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에 기차·식사·관광…3월·6월 ‘여기로’

2024. 3. 21. 17:59■ 여행/국내 여행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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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에 기차·식사·관광…3월·6월 ‘여기로’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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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에 기차·식사·관광…3월·6월 ‘여기로’

박미향 기자입력 2024. 3. 21. 10:35수정 2024. 3. 21. 10:40

박미향의 미향취향 태안 해변 맨발걷기 여행
신두리해변에서 이뤄진 ‘어싱(earthing) 체험’. 박미향 기자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아이가 기차를 좋아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자주 기차 여행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 뽑혀서 기뻤죠. 열차 안에서 진행되는 ‘뽑기’도 추억이 될 거 같아요.” 지난 15일 오전 충남 태안·예산·서천행 전용 새마을호에 오른 주정웅(44)씨가 말했다. 그의 옆에는 아내와 아들 현후(8)군이 있었다. 현후군은 “기차가 좋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60대 남아무개씨 부부도 “두번째 참여인데, 이전 이벤트 때 동행한 해설사가 황산벌 등 여행지 역사를 자세하게 알려주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쟁률 65:1…6월에 또 기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3월 여행가는 달’ 행사를 기획했다. 비수도권 지역으로 여행하면 교통·숙박·여행 상품을 최대 50% 이상 할인해준다. ’여’행가는 달, ‘기’차로 떠나는, ‘로’컬 여행의 줄임말인 ‘3월엔, 여기로’는 ‘3월 여행가는 달’ 행사의 백미다. 3만원만 내면 교통, 식사, 관광지 입장 등이 제공되는 당일 기차 여행이다. 이미 ‘전남 로컬여행’ 등 4차례 행사가 진행됐고, ‘남도 로컬여행’(부안·고창·담양/23일), ‘남도 봄의 향기’(보성·하동·구례/29일), ‘강원·충북 로컬여행(괴산·삼척·태백/30일) 새마을호가 출발한다. 이날 새마을호 6량에 오른 240명은 이벤트에 당첨돼 행운을 누리게 됐다. ‘3월엔, 여기로’에 당첨된 1700여명은 65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운 좋은 사람들’이다. ‘3월엔, 여기로’ 신청은 끝났지만 기회는 있다. 본래 ’여행가는 달‘ 이벤트는 2019년부터 매년 6월에 진행됐다. 참가자 수가 매년 늘어나 올해는 3월을 추가한 것이다. 6월 이벤트를 노려봄 직하다. ‘여행가는 달’ 공식 누리집을 통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확인하고 ‘6월엔, 여기로’에 도전하면 된다.

‘3월엔, 여기로’ 진행자가 열차 안에서 ‘뽑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지난 15일 새마을호가 수원역을 지나자 꽃무늬 고무줄 바지와 농사용 챙 넓은 모자를 쓴 이들이 나타났다. 농촌 패션으로 무장한 이들은 ‘사과빵’, 고구마말랭이 등 지역 특산물을 잔뜩 실은 카트를 끌고 왔다. ‘여기로’ 행사 진행자들이다. “이제 올 시간이 된 것도 같은데/ 이제 네 모습이 보일 것도 같은데” 이재민의 노래 ‘골목길’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객차를 돌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뽑기’ 합니다. 로컬 간식 쟁취 뽑기 합니다.” 열차 안은 금세 잔치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들은 종이로 된 뽑기 판을 여행객 모두에게 내밀었다. “꽝이시네! 꽝꽝! 자, 주저 없이 뽑아보세요. 선물 드립니다.” 1등 당첨자들은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받고 환호했다. ‘뽑기’ 놀이로 한껏 여행의 설렘을 장착한 이들은 차례로 자신들이 고른 여행지에 내렸다. 충남 태안에 90명, 예산에 90명, 서천에 60명이 하차했다.

만리포해수욕장에 있는 ‘워터스크린’. 박미향 기자
‘만리포 전망대’. 박미향 기자

태안에 내려 게국지 한그릇

태안에 내린 이들은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태안에는 소담한 관광 명소가 많다. 만리포해수욕장이 대표적이다. 길이가 약 2.5㎞, 너비가 약 270m인 해수욕장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이날 투어에 동행한 권문선 해설사가 태안 자랑에 나섰다. “28개 해수욕장이 있고, 114개 부속 섬이 있죠. 인구는 6만1000명 정도고요, 신두리 해안사구, 천리포수목원 등 아름다운 데가 많은 곳입니다. 산업시설이 없어서 깨끗한 관광지죠.”

태안 태표 여행지 중의 하나인 ‘꽃지해수욕장’. 박미향 기자
태안 태표 여행지 중의 하나인 ‘청산수목원’. 지난해 이 수목원을 찾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박미향 기자
‘신두리 해안사구’ 지역에는 걷기 좋은 길이 조성되어 있다. 지난해 여름 풍경. 박미향 기자

만리포해수욕장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고즈넉한 바다 풍경에 매료됐다. 신기한 조형물도 눈에 띄었다. 해변 들머리에 서 있는 커다란 조형물은 가운데가 뚫려있었다. 권 해설사가 말했다. “‘워터스크린’입니다. 6년 전 만들었죠.” ‘만리포 워터 스크린’은 가로 10m, 세로 13m 크기의 조형물로, 위쪽 구조물에서 가운데 뚫린 공간으로 물이 쏟아지면 스크린으로 변한다. 인근에 있는 ‘만리포 전망대’도 웅장하다. 높이가 37.5m로 360도 통유리로 돼 있다. 아파트 13층 높이라고 하니, 그 위용이 대단하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해수욕장은 아직 만개하지 않은 봄날의 고요함을 담고 있었다.

‘만리포 호남횟집’에서 파는 게국지. 박미향 기자

배꼽시계가 울렸다. 점심 장소는 ‘만리포 호남횟집’. 너도나도 게국지를 주문했다. 게국지는 태안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게국지찌개’가 맞다. 무·배추·게살이나 능쟁이(갯벌에 사는 회색의 작은 게), 새우 등을 양념에 버무린 뒤 숙성시켜 만든 게국지를 물이나 게장 국물 등을 넣어 찌개로 끓여 먹는 음식이다. 본래 게국지는 게·해산물·배추 등으로 만든 김치다. ‘게국지김치’라는 용어도 있다. 농촌진흥청이 수년간 지역민들을 만나 정리한 책 ‘한국의 전통향토 음식’ 충청남도 편에도 게국지김치 조리법이 등장한다. “생으로 먹거나 찌개로 끓여 먹는다“고 적혀있다. 이 책에는 ‘게국지찌개’ 조리법도 있다. ‘게국지김치’와 유사하다. 지금은 ‘김치’와 ‘찌개’가 사라지고 그저 ‘게국지’로 불린다. 지금 게국지는 과거와 다르다. 커다란 게, 갖은 채소, 버섯, 묵은지 등이 들어간다. 언뜻 보면 꽃게탕과 구별이 어려워 보이지만, 게장 국물이 들어간다는 점이 다르다. 가난했던 시절, 작은 게로 게장을 담가 겨우내 먹었던 지역민들은 초봄에 남은 국물마저 아까워서 배추 등을 넣어 끓여 먹었다.

신두리해변에서 이뤄진 ‘어싱(earthing) 체험’. 박미향 기자
신두리해변에서 이뤄진 ‘어싱(earthing) 체험’. 박미향 기자

이날 여행의 으뜸은 신두리해변에서 이뤄진 ‘어싱(earthing) 체험’이었다. 국내 최대 모래 언덕인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제431호) 앞에 신두리해변이 있다. 주최 쪽이 초빙한 체육 강사의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한 뒤 양말을 벗고 해변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명칭처럼 지구와 맨발로 교감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운동이다. 숲길이나 산자락이 아닌 ‘해변 어싱’은 별미처럼 색다르다. 걷다 잠시 멈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 뒤꿈치가 쑥 모래 속으로 들어간다. 골이 파진 모래사장을 걷다 보면 지압이 된다. 손톱만 한 고둥이 밟힌다. 엽낭게도 빠르게 기어 다닌다. 여행객들은 “우리가 고둥을 밟으면 죽지 않나요?”라고 묻자 권 해설사가 말했다. “황해비단고둥인데, 껍질이 단단해 죽지 않아요.” 갈매기가 나는 해변을 맨발로 걷는 느낌은 스페이스엑스의 ‘화성 여행’보다 근사할 거 같다. 연인과 함께 이날 이벤트에 참가한 손상민(25)씨는 “처음 해보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서 좋다”고 말했다.

허브농원 ‘팜 카밀레’. 박미향 기자
여름날 허브농원 ‘팜 카밀레’. 매년 여는 ‘수국페스티벌’이 인기가 많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벤트의 마지막 행선지는 허브농원 ‘팜 카밀레’. ‘어린 왕자 정원’, 로즈가든, 라벤더가든 등으로 구성된 농원에는 200여종의 허브, 500여종의 야생화, 150여종의 관목들이 자라고 있다. 이날 농장에서 한 ‘허브 족욕 체험’은 당일치기 기차 여행의 화룡점정이었다. 여행 기차는 6월에 돌아온다.

태안/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