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7. 09:09ㆍ■ 자연 환경/동물 새
포르노 보여주고, 비아그라 먹여도 안된다고?...“성에 관심없는 너?” [생색(生色)] (daum.net)
포르노 보여주고, 비아그라 먹여도 안된다고?...“성에 관심없는 너?”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입력 2023. 9. 17. 06:51
[생색-12] 앙증맞은 얼굴에, 복슬복슬한 털들까지. 누구든 이들 앞에선 무장해제를 당합니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조차 “귀여워”를 소리칠 수밖에 없습니다. 철퍼덕 주저앉아 사람처럼 댓잎을 씹으며 뒹굴뒹굴하는 모습 앞에서 인간들은 모두 ‘엄마 미소’를 짓게 되지요. 종의 경계를 넘어서는 극강 귀여움. 자이언트 판다의 이야기입니다.
귀여움의 대명사인 판다는 멸종위기동물입니다. 극단적 ‘초식남’이기 때문입니다. 대나무를 먹는 데만 관심을 보이고, 도통 ‘관계’를 할 생각을 안 하지요. 성에 관심이 충만한 사춘기가 되어서도 수컷은 도무지 이성에게 수작을 부릴 기미가 안 보입니다.
“우리 연애 관심 없어요 호호호.” 대나무 먹는 판다들. <저작권자=Chi King>‘판다의 종말’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귀여운 녀석들을 기록용 사진으로만 본다는 건 말이 안되지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판다를 소유한 모든 동물원들은 이들을 번식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곤 했지요. 자이언트 판다 ‘번식 대작전’의 시작이었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판다인 ‘가오가오’. <저작권자=Aaron Logan>대중은 치치가 엄마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녀가 작은 새끼를 품고 양육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었지요. 그때 모스크바 동물원 ‘얀얀’이 신랑 후보로 떠오릅니다. 치치와 얀얀은 중국 외 국가의 동물원에서 사는 둘뿐인 판다들이었지요.
‘인간을 사랑한 판다’로 유명한 치치. 이 판다는 죽은 뒤에도 박제된 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박제된 치치 사진. <저작권자=Lusanaherandraton>어느 날 치치가 꼬리와 둔부를 들어 올립니다. 명백한 성적반응. 드디어 그녀가 얀얀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었을까요. 하지만 그녀가 마음을 허락한 이는 소련의 사육사였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 온 인간에게 관심을 보이는 성적각인(Sexual imprinting)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세 번의 추가 도전이 있었지만, 연애는 모두 실패. 런던동물학회는 “치치는 다른 동물에게서 오래 격리돼 인간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합니다.
치치는 독신으로 평생을 살아갑니다. 영국인은 여전히 그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유명한 판다 로고는 치치를 모델로 한 그림입니다.
영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치치’는 WWF의 모델로서 기억된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또 다른 센터에서는 비아그라가 사용됐습니다. 발기만 시켜 놓으면 잠자리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서로를 돌 보듯 보던 이놈들이 만리장성을 쌓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이 역시 실패였습니다. 포르노와 비아그라. 성욕을 돋우는 인간계 최강 비밀경기 ‘원투펀치’가 무용지물이었던 셈입니다.
태국 치앙마이 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린빙’은 부모가 포르노를 본 후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판다 포르노가 효력을 보인 유일한 개체. <저작권자=mrpokx5>발정기 암컷이 한 대나무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자신의 항문을 문지릅니다. 자신이 발정 났다는 걸 알리는 신호입니다. 수컷들은 이 향에서 성별과 나이, 번식력을 읽어냅니다. 판다계의 ‘틴더’인 셈이지요.
“저희도 사실 이성에 관심이 많답니다 하하.” 홍콩 오션 파크의 자이언트 판다. <저작권자=J. Patrick Fischer>동물원에서 결코 볼 수 없던 모습입니다. 횟수가 전부도 아니었지요. 양만큼이나 질도 훌륭합니다. 이 놈들의 정액에는 인간보다 10~100배가 넘는 생식세포가 담겨 있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암컷은 3~5년마다 새끼를 낳았습니다. 50%의 확률로 쌍둥이를 보았지요. (어미 판다는 쌍둥이 중 생존 가능성이 높은 한 마리만 양육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엄청난 번식률이라고 볼 수 없지만, 동물원 안에서 보다는 월등히 높았지요. 야생에서는 새끼들이 부모의 ‘교미’를 지켜보는 자연적 성교육이 이뤄진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중국 청두의 새끼판다들. <저작권자=Joshua Doubek>담당인 강철원 사육사가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판다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데 판다들이 짝짓기에 관심이 없어 속상하다”고 푸념했을 정도니까요. 사랑을 나누기에 적합하지 않은 분위기였던 것이지요. 교미를 거부한 다른 판다들처럼요.
“러바오가 사귀자고 조르면 어쩌지ㅠㅠ” 합방하기 전인 2018년의 아이바오. <연합뉴스>어렵게 얻은 딸이어서였을까요. 푸바오가 태어난 지 두 해가 다 되어가던 지난해 9월. 푸바오가 마침내 홀로서기에 훈련을 시작한 때였습니다. 아이바오는 옆에서 쌔근쌔근 자던 새끼 푸바오와 각방을 써야 했지요.
“어디갔었어, 엄마가 걱정했잖아.” 푸바오를 안고 사랑을 느끼는 아이바오. <연합뉴스>푸바오는 이제 어엿한 ‘언니’가 됐습니다. 지난 7월 쌍둥이 여동생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관람객이 다시 많아진 환경 속에서도 다시 ‘합방’을 단행했습니다. 아이바오는 판다의 본성과는 달리 쌍둥이 모두를 품에 안으면서 남다른 모성애를 보여줬지요. (앞서 말했듯 판다는 쌍둥이를 낳으면 더 튼튼한 한 마리만 양육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제 엄마 곁 떠나지 않는 거야, 알겠지? 네, 엄마” 아이바오와 푸바오. <연합뉴스>한 동물을 보호할 때 생기는 부가적 보호효과가 따라오는 셈입니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동물을 ‘우산종’이라고 부릅니다. 판다의 야생 번식은 생명의 번영을 뜻한다는 의미이지요.
판다는 우리 인간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저희를 사랑한다면, 조금 거리를 두어 바라봐주세요. 우리가 더 진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예쁜 새끼들을 낳을 수 있게. 지구에 많은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게.”
“사랑한다면, 우리를 지켜주세요.” 첫 돌 맞은 2021년 7월 푸바오. <사진 제공=삼성물산>ㅇ판다는 교미를 안하는 ‘초식남’으로 유명했다.
ㅇ하지만, 야생에서는 그만한 ‘색마’가 없었다. 동물원에서는 스트레스가 심해 성관계를 안한 것이다.
ㅇ판다는 서식지가 보호받으면 다른 동물도 함께 번영하는 ‘우산종’이다. 고로, “푸바오, 절대지켜.”
<참고문헌>
ㅇ루시 쿡, 오해의 동물원, 곰출판,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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