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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국이 원조 맞나요?…中 '김치공정' 닮은꼴 안돼 [채상우의 미담:味談] (daum.net)
김밥, 한국이 원조 맞나요?…中 '김치공정' 닮은꼴 안돼 [채상우의 미담:味談]
입력 2023. 9. 16. 13:00수정 2023. 9. 16. 14:11
기원은 일본에 있어도 현지화된 한식으로 인정받아야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김밥 한국이 원조 아닌가요?"
한 재미동포가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김밥 먹는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무려 11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세계 사람들은 "맛있어 보인다", "다른 한식도 먹어보고 싶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덩달한 한국인들의 자긍심도 올라갔다.
"근데 김밥은 사실 일본이 원조 아닌가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댓글에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김밥은 한국이 원조라는 주장과 일식에서 기원한 음식이라는 입장이 부딪혔다.
김치를 중국에서 기원한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에게 분노하는 우리도 어쩌면 잘못된 인식으로 자칫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먹는 김밥의 기원은 일본 마키스시(巻き寿司)의 일종인 '노리마키(海苔巻き)'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이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후토마키(太巻き)'의 영향을 받아 속재료를 다양하게 채운 것이 특징이다.
후토마키는 김 안에 식초와 설탕, 미원 등으로 맛을 낸 밥을 펴바른 뒤 다양한 속재료를 넣고 마키스(巻きす)라고 불리는 대나무발로 말아 원통형으로 만든 뒤 잘라 먹는다.
노리마키는 1750년 발간된 요리책 '요리산해향(料理山海郷)'에 처음 등장했으며, 1776년 발간된 요리책 '신착식단부류집(新撰献立部類集)'에서 자세한 레시피가 담겼다. 메이지시대인 1800년대 중반부터는 포장마차 등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1930년 3월 7일 동아일보 기사는 꽃구경을 갈 때 가지고 갈 요리로 '김쌈밥(노리마기스시)'을 소개했다. 일본식 매실 장아찌인 우메보시를 잘게 썰거 같이 먹는 것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밥을 만드는 마키스 역시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한국에서 사용되는 조리도구가 아니었다.
국립국어원이 1977년 노리마키를 '김밥'으로 순화해 부르는 것을 제안하고 일본문화를 금기시 하는 풍토가 거세지면서, 점차 노리마키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김밥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기원은 일식에 있다곤 하나 지금의 김밥을 한식으로 봐야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오랜시간에 걸쳐 현지화가 된 음식은 자국의 음식으로 편입하는 일은 흔하다.
일식에서 '돈가스'와 '카레라이스'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요리인 '코톨레타'가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전해져 '커틀렛'이 됐고, 19세기 말 메이지시대 일본으로 전해져 지금의 돈가스가 만들어졌다.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경양식 요리로 성장했다.
카레라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19세기 말 영국 해군의 카레스튜를 맛본 일본 해군이 이를 일본식 덮밥과 결합한 요리가 카레라이스다. 현재는 일본의 가정식으로 떠올릴 만큼 대중적인 요리가 됐고, 갖가지 토핑과 다양한 제조 방법으로 인도·영국의 카레와는 완전히 다른 일본만의 카레라이스가 완성됐다.
한국의 김밥은 이제 노리마키와 외형만 같을뿐 만드는 방식부터 속재료까지 완벽히 현지화됐다.
우선 일본의 노리마키의 기본이 되는 식초와 설탕으로 밥에 초절임을 하는 방식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 미원과 소금, 참기름 정도로 맛을 낸다.
속재료 역시 생선회를 위주로 썼던 일식과는 달리 당근과 계란, 우엉, 햄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됐다. 최근에는 불고기, 제육볶음 등 다양한 한식요리가 속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몇몇 미디어에서는 김밥의 기원이 한국에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몇해 전에도 몇 곳의 미디어에서 김밥 한국 기원설을 다뤘다. 근거는 마찬가지로 김을 한국에서 처음 식용했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김을 식용한 것은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다.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김을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에서는 "신라에서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명나라에서 편찬된 본초강목에서도 "신라의 깊은 바다 속에서 채취한다"고 김을 소개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700년대에 들어서 김을 조세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첫 기록이다.
하지만, 김을 먼저 먹었다고 김밥의 원조라는 건 논리의 비약이다. 특정 식재료를 먼저 먹었다고 특정 음식의 원조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옥수수의 기원은 멕시코지만, 옥수수를 주재료로 다루는 전세계의 음식을 멕시코에 기원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또, 조선시대 김에 밥을 싸 먹는 '김쌈밥'을 김밥의 기원으로 보는 이도 있다. 김을 구워 소금을 뿌린 뒤 밥을 싸 먹었다. 특히 정월대보름에 특식처럼 먹곤 했는데, 오곡밥을 넣어 '복(福)쌈' 또는 '명(命)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만드는 방법이나 형태 등이 지금의 김밥과 달랐다. 오히려 상추쌈과 비슷한 형태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쌈이 일본으로 전파된 뒤 노리마키로 재탄생해 다시 한국으로 역수출 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나 기록은 전무하다.
김밥의 한국 기원설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중국이 김치를 중국음식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중국 바이두 백과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보다 앞서 기원 전부터 중국에서는 배추 등 채소를 절여 먹었고, 그렇기에 절임채소인 김치 역시 중국음식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을 가장 먼저 식용했고, 김쌈을 먹었으니 김밥은 한국이 기원이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 역시 역사적 기원을 왜곡해선 안 된다.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냥 퍼뜨렸다가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쌓아온 신뢰와 호감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원이 어떻든 지금 우리가 먹는 김밥이 한식이 아닐 이유는 없다. 김밥을 우리식대로 더욱 발전시켜 세계가 사랑하는 음식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진짜 한식을 위한 길이 아닐까.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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