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저기에" 부모 안절부절…'칼부림' 목격자가 전한 지옥의 시간

2023. 8. 3. 23:11■ 법률 사회/살인 강도 절도 폭력

피 흘린 소녀에 달려가 지혈했다... 칼부림 현장 10대 시민영웅 (daum.net)

 

피 흘린 소녀에 달려가 지혈했다... 칼부림 현장 10대 시민영웅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다들 피하기 바쁜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간 이가 있었다. 윤도일(18)군이 그 주인공이다. 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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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저기에" 부모 안절부절…'칼부림' 목격자가 전한 지옥의 시간

성남(경기)=양윤우 기자입력 2023. 8. 3. 22:13수정 2023. 8. 3. 22:23
 
사고 당시 "내 딸이 저기 있는데 어떻게 대피하냐" 목소리도…현장엔 피의자 차량만 '덩그러니'
/사진=양윤우 기자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제 눈 앞에서 벌어지니까 무섭다는 마음보다는 화가 먼저 나더라고요."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백화점인 AK플라자 분당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목격자 A씨(19)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옷이 피로 물든 피해자들이 여기저기에 누워 있고 목격자들이 저마다 신고를 하고 있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대피하라고 말하는 데도 '딸이 저기 있는데 어떻게 대피하느냐'고 말하는 피해자 부모도 있었다"며 "현장 상황은 모두가 어찌할 줄 몰라 어수선했고 사람들이 매우 많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3일 오후 6시쯤 배달업 종사자 B씨(24)가 자신의 모닝 차량을 타고 AK플라자 분당 앞 인도로 돌진해 5명이 부상을 입었다. B씨는 이내 차에서 내려 백화점 건물 안으로 들어가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이 범행으로 또 9명이 다쳤다.

총 14명의 피해자 가운데 60대 중반 여성이 차량 돌진시 충격으로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흉기에 중상을 입은 20대 여성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2시간쯤 뒤인 오후 7시40분쯤 백화점 앞은 경찰 관계자들이 내부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3층부터 7층까지는 손님과 직원들이 모두 대피해 텅 빈 상태였다. 경찰 수십여명이 2층으로 올라가 사건이 발생한 1층 로비 현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사진=양윤우 기자


AK플라자 분당 2층 입구 앞 도로에는 B씨가 타고 온 흰색 모닝 차량이 바퀴가 찌그러진 채 놓여 있었다. 여전히 시동이 켜져 있었고 겹겹의 폴리스라인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B씨는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돼 분당경찰서로 압송됐다. 분당경찰서는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었다. 경상을 입은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경찰서에 들어가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살인하려 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그가 피해망상을 호소하는 것을 감안해 정신병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 밖에 마약간이검사를 시행했으나 음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경기)=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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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린 소녀에 달려가 지혈했다... 칼부림 현장 10대 시민영웅

이가영 기자입력 2023. 8. 3. 21:05수정 2023. 8. 3. 22:44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발생한 무차별 흉기 난동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윤도일(왼쪽 검은색 상의)군과 시민들이 피해자를 돕고 있다. /독자 제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다들 피하기 바쁜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간 이가 있었다. 윤도일(18)군이 그 주인공이다.

윤군은 3일 서현역 사건 현장에서 이뤄진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친한 형과 함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면서 뛰어가고,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까지 도망치는 상황이 보였다”고 말했다.

 

윤군은 처음에는 단순한 싸움이 난 것 같아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사건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목격한건 10대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그때는 칼을 든 범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윤군은 뛰어가 피해자의 지혈을 시도했다. 그는 “처음에는 주변에 (피해자 외에) 아무도 없었고, 지혈하는데 상처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나와 좀 무서웠다”고 했다. 윤군이 먼저 피해자를 돕자 이내 다른 남성도 합류했다고 한다.

윤군이 고군분투하던 사이 경찰과 구급대원이 도착했고, ‘이제 손을 떼 달라’는 말을 듣고서야 윤군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군은 “구급대원들이 응급조치하는 걸 보니 피해자의 상처가 심한 것 같았다”며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윤군은 ‘무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다들 멈칫하는 상황이었긴 했다”며 “또래로 보이는 피해자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답했다.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난동' 용의자가 칼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트위터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9분쯤 분당선 서현역 AK플라자 인근에서 “어떤 남자가 사람들을 찌르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6시 5분쯤 20대 A씨를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자신의 경차를 몰고 서현역 역사 앞 인도로 돌진해 지나가던 행인들을 들이받은 후 차에서 내려 쇼핑몰 1, 2층을 돌아다니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 쓰는 등 어두운 계열의 옷차림을 한 A씨는 쇼핑몰에서 한 여성의 뒤를 쫓아갔다. 도망가던 여성이 방향을 틀자 A씨는 다른 남성의 등을 향해 흉기를 든 손을 내밀었다. A씨는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9명의 시민이 다쳤으며 4명의 시민이 차량에 치어 부상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A씨는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경찰에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범행동기 등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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