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쏘리" 딸에 내뱉은 첫 말…중년이 된 6살 딸, 44년간 무슨 일이

2023. 10. 18. 17:30■ 인생/사람이 사는 세상

"아임 쏘리" 딸에 내뱉은 첫 말…중년이 된 6살 딸, 44년간 무슨 일이[뉴스속오늘] (daum.net)

 

"아임 쏘리" 딸에 내뱉은 첫 말…중년이 된 6살 딸, 44년간 무슨 일이[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4년 전인 2019년 10월18일, 67살 된 어머니 한태순씨는 44년 만에 딸을 품에 안았다. 한씨 나이 23살에 잃어버린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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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쏘리" 딸에 내뱉은 첫 말…중년이 된 6살 딸, 44년간 무슨 일이[뉴스속오늘]

김미루 기자입력 2023. 10. 18. 05:30

 
2019년 10월18일, 장기실종아동과 엄마 44년 만에 상봉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9년 10월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44년 만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귀국한 딸 신경하씨(미국명 라우리 벤더)를 엄마 한태순씨가 포옹하는 모습. /사진=뉴스1
4년 전인 2019년 10월18일, 67살 된 어머니 한태순씨는 44년 만에 딸을 품에 안았다. 한씨 나이 23살에 잃어버린 딸이었다. 6살 아이는 중년 여성이 돼 돌아왔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들어선 딸의 얼굴을 엄마는 한 번에 알아봤다.

한씨가 내뱉은 첫 말은 "아임 쏘리, 아임 쏘 쏘리(I'm sorry, I'm so sorry)"였다. 모녀는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얼굴은 똑 닮아 있었다. 당시 한씨는 "안아보니까 내 딸이 맞았어. 얼굴을 대보니까 내 딸이 맞았어"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들은 절대 그럴(자식을 버리는) 일이 없다"며 "꼭 부모를 찾아달라.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부모들은 찾을 방법이 없다"고 당부했다.

2023년 5월 기준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년 이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954명에 달했다. 최근 5년간 한 해에만 2만건 안팎의 아동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6살 딸이 없어졌다…출근하다시피 경찰서 간 엄마
2017년 경기남부경찰청 실종아동 등 찾기 캠페인 포스터에서 신경하씨를 찾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씨가 6살 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75년 5월9일이었다. 한씨는 '따라가지 않고 친구들과 놀겠다'는 딸의 말에 2살, 4살 된 동생을 데리고 시장에 갔다. 시장에서 돌아오니 딸은 집에 없었다. 할머니 집, 동네를 다 뒤져봐도 보이지 않았다.

한씨는 곧바로 실종신고를 했다. 두 동생을 양옆에 끼고 충북 청주시 일대를 무작정 돌아다녔다. 2년여간은 출근하다시피 경찰서로 향했다. 굿을 하면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해 친정아버지가 소를 팔아 마련해준 월세 보증금으로 굿까지 했다.

 

1990년 대구에서 딸과 비슷한 사람을 찾기도 했다. 갓 성인이 된 여성은 한씨더러 엄마라고 했다.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만난 지 3년째에 여성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랬다"며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그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친엄마를 찾아보자고 다독이며 직장을 찾아주고 결혼에 도움도 줬다.

마음의 병은 병치레로 이어졌다. 2015년 갑상선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자다가 작은 소리만 들어도 깼다.
'일치 DNA'…1만여㎞ 떨어진 도시에 있었다
1975년 5월9일 한씨의 딸 신경하씨(미국명 라우리 벤더)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차를 타고 제천에 갔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신씨는 불확실하지만 한 경찰관이 자신을 제천에 있는 보육원에 보낸 것으로 기억했다. 한때 보육원에서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아 친구와 쓰레기통을 뒤졌고 달팽이나 벌레 등을 먹기도 했다고 한다.

다음 해인 1976년 미국 버지니아주로 향하는 출국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양부모를 만나 입양됐다. 한씨가 44년 동안 국내에서 딸을 백방으로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이유다. 신씨는 학교 졸업 후 간호사가 돼 병원에서 근무했다.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의대에 진학했다.

신씨는 부모를 찾고 싶었지만 자신의 이름, 생일, 주소 무엇하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다 자기 딸에게서 DNA를 등록해 부모를 찾아보자는 권유를 받았다.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을 남기자 신씨와 일치하는 DNA 정보가 있었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1만㎞ 넘게 떨어진 대한민국 안양시에서 남긴 것이었다.
"엄마는 자식 버리지 않아…꼭 부모를 찾아달라"
한씨는 앞서 2015년 입양된 한인들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친부모를 찾아주는 비영리단체 '325캄라'(325kamra)에 DNA를 등록했다. 4년 뒤 딸의 권유를 받은 신씨까지 DNA를 정보를 등록하면서 상봉이 이뤄졌다.

한씨는 상봉을 앞두고 "딸이 엄마한테 떨어지곤 못살고 항상 붙어 다니던 아이였는데 외국에서 어떻게 살았을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당시 한씨는 "아직 아이를 찾고 있을 부모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다"고 했다. 혹시나 자신이 버려졌다는 생각에 부모 찾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엄마들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며 "꼭 부모를 찾아달라.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부모들은 찾을 방법이 없다"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장기실종아동 954명…아동, 지문 사전등록 가능
지난 5월 기준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년 이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954명에 달했다. 20년 이상 장기 실종아동으로 남아있는 인원은 870명을 넘겼다.

또 최근 5년간 매년 2만건 안팎의 아동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작년에는 2만6000건을 넘겼다. 전년 대비 5037건 늘어난 셈이다.

경찰은 아동과 지적·자폐·정신장애인, 치매 환자의 실종에 대비해 지문·사진·보호자 연락처 등 신상 정보를 경찰청 시스템에 미리 등록하는 실종 예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실종 시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 7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만 18세 미만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과 함께 가까운 지구대 및 파출소를 방문해 사전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사전등록 정보는 아동의 연령이 만 18세를 넘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보호자가 등록 취소를 요청하면 언제든 삭제할 수 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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