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上] '조작 논란' 로또 추첨 현장 가보니…공 일주일 봉인, 무게도 측정

2023. 4. 11. 14:22■ 인생/사람이 사는 세상

[르포上] '조작 논란' 로또 추첨 현장 가보니…공 일주일 봉인, 무게도 측정 (daum.net)

 

[르포上] '조작 논란' 로또 추첨 현장 가보니…공 일주일 봉인, 무게도 측정

[편집자주] 사람들의 염원과 욕망이 담긴 4g짜리 공. 로또복권 추첨을 향한 사람들의 의심이 과연 정당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로또복권 추첨 방송을 참관하고 동행복권의 시스템실과 상황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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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上] '조작 논란' 로또 추첨 현장 가보니…공 일주일 봉인, 무게도 측정

최현만 기자입력 2023. 4. 11. 06:00수정 2023. 4. 11. 08:34

 
추첨공 창고 24시간 CCTV 작동…공 세트도 참관인이 선택
추첨기 시범 운영·리허설 총 5번…"공정하다 느껴"

[편집자주] 사람들의 염원과 욕망이 담긴 4g짜리 공. 로또복권 추첨을 향한 사람들의 의심이 과연 정당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로또복권 추첨 방송을 참관하고 동행복권의 시스템실과 상황실을 들여다봤습니다.

로또복권 추첨공이 저울에 올려져있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7번 공이요"

"4g입니다"

1062회차 로또복권 추첨 약 2시간 전 복권회사 직원과 참관인들의 목소리가 방송사 스튜디오 안에 울려 퍼졌다.

참관인들이 임의로 공의 번호를 부르면 직원은 해당 번호의 공을 저울에 달아보고는 큰 소리로 무게를 불렀다. 공의 무게는 3.8g~4.2g 사이에 있으면 정상이다. 직원 옆에 선 현직 경찰은 무게를 제대로 부르는지 확인하고자 저울을 빤히 쳐다봤다.

로또 번호 추첨은 45개의 공이 추첨기 안에서 발생하는 바람을 타고 빠르게 섞이다가 7개의 공이 자연스럽게 뽑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추첨은 별 복잡할 것 없이 1분이면 끝나지만, 이 1분을 위해 수많은 보안 절차와 검증 절차가 진행된다.

4g 안팎의 가볍디가벼운 공의 무게에 비해 그 공에 담긴 사람들의 염원과 욕망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8일 로또 복권 당첨자 발표가 진행된 MBC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과연 로또추첨 조작이 가능한지 준비 과정을 옆에서 자세히 살펴봤다.

동행복권 직원이 로또복권 추첨기와 추첨공이 있는 창고를 열기 전에 봉인번호를 확인하고 있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추첨기·추첨공 봉인된 채 격리…24시간 CCTV 작동

추첨 준비는 먼저 추첨기와 추첨공을 꺼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창고는 추첨방송을 맡는 MBC 측과 복권수탁업체인 동행복권 측에서 함께 와야만 열 수 있다.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문을 열어볼 수 없는 구조다.

창고 문 손잡이는 봉인번호가 적힌 검은색 철삿줄로 둘러쳐 있었다. 해당 철사는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문은 폐쇄회로(CC)TV가 24시간 찍고 있었다.

동행복권 직원이 "1571이요"라고 봉인 번호를 외쳤고, 번호가 이상이 없음이 확인되자 철삿줄을 제거하고 문을 열었다. 봉인 번호는 매번 문을 잠글 때마다 바뀐다. 일주일간 닫혀있어 환기가 안 돼서 그런지 조금은 매캐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직원은 "21.1도, 습도 28%"라고 외쳤다.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지 확인해 공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후 추첨기와 추첨공, 그 밖의 장비들을 꺼내면서 첫 번째 절차가 끝났다.

로또복권 추첨기와 추첨공이 보관된 창고 앞에 24시간 작동하는 CCTV가 설치돼있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참관인 선택으로 공 세트 결정…RFID 칩 작동 여부도 확인

오후 6시30분쯤 추첨 준비 및 진행 절차를 확인하고자 신청한 15명의 참관인들이 모였다. 50~60대 중년의 남녀가 3~4명 정도 있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젊은 20~30대였다.

검증하는 거의 전 과정에는 참관인들이 참여했다. 현직 경찰관도 지켜봤다.

추첨공 검수를 맡은 동행복권 직원들 옆에는 007가방 여섯 개가 놓여있었다. 그중 1~5번 번호가 붙은 5개 가방에는 실제 추첨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공 세트들이 들어있다. 가방은 봉인번호가 적혀있는 철삿줄로 손잡이 부분이 묶여있었다.

나머지 1개 가방에 든 공세트는 자체 테스트용으로 실제 추첨에 사용되지는 않는다.

직원은 1~5번 가방들의 봉인지를 확인하고 철삿줄을 제거했다. 이후 첫 번째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는 1번~45번 공이 진열돼 있었다.

로또복권 추첨공이 들어있는 가방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참관인들이 임의로 어떤 번호를 부르면, 직원은 해당 번호 공의 둘레와 무게가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특정 공이 기계 안에서 더 잘 뜨거나 더 구멍에 잘 들어갈 수 있어 추첨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둘레는 표준이 44.5㎜다. 43.4㎜에서 45.6㎜까지만 오차가 허용된다. 공의 표준 무게는 4g이며 3.8~4.2g이 정상 범위다.

둘레·무게 확인 과정을 다섯 개의 공 세트에 똑같이 반복했다. 문제있는 공은 없었다.

이후 또 다른 참관인이 다섯 개 공 세트 중 실제 추첨에 쓰일 공 세트 한 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예비로 준비해둘 공 세트 두 개를 뽑았다.

사용되지 않는 게 확정된 나머지 공세트 두 개는 그 자리에서 바로 봉인됐다.

로또복권 추첨공의 무게 및 둘레 측정 방법을 설명하는 동행복권 직원./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이후에는 공 안에 내장된 RFID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RFID칩은 추첨기에서 공이 뽑혔을 때 자동으로 전자기기가 해당 공의 번호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이 때문에 공이 뽑혔을 때 컴퓨터 화면에 해당 공의 번호가 뜬다.

이로 인해 사회자가 6과 9를 헷갈려 잘못 읽는 등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아울러 RFID칩이 있어 리허설과 실제 추첨에서 뽑힌 공의 번호를 모두 전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직원이 RFID칩의 이상유무 확인을 위해 자원자를 받자 참관인들 중 5~6명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손을 들었다.

여기서 뽑힌 참관인 한 명이 임의로 공들을 골라 직원에게 전달하면 직원은 추첨기 내 RFID칩 인식기로 가져갔다. 컴퓨터 화면에 번호가 떴다. 공에 쓰여 있는 번호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번호는 모두 일치했다.

로또복권 추첨공의 번호가 RFID칩을 통해 모니터에 표출된 모습/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검증 위한 추첨 예행 3번, 리허설 2번…"공정하다 느껴"

이후 참관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복권 추첨기 시연이 시작됐다. 자원한 참관인이 버튼을 누르자 공들이 내려왔고 바람이 '쉭'하는 소리를 내며 공을 마구 뒤흔들었다. 그러다가 공 하나가 위쪽 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일곱개의 공이 나오자 동행복권 직원이 해당 숫자를 불렀다. 모니터를 보던 다른 직원이 "맞습니다. 58초 소요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시범 추첨이 세 번 진행됐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공들이 굉장히 가볍다 보니까 바람에 의해서 빠르게 돌아간다"며 "어떤 번호의 공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뽑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두 번의 리허설을 또 거쳤다. 추첨기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MBC는 추첨에 대한 여러 의혹을 고려하듯 복권 추첨 리허설까지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로또복권 추첨기에 공을 넣고 테스트하는 모습ⓒ News1 최현만 기자

참관인들은 이번 방청을 통해 추첨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걸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참관인 정하영씨(28)는 "공도 일주일간 (봉인해) 보관하고 리허설도 하더라"며 "추첨이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조현지씨(25)는 "엄청 공정하게 한다는 걸 느꼈다"며 "이렇게 진행 과정을 보니까 조작은 없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로또 복권이 당첨되면 어떤 걸 제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서울에 집을 하나 사고 싶다"며 웃었다.

남편과 함께 왔다는 엄모씨(58)는 "사실 로또 추첨 방송이 집에서는 잘 보지도 않는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구나 생각했다"며 "공정하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엄씨는 "사실 저는 로또를 사 본 적도 없고 어디서 사는지도 모른다"며 "당첨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좋은 꿈을 꾸면 한 번 사볼까요"라며 미소 지었다.

엄씨는 친구의 참관 얘기를 듣고 자신도 궁금한 마음에 와봤다고 말했다. 복권 추첨 참관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동행복권 측은 6월에 신청을 받아 대규모 참관 행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본방송은 생방송으로 진행됐으며, 다른 공이 뽑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리허설과 비슷했다.

방송에서 게스트가 나와 로또 추첨기 버튼을 누를 때 "가끔은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오길 응원한다"고 한 말이 마음속에 남았다.

기적을 기적으로 온전히 지키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고 느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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