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개발한 고철 미사일"…NLL 넘어온 北미사일 잔해 공개

2022. 11. 9. 17:55■ 국제/북한

"60년대 개발한 고철 미사일"…NLL 넘어온 北미사일 잔해 공개 | 중앙일보 (joongang.co.kr)

 

"60년대 개발한 고철 미사일"…NLL 넘어온 북 미사일 잔해 공개 | 중앙일보

“형상 및 특징을 볼 때 북한의 ‘SA-5’ 지대공 미사일로 판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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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개발한 고철 미사일"…NLL 넘어온 北미사일 잔해 공개

중앙일보

입력 2022.11.09 15:56

업데이트 2022.11.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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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속초 앞바다에 쏜 미사일은 1960년대 옛 소련이 개발한 구형 지대공 미사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한ㆍ미가 수거해도 분석할 가치가 없는 재래식 무기를 일부러 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당국은 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미사일 잔해를 공개하면서 “형상 및 특징을 볼 때 북한의 ‘SA-5’ 지대공 미사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미사일 하단 추진체로 보이는 잔해를 분석한 결과다.

 

군 당국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북한이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발사한 미사일의 잔해를 공개했다. 미사일 하단 추진체 일부인 잔해가 트럭에 실려 있다. 김상진 기자

 

앞서 지난 6일 해군 수상함구조함인 광양함(3500t급)은 동해 공해상 약 1700m 해저에서 길이 약 3m, 폭 약 2m의 미사일 잔해를 끌어올렸다. 미사일 추진체 일부로 주날개 4개와 액체연료통, 엔진과 노즐 일부가 붙어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미사일 동체엔 식별번호와 일부 설명이 러시아어로 표기돼 있었다”며 “한글은 적혀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SA-5는 서방에서 붙인 제식 명칭이다. 러시아에서 ‘S-200’으로 부르는 이 미사일은 소련이 지난 1966년 처음 실전배치됐다.

 

군 당국이 9일 공개한 북한의 SA-5 지대공 미사일 추진체 잔해에는 러시아어 표기가 남아 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연합뉴스

 

미 해병대의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87년 이 미사일을 당시 소련에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과거 열병식에서 SA-5를 여러 차례 공개했다.

 

2017년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SA-5. CSIS

 

특이한 것은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 미사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당초 한ㆍ미 군 당국은 미사일이 정점 고도 약 100㎞로 약 190㎞를 비행해 속초 동쪽 57㎞ 공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탐지했다. 이 때문에 이후 발표에서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만 평가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미사일을 명확하게 남쪽을 겨냥해 경사각으로 발사했다”며 “의도적으로 NLL 이남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군도 과거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 미사일로 운용한 적이 있고, 첫 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백곰’도 사실상 나이키 허큘리스를 역설계한 미사일이었다. 최근 들어서도 러시아가 S-300 지대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지대지 미사일로 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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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에 따르면 SA-5는 지대지로 쏠 경우 최대 사거리가 300㎞에 이른다. 다만 오차 범위가 1㎞ 이상으로 전술적인 가치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7년 3월 시리아가 이스라엘 전투기를 향해 SA-5 두 발을 발사하자, 이스라엘이 이 중 한 발을 자국산 방공 미사일인 '애로-2'로 요격한 적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일부러 고철 수준의 재고탄을 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이 최근 들어 자주 발사했던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ㆍKN-24(북한판 에이태큼스) 등 고체연료 추진 신형 미사일과 달리 군 입장에선 기술적으로 분석할 가치가 없는 미사일이란 점에서다.

 

지난달 18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카르키프 지역에 쏜 S-300 지대공 미사일의 잔해를 우크라이군 병사가 꺼내고 있다. EPA=연합뉴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보통 미사일 잔해를 발견하면 기술 수준을 분석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SA-5는 큰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림수가 있을 수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한 게 실수로 남측으로 넘어갔다는 식의 발뺌 수단으로 쓸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의도를 갖고 SA-5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북한의 구형 미사일 발사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3일 밤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화성-6호’(스커드-C형 개량형)로 추정되는 재래식 SRBM 3발을 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 미사일을 충분히 양산하는 단계에 돌입하면 구형 미사일 재고탄은 관리 비용 차원에서라도 소진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대남 위협용으로 신형 미사일과 섞어 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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