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로 아우디 박았다, 제네시스 명운 건 ‘쇼킹 광고’

2023. 9. 17. 07:21■ 우주 과학 건설/陸上 鐵道 自動車

시속 100㎞로 아우디 박았다, 제네시스 명운 건 ‘쇼킹 광고’ | 중앙일보 (joongang.co.kr)

 

시속 100㎞로 아우디 박았다, 제네시스 명운 건 ‘쇼킹 광고’ | 중앙일보

고민의 시작은 1989년 ‘렉서스 쇼크’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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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로 아우디 박았다, 제네시스 명운 건 ‘쇼킹 광고’

  • 카드 발행 일시2023.07.17

“제네시스 차량의 시트는 내부 모터의 음색부터 달라요. ‘찌~잉’ 하며 올라오는 높고 강한 특유의 소음을 최대한 줄이고, 낮게 깔리는 무거운 톤으로 바꿔준 겁니다.”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트랜시스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서승우 시트본부장은 이렇게 ‘사운드’를 강조했다. 현대트랜시스에선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세단과 그랜저, K9 등 고급 차종에 들어가는 시트를 개발·제작하고 있다.

엔진 다음으로 비싸다…시트는 ‘三合 결정체’

자동차 시트 기술은 한 마디로 표현해 ‘삼합(三合)’이다. 즉 아름답고 편안하며 안전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고, 또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시트가 고가인 이유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시트는 엔진 다음으로 비싼 부품이다.

제네시스 시트를 개발하는 경기도 화성시 현대트랜시스 시험동. 김동기 시트검증실장은 "시험 기준은 45㏈(일반적인 사무실 소음) 이하인데 제네시스 시트는 기준을 더 높여서 평가한다"고 소개했다. 우상조 기자

그만큼 개발도 까다롭다. 이날 현대트랜시스 시험동에선 미발표된 신차에 장착될 시트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온도를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를 오가는 동·하계 극한 기후 조건을 만들어두고, 시트를 비틀고 흔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음을 측정 중이었다. 이인호 현대트랜시스 시트선행연구실장은 “시트는 개발 과정에서 국내‧외 법규에 맞춘 150개 이상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양산에 나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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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제네시스는 더 유별나다. 김동기 시트검증실장은 “시험을 통과하는 기준은 45㏈(일반적인 사무실 소음) 이하인데 제네시스 시트는 기준을 더 높여서 평가한다”고 소개했다. 제네시스 최상위 모델인 G90의 경우 시트에 들어가는 모터 수만 43개로 일반적인 세단의 3~4배에 달한다.

“시트는 플래그십 자동차의 처음과 끝”

왜 이렇게 시트에 ‘집착’하는 것일까. 제네시스와 같은 플래그십 자동차는 시트가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 내부의 공기주머니 7개가 주행 모드별로 최적의 자세를 잡아주는 시트 에르고모션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제네시스에 처음 적용했다. 지난달 출시한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 운전석에도 이 시스템이 탑재됐다. 서승우 시트본부장과 고명희 시트설계실장의 설명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시트 기술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안마를 해주거나 헤드레스트(머리 받침대)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악이 나오는 것도 등장했지요. 한편으론 고급 소재는 그 자체에도 더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시트에 쓰는 가죽은 ‘모기가 남긴 바늘 자국’이라도 있으면 퇴짜 놓을 정도로 까다롭게 고르고 있어요.”

이런 기술 투자와 지극 정성 덕분일까. 제네시스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조만간 100만 대를 넘어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제네시스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94만6046대였다. 2021년부터 매년 20만 대 이상을 팔면서 이제는 닛산 인피니티, 혼다 아큐라, 재규어 등을 뛰어넘었으니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화성시 현대트랜시스 연구동에서 이인호 시트선행연구실장(왼쪽부터)과 고명희 시트설계실장, 서승우 시트본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사람은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콘셉트 분야에서 폐가죽으로 만든 실과 재생 페트 원사를 결합한 원단으로 만든 시트를 선보여 본상을 받았다. 우상조 기자

1967년 창립 이래 48년간 ‘현대’ 단일 브랜드로 성장했던 현대차는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시켰다. 2008년 현대차 내부 브랜드에서 시작한 제네시스가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며 새로운 2막을 연 것이다.

고민의 시작은 1989년 ‘렉서스 쇼크’ 직후  

하지만 그 시작은 전혀 순탄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꿈꾸기 시작한 시점은 1989년 무렵이다. 이충구 전 현대차 사장은 이렇게 기억했다.

“1989년 미국 시카고 모터쇼에서 렉서스를 처음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렉서스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도요타에서 새로 만든 럭셔리 브랜드’라고 하더군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렉서스를 들여오려고 해외 주재원을 총동원했는데 출시 초기라 구할 수가 없었어요. 서너 달 지나서 겨우 한 대를 구해 남양연구소에 가져왔지요. 첫 시동을 걸었는데 엔진이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더라고요. 더 큰 충격이었어요. 독일 차는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었는데 그 공식을 깼으니까요. 이때 내부에서 ‘우리도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시장 상황이나 여건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어요.”

현대차가 이후 럭셔리 브랜드 출범을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건 기아자동차(현 기아) 인수(1999년)와 현대그룹 계열 분리(2000년) 이후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럭셔리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현대차그룹 중역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기아 인수 (무렵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갔어요. 정몽구 회장이 페라리 전시관을 지나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예쁘게 못 만드냐’고 타박하셨어요. 일단 ‘오버행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답을 드렸습니다. 현대차는 오버행(차축에서 차 끝까지의 길이)이 길어서 달리다 보면 차가 땅에 콕콕 닿습니다. 이게 치명적입니다. BMW는 (오버행이) 우리의 3분의 1밖에 안 됩니다. (기술 제휴 관계에 있던) 미쓰비시자동차가 그렇게 하니까 우리가 따라가는 거였어요.”

정몽구 “우리는 왜 이렇게 못 만드나”

여기에다 ‘안방’을 내줄 위기가 닥치면서 현대차는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럭셔리 브랜드 개발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1988년 수입차 시장 전면 개방 후 해외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다. 특히 2000년대 초부터 BMW와 벤츠 등 유럽 차의 ‘공습’이 시작됐다. 프리미엄 자동차 개발은 현대차가 수입 브랜드와 겨뤄서 안방을 지켜낼 무기이기도 했다.

제네시스 프로젝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정몽구 명예회장도 가보지 않은 길을 뚫고나가야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경민 기자

프로젝트명 ‘BH’…벤츠 헌터라는 비아냥도

현대차는 2003년 ‘프로젝트 BH’에 시동을 걸었다. 이때만 해도 자동차 업계엔 ‘BH’를 평가절하하면서 “현대차가 ‘벤츠 헌터(Benz Hunter)’ 조직을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BH는 훗날 제네시스 1세대 차량의 트림명으로 살아남았다. 현대차는 4년간 개발비로 5000억원을 투입했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도 바꿨다. 현대차 최초로 별도 전담 개발팀을 구성했고 설계 때부터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프로젝트 매니저와 제품 기획, 설계, 시험 등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연구진 수십 명이 개발에 참여했다. 애초부터 제네시스만의 유전인자(DNA)를 갖추도록 유도한 것이다.

미쓰비시자동차와 공동 개발해 출시한 1·2세대 그랜저와 이를 기반으로 한 다이너스티, 1세대 에쿠스와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 되레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 개발에 성공한 그랜저 XG가 벤치마크 모델이었다.

아우디 A8과 충돌 쇼킹…파격 TV 광고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명과 엠블럼은 서울 양재동 정몽구 명예회장실에서 회의를 열고 결정했다. 이형근 전 기아 부회장은 이렇게 기억했다.

“2005년 (현대차에서) 기아로 자리를 옮긴 후 회장실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올라가 봤더니 현재의 엠블럼을 포함해 3~4개 후보가 테이블에 놓여 있었어요. 정 명예회장께서 의견을 물어오셨지요. ‘해외 영업을 오래 해서 마케팅 측면에서 어떤 게 좋은지 살펴보라’는 취지로 이해했습니다.”

제네시스 BH와 아우디 A8의 충돌 광고.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남양연구소에서 촬영한 충돌테스트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독일 차와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진 제네시스

“초기 목표는 수입 차 견제, 포르쉐 흔적도”   

현대차는 2008년 제네시스 BH를 출시한다. ‘다이내믹 럭셔리’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TV 광고는 파격 그 자체였다. ‘독일 명차와 시속 100㎞ 실차 정면충돌 테스트’라는 문구를 앞세운 영상에는 제네시스 BH와 아우디 A8의 충돌 장면을 담았다. 미국 영상 전문가를 남양연구소로 모셔서 촬영한 것이었다. 독일 차와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현대차 출신 디자이너는 “제네시스 BH는 개발 초기부터 국내 시장에 몰려드는 수입차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컸다”며 “디자인에서 보자면 포르쉐의 흔적이 남아 있어 완전한 독립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후 제네시스 BH는 국내 시장에서만 누적 판매 20만 대를 넘어서며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내수용이라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때도 내부적으론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이 검토됐으나 실행되지는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급차 시장이 위축됐고 내부 기준의 완벽한 충족과 복수의 라인업 확보가 필수라는 주장이 제기돼 브랜드 론칭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북미의 딜러들이 브랜드 분리에 어깃장을 놓은 것도 제약 요소였다.

박경민 기자

한 방은 안 된다…‘제네시스 프라다’ 실패

이즈음 현대차는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다. 2011년 선보인 ‘제네시스 프라다’ 얘기다. 지금에 와서 보면 도약 디딤돌 역할 셈이지만.

제네시스 BH의 성공적인 출시 이후 현대차는 ‘또 다른 한 방’을 준비했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손잡고 2년여를 준비해 ‘제네시스 프라다’를 2011년 5월 국내에 선보였다. 명품 브랜드와 손잡으며 단번에 럭셔리 이미지를 얻어 보겠다는 셈법이었다. 차량에 제네시스 프라다 로고와 차량 고유번호가 새겨진 시리얼 넘버 플레이트를 부착했다.

2011년 5월 17일 서울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 전시관에서 열린 '제네시스 프라다'를 발표회에서 모델들이 '제네시스 프라다'를 선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시장은 현대차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국내 판매량을 1200대로 정한 한정 판매 상품이었으나 연말까지 300대 판매에 그쳤다. 그해 벤츠 E클래스는 7019대가 팔려 수입차 1위에 올랐고, BMW 520d는 6211대가 팔렸다.

명품 업계에선 2007년 출시해 100만 대 이상 팔린 LG전자 프라다폰과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대중적인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네시스 프라다가 넘어서지 못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5년 서울 동대문 DDP에서 제네시스 브랜딩 론칭을 선언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 중심의 진보(Human-centered Luxury)'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정의선, TF에 ‘럭셔리란 무엇인가’ 화두

그런데 독이 약이 된 것일까. 제네시스 프라다의 실패는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다. 이후 현대차 내부엔 럭셔리 태스크포스팀(TF)이 꾸려졌다.

당시 부회장이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던진 화두는 ‘제네시스다움이란 무엇인가’와 ‘럭셔리란 무엇인가’였다. 다소 선문답처럼 들리는 질문이지만 럭셔리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당시 TF에 참가했던 한 디자이너의 얘기다.

“럭셔리 브랜드를 연구해 보라는 주제로 3~6개월 이상 장기 출장을 보내줬어요. 딱 부러진 지시도 없었습니다. 유럽에 가서 사람들이 럭셔리 브랜드가 어떻게 소비되고, 어떤 관점에 영향을 받는지 원점에서 검토를 해보자는 거였지요.”

이후 현대차는 2015년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을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열린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제네시스를 이렇게 정의했다. 이는 자신이 던진 선문답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있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 중심의 진보(Human-centered Luxury)’를 지향합니다. 고객들은 과시를 위해 멋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멋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원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현명한 소유 경험, 사용할수록 만족감이 높아지는 실용적 혁신에 감동합니다. 이것이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명품의 가치이며, 제네시스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합니다.”

박경민 기자

쿼드 램프와 제네시스 하우스로 독자 노선

제네시스는 2020년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거듭난 중형 럭셔리 세단 GV80을 발표했다. 제네시스 시그니처가 된 두 줄 디자인의 쿼드 램프를 처음 적용한 모델로 정의선 회장이 영입한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차량 디자인을 주도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지난해 3월 ‘월드카 어워즈’ 시상식 인터뷰에서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는 (완성된) 과거의 자동차 디자인을 절대로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린 쿼드 램프는 제네시스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7년 9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네시스 G70 공식 출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네시스 시그니처가 된 쿼드 램프를 처음 적용한 모델로 정 회장이 영입한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차량 디자인을 주도했다. 사진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현대차‧기아와는 다른 별도의 브랜드 조직으로 운영된다. 분명한 차별화 전략이다. 2021년 11월 문을 연 미국 뉴욕의 제네시스 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꾸민 제네시스 하우스 주변에는 삼성전자·테슬라·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매장이 줄지어 있다.

제네시스 하우스는 차량 전시 공간이자 한국 문화 체험 장소다. 하우스 2층엔 레스토랑과 테라스 정원, 도서관이 자리했다.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한옥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1층 전시장이 차량으로 이뤄진 다소 차갑다면, 2층은 아늑하고 푸근한 느낌이다. 저녁에만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선 궁중요리와 비빔밥 등 한식을 판매한다.

럭셔리 세단과 한국 음식·차를 같은 공간에서 배치한 의도는 뭘까. 정연우 데시뇨티나인 디자인연구소장(전 UNIST 교수)은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지다 보니 제네시스 브랜드에도 이를 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제네시스에 서울을 배경으로 한 광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제네시스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4분의 1가량인 5만6410대를 팔았다. 이는 2020년 1만6384대에서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2층의 '티 파빌리온' 겸 라이브러리. 사진 제네시스

“유럽에서 성공해야 진정한 럭셔리”

하지만 아직은 ‘넘사벽 시장’도 있다. 유럽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제네시스는 국가별 판매량을 제공하지 않지만 국내와 미국 판매량이 글로벌 판매량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량은 월평균 200대 남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와 BMW는 지난해 유럽에서만 각각 60만여 대를 판매했다. 렉서스의 지난해 유럽 판매량은 3만7000여 대 수준이다.

유럽 시장의 높은 벽은 다양한 이유로 설명된다. 일단 유럽 소비자는 신기술이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미국 소비자에 비해 느리다. 2008년부터 따져도 15년에 불과한 제네시스 브랜드 역사에 비춰보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벤츠 등을 단숨에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구상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지난 유럽 차 브랜드와 비해 깊지 않은 역사성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가장 큰 약점”이라며 “앞서 출발한 렉서스도 고전하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일정한 궤도에 오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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