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3. 13:53ㆍ■ 국제/중국
이곳은 푸바오가 중국서 살 곳…현지 사육사 “외로워하지 않을 것” (daum.net)
이곳은 푸바오가 중국서 살 곳…현지 사육사 “외로워하지 않을 것”
최현준 기자입력 2024. 2. 13. 07:05수정 2024. 2. 13. 13:10
센터는 산속 자연 그대로 살린 생활 환경
“부모와 떨어져 살아도 외로워하지 않아”
현지 사육사 “한국 쪽과 협조해 잘 돌보겠다”
“쉬! 조용히 좀 해주세요. 샹샹이 놀라잖아요.”
지난 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야안시에 있는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야안비펑샤 기지의 판다 우리 앞, 20여 명의 관람객이 숨죽인 채 서서 판다 샹샹(향기로운, 7살)을 지켜봤다. 동그란 얼굴에 유난히 털이 하얀 샹샹은 어슬렁어슬렁 언덕에서 내려오더니 철퍼덕 주저앉아 대나무 가지를 여러 개 잘라 먹었다. 곧 대나무 먹는 게 질린 듯, 샹샹은 사과 반쪽을 집어 천천히 먹은 뒤 다시 커다란 죽순을 들어 와그작 한 잎 베어 물었다.
이렇게 30분 가까이 이어진 샹샹의 ‘먹방’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던 중국 여성 정제는 “지난해 일본에서 온 샹샹을 보기 위해 전날 충칭에서 왔다. 샹샹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귀엽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자가 한국인이라는 말에, 정은 “한국의 푸바오도 곧 온다고 들었는데 기대된다”고 했다.
‘국민 귀염둥이’로 떠오른 판다 푸바오(복스러운 보물, 4살)의 중국 반환을 두 달 여 앞두고, 한겨레는 푸바오의 새 보금자리가 될 쓰촨성의 판다 보호연구센터를 미리 둘러봤다. 푸바오를 맞이할 판다보호연구센터의 수석과학자와 사육사도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지난해 해외에서 돌아온 판다가 총 16마리인데 모두 잘 지내고 있다”며 “푸바오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이 큰 만큼 걱정도 클 텐데, 한국 쪽과 협조해 푸바오를 잘 돌보겠다”고 했다.
지난 4일 중국 쓰촨성 야안시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야안비평사 기지의 우리에서 판다 3마리가 대나무 이파리를 먹고 있있다. 야안/최현준 특파원판다의 고향인 쓰촨성에는 국가 조직인 국가임업초원국 산하 기관 4곳과 청두시 산하 기관 2곳 등 총 6곳의 판다보호기지가 있다. 이들 기지에는 푸바오에 앞서 세계 각국에서 반환된 수십 마리의 판다를 비롯해 모두 460여 마리의 판다가 살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사육 판다 728마리 중 63%에 이른다. 이외에 중국 쓰촨성 일대에 사는 야생 판다가 약 1900마리로 추산되며, 둘을 합하면 약 2600여 마리의 판다가 중국에 있다.
푸바오는 한국과 교류한 국가임업초원국 산하 기관인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4곳 중 한 곳으로 갈 예정이다. 각각 지역 이름을 따 두장옌 기지(42마리), 야안비펑샤 기지(68마리), 워룽 션슈핑 기지(90마리), 워룽 허타오핑 기지(22마리)로 불린다. 푸바오의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는 한국에 오기 전 두장옌 기지에서 지낸 적이 있다.
리더셩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 부주임(수석과학자)은 “기지 4곳이 해발 고도 등이 달라 날씨가 약간씩 차이가 난다”며 “푸바오는 한국 에버랜드와 날씨, 환경 등이 좀 더 비슷한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푸바오가 오면 푸바오의 상황과 각 센터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 곳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푸바오는 이곳에서 2~3년 머물면서 짝을 찾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지난 3~5일 기지 3곳을 방문해 지켜본 판다들은 가로, 세로 각 20~30m 정도 되는 야외 우리에서 혼자, 또는 두세 마리가 함께 생활했다. 우리 안에는 1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철봉, 건널목, 미끄럼틀, 평상, 오두막, 그네 등 다양한 인공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혈기왕성한 판다들이 2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나무에 올라가 낮잠을 자거나 오두막에 누워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센터가 산속에 있어, 일부 우리는 산비탈과 언덕 등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지어졌다.
지난 5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두장옌 기지의 우리에서 판다 한마리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 청두/최현준 특파원각 우리마다 작은 건물이 딸려 있었고, 판다들은 실내와 실외를 자유롭게 오가며 생활했다. 식사는 오전 9시, 11시, 오후 2시, 4시 등 하루 4차례 공급되는데, 20~30㎏의 대나무와 죽순, 사과, 당근, 계란, 옥수수 과자 등이 제공됐다. 5일 두장옌 기지에서 만난 경력 12년 사육사 우카이(35)는 “사육사 1명당 2마리 정도를 관리한다”며 “판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밥을 주고 똥을 치우다 보면, 하루가 바쁘게 간다”고 말했다.
푸바오도 올해 4월 쓰촨성에 오면 이런 우리들 중 한 곳에서 홀로 지낼 것으로 보인다. 외롭진 않을까? 사육사 우는 “판다는 1~2살이 되면 엄마와 떨어져 자신만의 영역에서 독립된 생활을 한다”며 “사람과 달리 부모와 떨어진다고 해서 외로워하거나 큰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육사 우는 중국에서 푸바오와의 만남을 가장 기다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20년 7월 푸바오가 태어나기 직전 중국에서 한국에 파견돼 푸바오가 백일이 될 때까지 지켜봤다.
우는 “푸바오를 다시 만나게 돼 정말 기쁘고 기대된다”며 “아이바오가 푸바오를 낳은 직후 품에 안고 핥아주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 돌아온 뒤에도 ‘푸바오 할아버지’로 알려진 한국 에버랜드의 강철원 사육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푸바오의 상황을 종종 확인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두장옌 기지의 우리에서 판다 바이윈이 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청두/최현준 특파원각 기지에서 푸바오에 앞서 세계 각국에서 중국에 온 판다들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3년 동안 중단됐던 판다 반환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미국과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말레이시아 등에서 총 16마리의 판다가 중국에 왔다.
가장 인기가 많은 판다는 지난해 2월 일본에서 야안비펑샤 기지로 온 샹샹이었다. 성격이 다소 예민한 샹샹은 반환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리더셩 부주임은 “샹샹은 성격이 좀 예민해서 관람객 공개까지 9개월 정도 걸렸는데,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보통은 한두 달 걸린다”며 “현재 샹샹은 잘 적응해서 건강하고 활발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4일 기자가 본 샹샹은 여러 관광객의 시선과 잡담에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식사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야안비펑샤 기지에서 약 150㎞ 떨어진 두장옌 기지에서는 미국에서 온 바이윈(흰구름, 33살)과 화메이(중국-미국, 25살)를 볼 수 있었다. 판다 평균 수명인 20~30살을 훌쩍 넘긴 바이윈은 우리 곳곳을 씩씩하게 돌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1991년 쓰촨에서 태어난 바이윈은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6마리의 새끼를 낳은 뒤, 5년 전인 2019년 쓰촨에 돌아왔다. 바이윈의 딸로 미국에서 태어난 화메이는 5살이던 2004년 3월 중국에 왔는데, 해외에서 중국에 판다가 반환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아빠 메이샹, 엄마 톈톈과 함께 돌아온 샤오치지(작은 기적, 4살)는 워룽션슈팡 기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국에 돌아온 지 한 달여 만에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 샤오치지는 지난달 초 대나무 가지를 먹다 입가를 다쳐 잠시 일반 공개가 중단되기도 했으나, 현재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노령인 메이샹과 톈톈은 샤오치지와 떨어져 두장옌 기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쓰촨성 야안시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야안비평사 기지의 우리에서 관람객들이 판다 샹샹을 보고 있다. 야안/최현준 특파원글·사진 청두/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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