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흔드는 테일러 스위프트… 러브콜·음모론까지

2024. 3. 3. 11:07■ 국제/지구촌 인물

美 대선 흔드는 테일러 스위프트… 러브콜·음모론까지 [세계는 지금] (daum.net)

 

美 대선 흔드는 테일러 스위프트… 러브콜·음모론까지 [세계는 지금]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을에 돌아온다.’ 미국 정치권, 특히 민주당이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공연이 10월부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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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흔드는 테일러 스위프트… 러브콜·음모론까지 [세계는 지금]

박영준입력 2024. 3. 3. 09:10

美 대선 흔드는 테일러 스위프트
최고 팝스타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10월부터 플로리다주서 공연 재개돼
공화당 우세주 ‘레드 스테이트’도 예정
“스위프트 따라 찍겠다”… 영향력 검증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지지선언 기대
신곡 감상회?당원 참석 등 ‘구애’ 준비
불안한 트럼프는 “그녀 의리 지킬 것”
“바이든 돕는 정부 비밀요원” 음모론도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을에 돌아온다.’

미국 정치권, 특히 민주당이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공연이 10월부터 11월까지 미국에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현상’이라고 불리며 올해 미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스위프트가 2020년 대선처럼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공연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1일 현재 스위프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8월20일 영국 투어를 마치고 휴식을 가졌다가 10월18일부터 20일까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투어를 재개할 예정이다. 10월25∼27일까지는 루이지애나주, 11월1∼3일은 인디애나주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11월5일 대통령 선거 직전 ‘레드 스테이트’로 불리는 공화당 우세주에서 공연이 예정됐다. 공연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선언을 한다면 레드 스테이트가 스윙 스테이트(경합주)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달 1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무대에서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스위프트는 올해 대선의 큰 변수로 남아있다. 2020년 미 대선에서 18~29세 청년층 유권자의 48%만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스위프트가 청년층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렸다.
 
◆플로리다 민주당, 스위프트 공연에 ‘올인’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플로리다주 민주당원들이 스위프트의 플로리다 마이애미 공연에서 대대적인 유권자 등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위프트는 지난달 7일, 오는 4월 11번째 정규앨범 판매 출시를 예고하고 신곡 제목을 공개했는데 그중에는 ‘플로리다!!!’(Florida!!!)라는 제목의 곡도 포함됐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25세의 최연소 나이로 플로리다 올랜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맥스웰 프로스트는 스위프트 공연과 관련,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유권자들, 특히 스위프트 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4월에 새 앨범이 발매되면 스위프트 신곡 감상회와 노래 파티를 열고, 10월 공연에도 당원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스위프트에게 구애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백악관도 스위프트에게 손을 내미는 중이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공식 브리핑에서 스위프트의 연인이 소속된 풋볼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우승을 축하하고 “‘스위프티’(스위프트의 팬들) 여러분도 축하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전통에 따라 우승팀 치프스가 백악관에 초대될 경우 스위프트도 함께 초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치프스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테일러 스위프트(오른쪽)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서 연인 트래비스 켈시의 소속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승리한 뒤 그라운드에서 켈시와 입을 맞추고 있다.
 
◆‘스위프트 따라 찍겠다’ 검증된 킹메이커

스위프트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는 평가가 다수다.

미 뉴스위크가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18일, 미 유권자 1500명 대상)에서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8%가 ‘가능성이 높다’ 또는 ‘상당히 높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5%는 스위프트의 팬이라고 답했다.

데뷔 이후 이렇다 할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스위프트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자란 테네시주의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2020년 대선에는 인종차별 반대, 성소수자 권리 존중, 여성의 신체에 대한 선택권 등의 강조하며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긴다고 공개 비판했다.

스위프트는 지난해 9월, 2억8000만명에 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어에게 투표 독려 게시물을 올렸고, 단 하루 만에 3만5000명이 유권자로 등록하며 영향력을 확인했다. 스위프트는 지난해 국내 및 월드 투어 콘서트로 수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일으키며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보고서에 지역 관광 회복을 언급하며 스위프트의 콘서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2023년 올해의 인물로 테일러 스위프트를 선정한 뒤 공개한 스위프트 화보
 
◆견제 나선 트럼프, 비밀 정부요원 음모론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스위프트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자신이 ‘음악현대화법’에 서명했다면서 “바이든은 테일러를 위해 한 일이 없고, 절대 무엇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나쁘고 가장 부패한 대통령인 바이든을 지지함으로써 그녀가 아주 많은 돈을 벌게 해준 남자와의 의리를 저버릴 리가 없다”고 썼다.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뉴저지주 몬머스대학교 여론조사(2월8∼12일, 미 성인 902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46%는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한 정부 비밀요원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18%는 스위프트가 정부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믿는다고 응답했다. 18%에 해당하는 응답자의 71%가 공화당 성향 응답자였다.

 

◆윈프리·행크스·시나트라… 과거 대선 후보 지지도 ‘화제’

미국의 유명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서 화제를 일으킨 것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토크쇼의 여왕’, ‘텔레비전 퍼스트레이디’로 불렸던 오프라 윈프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 중 한 명이던 흑인 여성 윈프리는 2007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며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왼쪽부터) 오프라 윈프리, 톰 행크스, 프랭크 시나트라
 
윈프리는 오바마 후보 지지 선언 직후, 민주당 경선 유세에 동행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초선 연방 상원의원 경력이 전부나 다름없던 오바마 후보의 선거 유세에 윈프리가 나서자 유세장마다 윈프리를 보기 위해 유권자 수만명이 몰려들었다. 오바마와 윈프리를 합친 ‘오프라바마’(Oprahbama)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당시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윈프리가 오바마 후보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100만표 이상을 몰아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로 유명한 톰 행크스는 오바마, 클린턴, 조 바이든까지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하고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 출신 마이크 타이슨,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 프로레슬링의 전설 헐크 호건 등의 스포츠 스타들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 유명 연예인의 대선 후보 지지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명인의 영향력’이라는 책을 쓴 마크 하비 세인트메리대 교수에 따르면 현대 팝가수의 선구자격인 앨 졸슨이 1920년 대선에서 워런 하딩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는 ‘하딩, 당신은 미국을 위한 남자다’(Harding, You’re The Man for Us)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마이웨이’(My way) 노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이자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나트라는 1944년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4선 선거 운동 당시 유세에 참여해 노래를 부르고, 지지 연설을 했다.

하비 교수는 저서에서 유명인이 대중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발언할 때 정치인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설문조사 결과 대중들이 정치인을 유명인보다 더 신뢰하거나 덜 신뢰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