 어느 정도나 될까. 놀라지 말자. 무려 5cc 정도다.
그 속에 정자 15억 마리가 들어간다. 정자 하나하나가 초고가다. 그래서 한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 암소를 임신시키기에 충분한 정자량은 보통 1800만 마리 수준. 한우개량사업소는 씨수소 정액을 1800만 마리로 나눠 담는다. 들어가는 통은 얇은 빨대다. 보통 350여 개 정도의 빨대 통이 생성된다. 확보한 정액은 바로 냉동 보관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그 다음이 판매 과정이다.
전국 축산 농가의 요청이 오면 비로소 판매가 이뤄진다. 빨대당 가격이 핵심. 정액 품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빨대 개당 3000원~1만원까지다. 씨수소 한마리에서 송아지 약 7만 마리 정도가 생산된다. 송아지가 한마리 가겨은 400만원선. 이걸 역산하면 씨수소의 가치는 산술적으로 마리당 3000억원대까지 올라간다.
[사진=픽사베이]당연히 이들은 특급호텔에 묵고, 특급대우를 받는다. 씨수소가 하는 일이라 해봐야, 딱 한가지. 사흘에 한번 정액 분출이 전부다.
이들의 하루를 보자. 오전 6시 아침 식사와 함께 시작하고, 저녁은 오후 4시에 마무리다. 초럭셔리 배합 사료를 하루 두 번 총 3kg 정도 드신다. 사료는 정액 분출에 좋은 단백질 덩어리 들이다. 일반 축산 농가에서 곡물(탄수화물) 사료를 먹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소 팔자 정말이지 상팔자 수준. 체중과 건강을 정밀 체크한 뒤, 사료 양과 혼합비를 황금비율로 맞춘다. 종합 비타민, 아연에 미네랄까지 보충해 드신다.
특급호텔 급 축사도 당연히 나온다. 개별 씨수소마다 10평 넓이 축사가 하나씩 배정된다. 사람들이 묵는 특급호텔로 치면, 로열스위트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한 축사에 4마리가 머리를 맞대고 버텨야 하는 일반 한우 농가와는 격이 다른 셈.
청결한 샤워를 앞세운 ‘스파’도 기본이다. 바닥에 깔린 톱밥은 발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온몸을 물로 샤워한 뒤, 솔로 빗겨주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참으로 부러운 게 소팔자다.
소팔자 못지 않은 게 말 팔자다. 우량 경주마를 생산하는 미션을 받고, 초특급 대우를 받는 게 씨수마라 불린다.
이들의 삶, 슈퍼리치 못지 않다.
평생 건강식만 쏙쏙 골라먹고, 특급호텔(?)에서 잠만 잔다. 전속 버틀러(집사)들이 극진히 대접하는 것도 기본. 할 일이라곤 어여쁜 여인과의 ‘합방’ 뿐이다.
부러운 이 팔자를 타고난 게 씨수소와 어깨를 견주는 씨수마(馬)다. 쉽게 말해 우수한 말의 DNA를 뿌리는 전담 요원이다.
몸값은 기본이 40~50억원 수준. 지금까지 역대급 몸값을 자랑하는 메니피는 2006년 수입될 당시, 몸값 40억원에 낙찰돼 비상한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들이 낳은 자식들의 몸값은 어느정도일까. 당시 경매에 나왔던 메니피의 자식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역대 네 번째로 높은 1억원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 네 마리의 평균 낙찰가만 6505만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여기서 궁금증. 그렇다면 특급 요원이 낳은 자식들, 진짜 맹활약을 해 낼까. 결론부터 말씀드린다. 끝내준다.
메니피 자손의 활약은 눈부시다. 메니피의 자마인 ‘선히어로’ ‘선블레이즈’ ‘우승터치’는 브리더스컵 대상 경주에서 나란히 1~3위를 차지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고 알려져 있다.
메니피 다음으로 인기를 끄는 씨수말은 2007년 마사회가 40억원에 수입한 ‘포리스트캠프’다. 포리스트캠프의 자마는 경매에서 13마리가 상장돼 8마리가 낙찰된다. 최고가는 9500만원. 평균 낙찰가는 5189만원 씩이다.
경주마. [사진=픽사베이]말의 교배는 암말 발정기에 맞춰 통상 2월에 시작되며 6월까지 이어진다. 임신기간은 사람보다 조금 긴 11개월이다. 건강한 암말 한 마리가 1년에 한 마리의 자마를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
소와 다른 건 무조건 자연교배를 해야한다는 점. 씨수소처럼 페이크는 불가능 한 셈이다. 경주마는 전 세계적으로 오직 자연교배를 통해서만 생산해야 한다. 인공수정은 불가능하다. 씨수말 한 마리가 1년에 교배할 수 있는 횟수는 100에서 150두 정도로 제한된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 이유, 간단하다. 부모마의 유전적 성질, 특히 운동능력이 자마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말의 혈통은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보면 된다.
이 씨수마를 지원하는 조직이 마사회다. 마사회는 민간에서 도입하기 어려운 우수 씨수말을 해외로부터 도입해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 또는 무상으로 생산농가에 교배를 지원한다. 작년 국내 씨수말 순위 1위인 ‘한센’을 비롯해 한국마사회는 올해 총 여섯 두의 씨수말을 투입한다. 올해 역시 등록농가 165호를 대상으로 최대 475두의 교배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최대 이슈는 마사회가 4년 만에 신규 도입한 명품 씨수말 ‘클래식 엠파이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배지원에 투입돼 명품 경주마 배출을 노리는 농가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말 [사진=픽사베이]정자 특수요원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비용은 어떨까.
씨수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말은 미국산 ‘스톰캣(Storm Cat)’으로 알려져 있다. 몸값만 무려 5000만달러(약 450억원). 이 말과 ‘하룻밤’ 합방 비용만 50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아, 하룻밤 같이 보내는 비용이 우리돈 무려 6억원 이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보통 말들의 교배 횟수는 연간 100회. 그러니 이 말은 먹고 자고 그냥 합방만 하면서 5000만달러의 수입을 거두는 셈이다.
좋은 씨를 보유한 종마들은 사실 부르는 게 값이다. 평지 경주(Flat race)에 사용되는 서러브레드종(種)의 역대 최고가는 올해 2월 미국 플로리다 경매장에서 거래된 몽키그린. 낙찰가는 무려 1600만달러(약 180억원)다.
일본의 유명한 씨수말 ‘선데이 사일런스(Sunday Silence)’는 유럽의 한 원매자가 1억달러(약 1100억원)를 제안했다고 한다.
한창때는 화려하지만, 이들 씨수말의 말년은 조금 비참한 편이다. 대부분 영양 과잉으로 몸이 비대해진 뒤 쓸쓸한 최후를 맞이한다. 씨수소 역시 말년이 바침한 편. 그러고 보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뭐 다를 게 없다. 결국 인생, 새옹지마요, 일장춘몽이니까.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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