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남은 오사카 엑스포 현장 가보니…건설비 올라 아직도 허허벌판

2023. 10. 16. 08:23■ 국제/일본

[르포] 18개월 남은 오사카 엑스포 현장 가보니…건설비 올라 아직도 허허벌판 (daum.net)

 

[르포] 18개월 남은 오사카 엑스포 현장 가보니…건설비 올라 아직도 허허벌판

‘유메시마(夢洲, 꿈의 섬)가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꿈의 섬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도쿄올림픽처럼 씁쓸한 추억만 안겨줄 것인가’ 내년 4월 오사카 인근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180일간 펼쳐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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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8개월 남은 오사카 엑스포 현장 가보니…건설비 올라 아직도 허허벌판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입력 2023. 10. 15. 18:21수정 2023. 10. 15. 21:30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 현장 르포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한 인공섬 ‘유메시마’
대회장 둘러싸는 지름 615m ‘링’ 건축 한창
두 배로 늘어난 공사비로 외국 참여 부진
지자체에 맡겼던 日 정부, 직접 챙기기 시작
예산 적극 투입하고 공사비 보조 방침 밝혀
13개 민간기업도 파빌리온 공개하는 등 속도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로고 [일본국제박람회협회]
‘유메시마(夢洲, 꿈의 섬)가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꿈의 섬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도쿄올림픽처럼 씁쓸한 추억만 안겨줄 것인가’

내년 4월 오사카 인근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180일간 펼쳐지는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1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이 부산 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처럼, 일본 정부도 지난 2018년 러시아 등을 제치고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개최지로 선정됐다.

1970년 열린 오사카 엑스포의 메인 조형물 ‘태양의 탑’ 모습 [오사카 이승훈 특파원]
엑스포는 일본어로 만국박람회를 줄여서 ‘만박(万博, 반파쿠)’으로 불린다. 이미 일본은 지난 1970년에 오사카에서 엑스포를 성공리에 개최한 전력이 있다. 그동안 아이치와 쓰쿠바 등에서 엑스포가 펼쳐지기는 했지만 오사카로서는 55년 만의 귀환인 셈이다.

지난 12일 행사장 공사가 한창인 유메시마를 헬기로 둘러봤다. 오사카만에 있는 유메시마는 같은 인공섬인 마이시마와는 다리로, 사카시마와는 해저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애초 2008년 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조성됐지만 유치에 실패한 뒤 이번에 엑스포를 통해 빛을 보게 됐다.

헬기 상공에서 바라본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현장. 위쪽 원형이 그랜드 루프(링)가 들어서는 곳이고, 아래 검은 부분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모습이다. [오사카 이승훈 특파원]
헬기에서 바라본 엑스포 현장은 메인 상징인 그랜드 루프(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둘레 2km, 지름 615m, 높이 12m로 건설되는 그랜드 루프는 전시장 한 가운데에 위치해 ‘다양성의 통합’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폭이 30m에 달해 그랜드 루프 위를 사람이 걸어 다니며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루프 내에는 해외 국가 파빌리온이, 바깥쪽에는 13개의 민간기업 파빌리온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사카 엑스포를 주관하는 일본국제박람회협회의 요시모토 나오코 디렉터는 “나무로 지어지는 그랜드 루프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목조 건축물이 될 것”이라며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이라는 엑스포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공장 현장에서 그랜드 루프(링)가 건설되고 있다. [오사카 이승훈 특파원]
엑스포 개최까지 1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전반적인 공사 진척은 확실히 느려 보였다. 협회가 공을 들이는 대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어느 정도 윤곽을 갖췄지만, 나머지 지역은 일부 윤곽을 보이는 그랜드 루프를 제외하면 허허벌판 수준이었다.

실제로 오사카 엑스포는 현재 일본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유명 사회학자인 요시미 신야 도쿄대 교수의 경우 “이제 다시 일본에서 올림픽도 박람회도 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할 정도다.

이런 배경에는 엑스포에 대한 회의론이 자리 잡고 있다. 2021년 관중 없는 도쿄올림픽으로 커다란 재정적자를 보고, 준비과정에서 각종 뇌물·청탁 의혹으로 얼룩진 것이 국민의 기억에 확연히 각인된 것이다. 이번 엑스포도 헛되어 돈만 쓰고 경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상황이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열리는 위치. [일본국제박람회협회]
여기에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엑스포는 전체 행사장과 함께 파빌리온으로 불리는 전시관이 들어서기 때문에 토목건축 공사가 기본이다. 하지만 엔화 가치하락에 따른 자재 비용 증가와 인력난에 따른 임금 급등 등으로 각종 비용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박람회장 건설비만 해도 2018년 최초 산정 때 1250억엔이었으나 이후 설계 변경으로 2020년 12월 1850억엔으로 한 번 늘었다. 이러다 지난달 다시 2350억엔으로 애초 예상액의 두 배로 껑충 뛰었다. 해외 국가의 파빌리온 공사비도 마찬가지다. 공사비가 늘어난 것은 둘째 치고 엑스포 공사를 맡겠다는 건설업자도 현재 많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엑스포 대회장 자체의 공사뿐 아니라 여기에 참여하는 국가·기업의 행보도 더딘 움직임을 보인다. 일본국제박람회협회에 따르면 현재 153개 국가와 8개의 국제기구가 오사카 엑스포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50개 국가는 자체적으로 대형 파빌리온을 짓고 미래 기술을 전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건설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곳이 우리나라와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미츠비시그룹이 최근 공개한 오사카 엑스포 파빌리온 조감도. [일본국제박람회협회]
스미토모그룹과 미츠비시그룹, NTT, 파나소닉그룹 등 13개 기업의 민간 파빌리온 건설도 이제 겨우 초안이 잡혔다. 협회는 이달 중으로 건설 허가 절차에 들어가고, 내년 4월에 공사를 시작할 경우 2025년 4월 엑스포 개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까다로운 공사 인허가, 유메시마 현장의 불편한 공사환경, 바닷가에 접해 태풍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등을 고려할 경우 결코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일본가스협회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선보이는 가스 파빌리온 조감도. [일본국제박람회협회]
결국 오사카 엑스포를 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총리실 지시로 경제산업성이 직접 엑스포를 챙기기 시작했다. 또 정부는 지지부진한 해외 국가의 파빌리온 건설을 독려하기 위해 표준 타입인 ‘타입 X’를 들고 나왔다. 크기를 작게 하고 표준 형태로 만들어 해외 국가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는 일본 정부가 비용을 대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민간 기업도 적극적으로 파빌리온 공개 행사를 열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 지난 4일 참여기업 13곳 가운데 7곳이 자신들의 파빌리온 디자인을 공개한 데 이어, 오는 18일에는 나머지 기업이 공개에 나선다.

2025 오사카 엑스포 로고와 마스코트로 래핑된 JAL 기체. [일본국제박람회협회]
해외 관광객 수송을 위해 간사이 공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간사이와 이타미, 고배 등 인근 3곳의 공항을 운영하는 간사이에어포트는 오는 12월 간사이공항의 새로운 국제선 출발 청사의 문을 연다.

마스타니 준코 간사이에어포트 PR그룹 리더는 “오사카 엑스포에 맞춰서 내후년 봄에는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새롭게 단장한 새로운 간사이공항이 문을 연다”며 “국제선 수송능력을 크게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공식 캐릭터 ‘먀쿠먀쿠’ [일본국제박람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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