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지 말고 피난하세요”

2024. 1. 2. 08:07■ 국제/일본

 

입력 2024.01.02. 07:25업데이트 2024.01.02. 07:42
일본 지진 NHK 속보 화면. "쓰나미, 대피하시오"라고 써 있다.

“TV 보고 있지 말고 바로 피난하세요” “동일본 대지진을 기억하세요”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때 국영방송 NHK의 야마우치 이즈미 아나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피난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재난방송국인 NHK는 지진시에도 보도는 흥분하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게 원칙이다. 야마우치 아나운서는 최대한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당초 ‘듣기 불편하다’는 여론이 거셀줄 알았지만, 일본 SNS에서는 “알고보니 야무우치 아나운서가 신입때 이시카와현 NHK방송국에서 일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절박한 목소리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여론이다.

1일 오후 4시 10분쯤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NHK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 방송 체제로 들어갔다. NHK의 야마우치 아나운서는 일본 기상청이 쓰나미 경보를 발표하자, “여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해요. 정보를 기다려 도망치지 마세요!” “텔레비전을 끄지 않아도 돼요! 가능한 한 도망가세요. 높은 곳으로 도망가라!” “지금 당장 대피!당장 대피!동일본대지진을 기억하세요!” 등 즉각 피난을 요구했다. 옆에 앉은 남자 아나운서는 보다 침착한 어조로 지진 정보와 피해 상황을 전달했다.

 

2017년에 NHK에 입사한 야마우치 아나운서는 첫 근무지가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 인근인 가나자와 방송국이었다. 기상 정보 프로그램의 리포터로 일하다가 2021년에 도쿄 본사의 아나운서실로 이동했다. NHK 사이트에는 야마우치 아나운서가 가나자와 근무지로 배속될 당시, “근무지가 정해진 뒤, 처음 가나자와로 향하는 신칸센 안. 차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어요. 날씨는 맑았지만 도중에 긴 터널을 빠져나가면 그곳엔 구름과 안개로 새하얀 세계. 무심코 명저의 한 문장이 머리에 떠오르는 동시에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라고 쓴 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