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2분 만에 현장 통제, 대형 참사 막아”…공급망 우려

2024. 3. 27. 05:14■ 국제/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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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2분 만에 현장 통제, 대형 참사 막아”…공급망 우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는 조난 신호에 신속히 대응한 당국 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난신호 접수 후 현장 통제까지 2분이 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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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2분 만에 현장 통제, 대형 참사 막아”…공급망 우려

전웅빈입력 2024. 3. 27. 04:49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는 조난 신호에 신속히 대응한 당국 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난신호 접수 후 현장 통제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볼티모어 항은 미국 동부 주요 수출입 허브로 석탄 수출 2위 거점이어서 에너지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확보한 해안경비대 보고에 따르면 사고 선박인 싱가포르 국적의 대형 컨테이너선 ‘달리’는 26일(현지시간) 밤 12시 28분 출항했다. 이후 오전 1시 26분 항로가 바뀌기 시작했고, 1분여 뒤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와 충돌했다.

 

달리는 충돌 직전 메릴랜드주 교통국에 “선박이 통제력을 상실했으며, 교량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메이데이(Mayday) 조난신호를 보냈다.

즉각 경찰이 함교 교통 통제에 나섰다. 오전 1시 27분에 녹음된 경찰 무전에는 “브리지의 모든 교통을 통제하라. 통제를 잃은 배가 접근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국은 조난신호를 받은 직후 곧바로 다리 주변 교통을 통제했다고 한다. AP통신은 “경찰이 다리 위 교통을 멈추는 데는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교량에는 도로 보수 작업을 하고 있던 8명의 인부가 있었고, 이 가운데 2명이 구조됐다. 당국은 나머지 6명을 수색 중이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조난 신호가 왔을 때 교량을 통제한 당국자들에게 감사하다. 이들이 영웅”이라며 “이들이 지난 밤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열고 “선박 위의 선원들이 메릴랜드 교통부에 (자신들의) 배를 통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고, 그 결과 지역 당국은 선박이 다리에 충돌하기 전에 통행을 차단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추가 피해를 막아)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상황은 끔찍한 사고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행동이 있었는지를 믿을만한 어떤 이유나 징후가 없다”고 설명했다.

볼티모어 항은 폐쇄됐고, 화물선 운항도 중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박 출입과 볼티모어 항구 가동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지된다”며 “선박 통행이 재개되려면 수로를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볼티모어 항은 미국의 가장 큰 해운 허브 중 한 곳으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를 가동할 것”이라면서 “연방 정부가 교량을 다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제 의도”라고 말했다.

연방 해양위원회도 “항구 밖으로 아무것도 나갈 수 없다. 잔해를 치우지 않는 한 가까운 미래에는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콧 키 브리지 붕괴는 전쟁과 기후 변화, 고금리 영향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새로운 골칫거리”라며 “이번 사고는 미국 동부 해운에 심각한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파나마 운하의 가뭄과 2개의 전쟁(우크라이나, 이스라엘)으로 전 세계 화물 운항이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실제 볼티모어 항은 미국에서 9번째로 큰 항구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폐지, 고철, 자동차 등을 주로 수출해 왔다. 지난해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7158대가 이 항구를 통과했고 5200만t의 국제 화물이 처리됐다. 지난해 볼티모어 항구의 총 수입액 552억 달러 중 230억 달러는 자동차와 경트럭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자동차와 석탄, 기계 무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에너지 수출 업체인 엑스콜 에너지 앤 리소스 어니 트래셔 최고경영자(CEO)는 “볼티모어 다리 붕괴로 최대 6주 동안 석탄 수출이 중단돼 최대 250만t의 석탄 운송이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은 약 7400만t의 석탄을 수출했고, 볼티모어는 석탄 수출의 두 번째로 큰 항구였다. 블롬버그는 “주요 석탄 공급망 허브가 폐쇄되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탄올 공급 차질도 우려돼 휘발유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사고는 미국 내 자동차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볼티모어 항을 이용하는 자동차 업체는 닛산,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등이다.

포드 자동차 관계자는 “볼티모어 항 폐쇄로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 운송을 다른 항구로 옮겨야 한다”며 “이로 인해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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